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TV는 온통 축구 일색이다. 특히 ‘시청자의 선택권이 박탈당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방송3사가 축구보도를 과잉생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 첫날이기도 한 지난 1일은 2006 독일월드컵 개막 D-100일.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는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이날 방송3사는 3·1절 기념식을 생중계한 이후 월드컵으로 화면을 채웠다. 또한 오후8시부터 방송3사가 한국-앙골라 대표팀의 축구경기 동시 생중계에 나섰으며, 이어진 각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비롯한 월드컵 특집코너 등이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특수를 노린 광고 역시 월드컵과 축구 일색으로, TV는 오직 ‘오~ 필승코리아’만 외쳐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문화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는 방송3사 월드컵 광기에 제동을 걸기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방송사들은 월드컵의 집단광기 제조 작업을 당장 그만두고, 사회현실에 보다 충실한 진정한 공영방송의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문화연대는 성명에서 "2002년 월드컵의 흥분과 설렘을 생생히 기억하지만, '대한민국' 구호로 모두를 묶어내고자 했던 이데올로기의 작동과 '붉은 악마'로 모두를 호명코자 했던 자본의 전략도 기억한다"며 "미선과 효순의 비극을 외면하게 했던 방송과 신문의 실패도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특히 "방송은 월드컵에 기울인 관심만큼이나 철도노조 등 노동자 파업 등 중대한 현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한국-앙골라 대표팀 경기 중계는 방송3사가 “'스포츠 에이전시'의 입김과 장삿속에 휘둘리지 않고 '보편적 접근권'을 지키기 위한 취지”로 맺은 '해외프로그램 구매에 관한 방송3사 합의'마저 파기한 채 중계경쟁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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