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혼한 부모 때문에 외가에 맡겨졌으나 외조부모조차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바람에 혼자 살던 초등학교 어린이가 기르던 개에게 물려 참혹하게 죽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발견 당시 이 어린이는 살림집을 겸한 비닐하우스 현관 바로 안에서 전혀 옷가지를 걸치지 않은 채 양말만 신고 있는 상태였으며 온 몸이 도사견에 물린 상처로 5~6군데의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고 보도돼 어린아이가 그 순간에 겪었어야 할 공포와 고통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빈곤가정의 안타까운 현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바로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우리의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화가를 꿈꾸며 예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중학생의 사연이다. 이 중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가 헤어져 살게 되면서 누나(16·고1)와 함께 시골 할아버지 집에 맡겨졌다.

“눈칫밥 먹으며 살다 (지난해) 중2 때…야간도주로 엄마에게 왔다”고 한 이 중학생은 엄마도 잘해주시고 비록 새 아빠와 살지만 이런 게 가족이구나를 느끼며 짧은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예고, 우리 집안 형편에…어림도 없지.…울 엄마 식당일하면서 그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우리 먹여 살리는 것도 바쁜데…그래서 난 결심했어.…내 몫까지 우리 누나 주려고…그럼 우리 불쌍한 누나, 좀 더 행복하게 해주려고.”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늘어만 가는 여성가구주와 자녀들

위 두 사건은 장기화되는 경제불황과 서민 경제의 파탄으로 인한 가족해체, 급증하는 이혼으로 늘어만 가는 여성가구주들과 그 자녀들의 삶이 얼마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결국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힘없는 약자들의 절망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본인이 일하는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는 이렇게 이혼이나 사별, 남편의 사업실패 등으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가장의 삶과 노동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에 거주하는 1,006명의 여성가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조사대상자의 65%가 82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8.3%만이 정규직이고 임시, 일용직 72.6%, 현재 일자리가 없다는 비율도 9.3%나 되었다. 게다가 IMF 이후 1회 이상의 실업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73.5%, 4회 이상이라는 답변도 25.9%나 되었다.

그런데도 여성 홀벌이로써 자녀양육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가사일과 가족의 간병까지도 홀로 감당해야하는 이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0.8%에 지나지 않았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홀로 남겨진 근로빈곤여성가장들이 자녀를 데리고 삶의 희망을 가꾸어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현실인 것이다. 

빈곤근로 여성가장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82만원 미만의 불안정한 저임금의 일자리 때문에 ‘적게 일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해도 적정 생활을 유지할 만한 소득을 벌지 못하는 ‘근로빈곤’ 여성가장의 현실. 그 현실로 인해 여성가장과 그 자녀들은 벼랑 끝의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복지병을 운운하며 여전히 빈곤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성장 우선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근로빈곤여성가장들. 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도대체 언제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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