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중심 워싱턴, 금융의 중심 뉴욕, 그리고 지력(知力)의 중심 보스턴. 미국의 힘은 이 세 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보스턴에는 하버드, MIT 등 유명 대학들이 있고, 그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전문가와 석학들이 정치·외교·군사·경제·사회적 이슈들에 관해 조사·연구·발표·토론을 하며, 이 내용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돼 다시 정치와 금융의 중심부로 전달된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그야말로 보스턴은 ‘지식의 디즈니랜드’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1년 MIT 교환교수로 1년간 재직했던 윤 교수는 재직 당시 참가했던 150여회의 세미나와 강연회 내용을 그때그때 홈페이지(dragon.inha.ac.kr/~ecoyoon)에 올렸다가 최근 ‘보스턴 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냈다.

윤 교수가 이 책에서 소개한 강연회와 세미나의 주제들은 지식 제국주의, 미국 대외정책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갈등, 민족주의 기원, 엔론 사건과 노동자, 중국의 정치개혁 둘러싼 논쟁, 일본 경제의 미래, 한-일 민족주의와 화해, 북한개방, 민주주의와 사회보장 간 관계, 사회적 합의제도, 고령화 사회의 전망 등으로 다양하며, 이 주제들에 대한 석학들의 경험과 지식을 일기 형식을 빌어 누구든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또한 MIT와 하버드의 학교 현황과 각종 세미나 제도, 각종 신간이 꽉차 있고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하버드 앞 서점, 일주일에 600페이지 이상의 논문을 읽으면서 공부를 '즐기는' 학생들을 소개하면서 '지식의 양과 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5장 '풀뿌리에서 일어나는 노동운동' 편에서는 하버드 학생들이 청소부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총장실 점거를 했던 사건과 함께 귀국하기 전 2개월 동안 LA에서 SEIU(서비스노조) 자원봉사자로 직접 체험했던 미국 노조활동의 실상을 담았다. 특히 저임금 청소노동자들의 조직화와 공정한 근로조건 획득을 꾀한 ‘청소부에게 정의를!’ 운동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미조직화, 하청으로 인한 어려움 등이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 노동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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