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부 산별 위원장들의 ‘노사정위 복귀 주장’에 이어 4일 제조산별노련 위원장들의 ‘한국노총 행사 불참 성명’은 지금 한국노총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노동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결에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단결에 대한 중요성은 노동조합이란 이름의 탄생 이래 변함없이 이어져온 노동운동의 중심이며 노동자들의 힘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므로 해서 지도부는 수없이 교체되었지만 지금도 지도부들은 처절하리만치 노동자들에게 단결을 외치며 주문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결의 외침이 노동자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리가 아닌 몇몇 지도부들의 기득권을 이어가고 밥그릇 키우는 쟁탈전에 이용된다면,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단결마저도 집어던지고 조직분열도 조직의 희생도 불사한다고 보면, 지금의 노총 지도부의 수준과 의식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묵묵히 노동자들을 위하여 온몸을 불사르고 있는 수많은 지도자들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행위로 밖에 인식될 수 없으며, 결국 그들은 이로 인한 현장의 분노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그 어떤 이념적 운동노선투쟁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 왔다. 노총위원장을 비롯하여 노련위원장, 지역본부와 지부, 단위노조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갖고 행사하는 모든 힘과 권력은 현장 조합원, 바로 노동자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자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현장 의견 무시하면 현장 분노 맞이해야

그동안 현장으로부터의 정책이 아닌 몇몇 지도부들의 야합과 밀실정책으로 인해 한국노총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 외면 당해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식적이며 포장된 말과 글로 진실을 덮으려는 행위를 하지 말고 건강한 운동성과 실천을 담보로 하는 지도부들의 새로운 변화와 개혁에 대한 결단이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2004년 녹색사민당의 실패로 한국노총은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당시 이남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하면서 녹색사민당의 패배 원인을 “현장 조합원들의 설득에 실패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또한 노동운동이 기아자동차, 택시노련 등 개별 사업장에서 시작된 비리는 결국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도부까지 번지고야 말았다. 결국 양대노총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현재까지 한국노총에서 대부부의 현장 활동가들은 민주적 권위를 찾고자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직선제와 개혁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고민해야 했다.

현장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활동가들이 말하는 건강한 노동운동은 “현장중심, 현장이 살아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데서 답을 찾으려 했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무관심’이란 커다란 장벽에 직면했고 한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무관심의 핵심에는 상급간부와 대표자들만이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 있고 대다수의 조합원이 방치돼 왔다는 것에 있다. 조합원들은 운동의 현실과 정보의 무지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 지금의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노총이 노동운동의 변화와 개혁에 대해 커다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않음으로 인해 정체되어 있는 또다른 한국노총의 모습인 것이다. 조합원이 운동의 중심에 서 있고 핵심에 서있게 만들 때만이 미래지향적이고 도약의 노동운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의식개혁은 조합원들에게 노동환경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면서 뭉치고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할 수 있다. 상급단체의 일방적 당위성만 가지고는 조합원을 움직일 수 없으며 결론적으로 조합원과의 피부로 접촉하고 함께 호흡을 해야만이 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상급단체의 이러한 독단적인 결의와 결정은 현장에서 냉소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소이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황까지 촉발하게 된다.

지도자라면 더욱더 자기 편의적, 자기 안위적 생각을 버려야 하다. 그들의 이같은 결여된 의식과 행동들이 바로 현장 활동가들이 쌓아온 시금석과 벽돌을 가장 손쉽게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 복귀와 하반기 투쟁에 대한 판단과 지도부의 반성 필요

지금 정부는 11월에 비정규직 문제를, 다음해 2월에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강행처리 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한 상황이다. 이에 양대노총은 대정부투쟁을 천명하고 하반기 집중투쟁을 계획하고 있으며 12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노총 일부 산별위원장들의 노사정위 복귀 주장과 제조산별 위원장들의 한국노총 공식행사 불참결의에 대해 현장대표자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이해할 수 없음을 밝힌다. 이같은 결정이 조직의 분열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현장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결의해 대해 다시 한번 실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감출 수 없다.

또한 여론에 신중하지 못한 성명발표와 번복하는 성명에 대하여는 얼마나 현장을 무시하고 있으며 이들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패쇄적인지 단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노사정위 복귀가 시급한 사안인지 비정규직과 노사관계로드맵의 일방처리 저지 투쟁이 우선인지 지도부들의 냉혹한 반성과 책임 있는 판단이 요구된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과감히 기득권의 굴레를 걷어내고 산별노조건설과 정체세력화에 대한 방향 제시,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한국노총의 중앙조직뿐 아니라 지역본부와 지부의 모든 조직이 수용해야 하며 새로이 조직을 정비하고 과감한 혁신의 의지와 실천이 뒤따를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야만이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우뚝 선 노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된 노동자 150만이 850만의 비정규노동자와 1400만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4천만 민중이 공감하고 희망할 수 있는 운동노선의 구축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 노동자가 살아갈 시대적 요청이며 근원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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