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다가, 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이른바 ‘황우석 사태’의 7년간의 기록을 정리한 책, <침묵과 열광>(후마니타스)이 발간됐다. 모두가 황우석 교수에게 열광할 때,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혀 온 인물 세 명이 공동저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로 조용히 일했지만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해 온 김병수 생명공학감시연대 정책위원, 황 교수의 ‘뒤를 캐다’ 많은 고초를 겪은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등이 이 책의 공동저자들이다.

<침묵과 열광>은 ‘황우석 사태’가 2005년 미국 피치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권력’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과학기술’에 의한 ‘기득권동맹’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1999년초, 황우석 교수에 의해 복제소 영롱이가 태어나고, 그후 황 교수가 정부, 정치, 언론, 과학계의 영향력을 키워가는 전 과정을 추적한다.

이른바 ‘과학기술동맹’이 어떻게 힘을 발휘했는가와 함께, ‘침묵의 동맹’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잠시나마 (혹은 여전히) 비합리적 열광에 빠졌던 한국 사회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은 황우석 교수가 ‘생명윤리법’ 등 제도 형성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권력의 핵심들과는 어떤 관계였으며, 그 관계를 통해 어떤 자리를 차지했고, 얼마의 연구비를 받아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정치와 권력은 황우석 교수를 어떻게 사용했지도 보여준다.

나아가서, ‘과학기술동맹’의 한편을 차지하는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에 대해 살피고, 황우석 '거품'이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시장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사라지지 않을 황우석 신드롬에 대해 살피며, 배태된 애국주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살핀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존 언론이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있을 때 치열하게 취재하며 진실에 접근하던 강양구 기자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과학기술이라면 다 용서되는 사회에서, 그 분야의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아 온 김병수 정책위원의 답답했을 마음도 짐작할 수 있다. 소수정당의 연구원으로서 당 안팎의 압력에 저항해 온 한재각 연구원의 지난 7년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해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막연하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은 ‘진보’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더 노골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같은 지배 담론과도 쉽게 친화력을 갖는다. …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기술 시대에 ‘각성한 시민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황우석 교수의 가장 큰 공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말미에 쓰여진 말이다.

<침묵과 열광>은 어려운 시기, 거대했던 과학기술동맹과 신드롬에 저항했던 3명의 ‘과학기술 민주화 동맹’의 기록이라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특히 태극기와 애국가, 통신사 광고와 축구가 어우러진 이 시기에 눈여겨 볼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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