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대표하는 운수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만났다. 민주노총 운수연대(상임의장 김연환)와 한국노총 한국교통운수노조연합(상임의장 박대수), 북쪽 조선운수수산직업동맹(위원장 최용수)은 지난 20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남북운수노동자 대표자회의를 열어 상봉 모임을 진행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자주교류사업을 결의했다. <사진>

이들은 오는 1월 실무협의를 열어 내년 봄 남북운수노동자 통일선언대회 개최를 위한 일정과 장소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운수연대 39명, 한국교통운수노조연합 7명, 조선운수수산직업동맹 20명 등이 참가했으며, 오전 10시40분부터 대표자회의를 한시간여 가량 진행한 뒤 선죽교 견학, 점심 만찬, 고려 성균관 견학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정을 끝마쳤다.

이날 대표자회의는 별다른 안건 없이 각 조직 대표자들의 기조발언만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수연대 관계자는 “오늘 행사가 사실상 남북 운수노동자 대표자들의 첫 상봉 모임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며 “내년 남북 운수노동자 통일선언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협의를 내년 1월에 개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대표자회의에서 최용수 조선운수수산직업동맹 위원장은 “북녁의 운수부분 노동자들과 직맹일군들의 이름으로 남녘의 전체 운수부문노동자들의 뜨거운 통일열망을 안고 찾아온 대표 선생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최 위원장은 “내외에 조성된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와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운수연대의 투쟁에 굳은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주통일로 향한 민족대행진의 앞장에는 언제나 우리 북과 남의 노동자들이 서 있다”며 “하나로 굳게 뭉쳐 통일조국의 문을 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박대수 한국교통운수노조연합 상임의장은 “우리 반도에서 자유롭게 오고가야 할 물류운반과 인적수송이 분단으로 인해 가로막히는 상황은 우리 운수노동자들이 더욱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남북의 도로와 철도, 하늘의 연결은 우리 민족의 혈맥을 잇고 남북 운수노동자들을 하나되게 하는 사업”이라며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하나하나 신뢰의 탑을 쌓아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환 운수노조연대회의 상임의장은 “전국의 운수노동자들이 다 모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후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모임을 만들어 운수전체뿐 아니라 (궤도와 화물 등) 각 부문모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지속적인 모임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실무적인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며, “여기서 느낀 것들이 세월이 지나도 가슴에 새록새록 돋아나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 3개 조직은 또 특별한 결의문이나 보도문 채택 없이 올해 6·15 공동준비위에서 발표한 민족통일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처럼 남북운수노동자들이 자주교류사업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전교조-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에 이어 두번째로 산업·직업별 노동자 교류사업이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전교조와 북쪽 교원단체간의 교류가 그동안 남북교류에서 노동부문이 아닌 교육부문으로 진행돼 온 사실을 봤을 때, 노동부문에서는 사실상 첫 산별·직업별 교류가 성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운수수산직업동맹은
철도, 항공, 자동차, 해운, 항만, 수산 등 운수노동자 11만8천여명으로 구성된 북쪽 조선운수수산직업동맹은 1945년 11월8일 창립됐다.

7개 산별 직업연맹으로 이뤄진 조선직업총동맹 소속 산하 조직 가운데 하나이며, 모두 3명의 부위원장과 7명의 집행위원을 두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60개 나라 운수노동자 조직과 교류 및 연대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8월15일 민족대축전 북쪽 노동부문 대표로 참가했던 최창만 조선직업총동맹 부위원장이 철도노동자 출신으로 운수수산직업동맹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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