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동자로서, 조합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시집도 운동을 풍부하게 하고 성찰의 자세로 돌아보기 위해 냈고, 운동의 힘들 북돋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임 시절, 매주 사무총국 회의에서 시를 읽어주던 이수호 전 위원장이 민주노총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들의 이름을 직접 적어 자신의 사인을 한 시집을 나눠줬다. 최근 시집 <
나의 배후는 너다>(모멘토)를 펴낸 이 전 위원장은 8일, ‘문화담당’ 기자들이 아닌 ‘노동담당’ 기자들,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함께 영등포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출판기념식 및 사인회를 대신한 것.

“저를 지키는 방편으로 글을 썼다”는 그는, “본의 아니게 (노동운동에서) 따로 떨어져 있게 되면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꾸준히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이 만든) 카페에 올렸다”며 “지나온 나의 운동을 자연스럽게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의 이번 시집은 지난 1991년 서울구치소 독방 수감 시절부터 시작해 각종 농성장 등에서 쓴 시와, 지난해 10월 위원장직을 사퇴한 뒤 매일 새벽 쏟아낸 글들로 채워졌다.

누구에게나 배후는 있다/ 동해 일출과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는 것처럼 너의 뒤에도 하늘이 있다/ 어젯밤 너의 하늘은 온통 비바람이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햇살 곱구나/ 때로 나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너의 하늘마저 질투해서 고민하고 몸부림치지만/ 너의 하늘은 너무나 커서 언제나 꿈쩍도 않는다/ 그래서 너는 언제나 고우면서도 빛나면서도 쓸쓸하면서도 폭풍우 몰아치고 캄캄하면서도 넉넉하고 당당하다/ 나의 배후는 너다(나의 배후는 너다)

이 전 위원장은 시집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여기서 나오는 ‘너는 누구인가? 당신의 배후는 누구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너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이 시대 아픔을 함께 하며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저의 배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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