어차피 ‘법’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다뤄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하드커버에 최소 500쪽은 넘는 법 해설서를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런 책을 손에 쥔다고 해도 제대로 읽힐 리 만무하다. 두껍고, 용어도 어렵고, 한자투성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대처하면 훨씬 유용하다. 손에 잡히는 법률서, 어디 없을까.

여성노동자라면 꼭 한 번 이상은 뒤적여봐야 할 책이 나왔다. 직장여성에 대한 각종 인사·노무 실무를 다룬 지침서다. 신명 노동부 전 고용평등국장은 윤자야, 이원희 노무사와 함께 최근 <여성노동 관련법 실무 - 남녀고용평등법을 중심으로>(중앙경제사 펴냄) 라는 책을 펴냈다. 무려 5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전체를 ‘일독’할 생각으로 덤빌 필요도 없다. 목차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가면 한 눈에 관련 사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인사·노무관리에 필요한 법률적인 실무서들은 많이 나왔지만 여성노동 분야를 종합해서 발간된 법률해설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에는 여성노동자가 직장에서 겪게 되는 각종 사례가 주제별로 상세히 정리돼 있고 여성노동관련 판례 및 질의회시까지 담겨 있어 여성노동자 개인은 물론 인사실무자들에게도 귀중한 안내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은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을 중심으로 그 입법취지와 편제에 따라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영유아보호법, 기타 노동관계법 등 여성노동자와 관련된 법령이 어떻게 변화돼 왔으며 제정 및 개정 당시 어떤 취지로 법·제도가 만들어졌는지 담고 있다. 또한 각 개별 법규에 흩어져 있는 관련 조문과 내용을 한데 모아 독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책 236~237쪽을 펴보자. 적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에게 해당될 산전후휴가수당과 휴가급여를 소개한 대목이다. 산전후휴가가 90일 간 부여되며, 휴가기간 중 최초 60일은 유급이라는 근로기준법 제72조(임산부의 보호)와 산전후휴가급여 지급요건과 지급기간 및 액수 등을 명시한 고용보험법 제55조, 산전후휴가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산전후휴가에 관한 보호내용을 찾기 위해 일일이 고용보험법 등 3개 법령집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한꺼번에 해소될 수 있다.

산전후휴가처럼 이 책에는 고용차별, 육아휴직, 직장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직업능력개발, 기타 구체절차와 직장 내 성희롱,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 등이 주제별로 정리돼 있어 관심분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인사실무자들에게 필요한 각종 서식 및 판단기준을 상세히 제시하는 등 다소 어려운 법률적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이 책은 또한 현장경험이 풍부한 여성노동전문가 3명이 함께 집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부에서 최초 여성 근로감독과장, 지방지청장(서울관악)을 거쳐 여성정책과장, 고용평등국장 등을 맡았던 신명<사진>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이사장과 전화교환원 조기정년사건, 대한제분 결혼퇴직사건 등을 담당했던 윤자야 현대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 노사정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원희 공인노무사가 그 주인공이다.

대표집필자인 신명 이사장은 “책 발간은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법이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며 “법률 상식이 없어도 필요한 부분만 펴보면 보호내용과 그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이를 테면 길 찾기 안내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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