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국가인권위 10층에서 농성중인 KTX승무원들에 대한 연행도 동시에 시도됐으나 KTX승무원들이 인권위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 농성을 자진해산해 무력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4일 오전 6시30분께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여 온 KTX 여승무원 37명 전원이 연행돼 용산, 강동, 광진, 성동, 송파경찰서 등 5개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강력 규탄했다. 노조는 "우리는 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1일부터 수십번에 걸쳐 공사쪽에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촉구했지만 공사쪽은 열차승무 조합원들이 KTX관광레저로 가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교섭을 회피해 왔다"며 "‘공권력’이 바로 공사쪽의 답변"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툭 하면 들이대는 경찰의 군화발이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변할 줄 모르는 정부와 철도경영진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며 "KTX 열차승무 조합원 농성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및 강제연행에 대해 비장한 각오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또 이날 오전 11시 서울역광장에서 200여명의 노조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경찰의 공권력 투입과 철도공사의 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공공연맹도 지난 13일 서울역광장에서 'KTX열차승무지부 투쟁승리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철도공사와 정부의 태도를 규탄했다. 연맹은 "73일째 농성을 하며 철도공사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승무원들에게 철도공사는 단 한차례도 성실하게 사태 해결을 위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대화에 응하는 시늉만 일삼던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급기야 공권력을 이용해 여성 조합원들을 모두 경찰에 끌려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오는 15일이면 철도유통의 정리해고 통보에 따라 280여명의 KTX 승무원들은 정리해고 되는 실정에 놓여있다"며 "철도공사는 장기화되고 있는 승무원 파업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부실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로 사업자를 바꿔 승무사업을 실시하려하는 공기업으로서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연맹은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법과 질서 운운하며 어떻게든 정리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5·31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들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철도유통 직원들은 (구)홍익회 출신들로서 소위 마이너급의 학력이나 출신이 적지 않다. 그에 비해 KTX여승무원들은 대부분이 4년제 대학 출신들로서 그들의 관리자인 철도유통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이다. 감히 고졸이 대졸인 우리들을 관리해? 이것이 그들이 가진 기본인식이었다.
KTX여승무원들이 소속 조합을 철도유통 노조에서 철도공사 노조로 옮겨간 이유가 철도유통 노조에서 자신들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명분이었는데, 철도유통 노조가 연대할 수 있을만한 사안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이미 KTX여승무원들의 요구는 철도공사로의 고용이전이었지 철도유통 내에서의 복리증진이나 고용안정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은 이미 충분히 보장되어 있었다.
말이 비정규직이지 KTX여승무원들의 급여 수준은 철도유통 일반직 사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KTX여승무원들은 철도유통 내에서 떠받들여지고 있었다. 철도유통 일반직 사원들은 도도한 KTX여승무원들에게 감히 맞서지 못하고 최소한의 관리와 통제만 하고 있었다 (열차 승무시 용모규정을 어겨도 아무런 패널티가 가해지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과연 KTX여승무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은 다만 철도공사라는 정부투자기관의 직원으로 수직상승하고 싶어하는 것 뿐이다. 철도유통 내에서 충분히 대우받고 있었던 그들이 철도유통의 정규직 제안도 거부하고 비정규직이라도 철도공사 소속이 되겠다는 요구가 명확하게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어렵사리 시험을 통과하여야 입사가 가능한 정부투자기관에 실력행사를 통해 입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KTX여승무원 분규의 핵심이다.
그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이 있었는가? 같은 소속,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철도유통 직원들을 못 배운 사람, 모자란 사람으로 무시하면서 오직 철도공사와만 직접 상대하겠다는 그들의 주장이 과연 비정규직 철폐라고 하는 치열한 정치투쟁이라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