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난자를 매매하여 줄기세포 연구에 조달하던 미즈메디병원장 노성일의 실토로 여성의 난자는 정부 BT사업과 근시적 성과중심의 과학을 포장하기 위한 포장지로 쓰여졌음이 밝혀졌다. 또한 최근 ‘PD수첩’에 따르면, 2004년과 2005년 사이에 86명의 여성에게서 총1,600여개의 난자가 적출되었고, 이중 20%의 여성들이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보도됐다.

난자채취 후 후유증 심각


실제로 시험관 아기를 바라는 여성이 난자채취를 감행했을 때, 배와 옆구리의 심각한 통증으로 똑바로 누울 수도 옆으로 눕기도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배란을 통해 만일 20개의 난자가 생성된다면, 적출을 위해 질벽을 뚫고 난소까지 주사바늘을 20번을 찌르는 과정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난소에 자극을 주어 난자를 얻어내는 과정을 거친 여성들의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외국의 학자들은, 0.3%에서 5%, 많게는 10%의 여성들이 심각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경험하는데, 여기에는 때로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통증 유발, 신부전증, 잠재미래불임증,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난자채취를 둘러싸고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함에도,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몰고 온 파장이 논문의 진위여부에 가려, 줄기세포 연구의 필수 재료인 난자 채취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얼마 전까지 여론화되지 못했다.

최근 몇몇 여성국회의원들이 ‘생명공학과 여성의 인권’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적 통제와 난자채취 행위가 여성의 몸에 가하는 위험성과 인권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조산원이 사라지고 남성 산과의사들이 출산과 피임 등의 재생산권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여성의 자궁과 난자까지 과학기술과 국가의 통제 대상이 되었다. 출산을 앞둔 여성들의 몸은 의사에게 편리한 절석술(똑바로 누운 분만자세)의 자세를, 출산 통제가 필요한 때에는 집안일을 하다가도 관에서 나온 의료버스에서 ‘배꼽수술’을, 21세기 저출산의 시기에는 ‘둘둘플랜’에 따라 더 많이 낳기를, 이제 생명공학의 요구에 따라 난자제공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인권을 생각할 때

이제 우리는 여성의 몸의 일부인 난자를 연구의 ‘재료’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로 세우고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와 건강을 침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명윤리법을 비롯한 생명공학, 의료기술에 관한 법제도는 여성의 모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황우석 사태를 키워온 정부와 관련 기관의 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불법적·비윤리적 난자 제공 과정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합리적 조치를 촉구함과 동시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

황우석 사태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 성과주의와 맹목적인 성장제일주의가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과 양립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며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난자 제공 과정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보다 난자 기증 운동 붐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던 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지위가 높은 스위스나 덴마크 등에서는 매매가 아닌 난자기증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오직 ‘난자공여’(시험관 아기를 위해 채취한 난자 중 남은 난자)만 허용한다. 난자채취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부작용에 대해 연구하지 않으면서 과학 기술 발달을 위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를 교훈 삼아, 이제 국민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더 이상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침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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