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자 울산공장은 완성차 공장이다. 말 그대로 자동차를 완성하는 곳이다. 3만개의 부품이 합쳐져 자동차 한대가 완성되는 만큼 현대차 공장 주변에는 부품업체들이 밀집돼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 공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효문공단이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이며, 도어트림(자동차 문에 달린 장치) 생산업체인 한일이화를 찾았다. 노조 조합원만 480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이다. 우선 금속노조 울산지부 한일이화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대의원 선출을 위한 조합원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조합원 표심 걱정없다”

이창명 한일이화 지회장은 “조합원 표는 8대2, 못해도 7대3은 민주노동당으로 간다”고 호언한다. “선거 분위기가 4·15 총선만은 못해도, 열심히 조직하고 있는 만큼 90% 이상은 투표하러 갈 것”이라는 장담이다. 그 근거는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노동자 후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일이화지회의 조합원 다수가 민주노동당의 취약지역인 북구 중산동에 살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문제가 터진 후 “조합원들은 몰라도 조합원 가족까지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창명 지회장의 말이다. “가족들을 설득하라고 조합원들에게 말하고 있긴 한데, 7대3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자신이 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선거운동원으로 나서서 조합원 가족들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사실 이창명 지회장은 '현장 표심은 걱정 말라'는 말을 기자에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한일이화 현장의 표심은 그리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는 두 가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하나는 얼마전 물량 문제로 폐업한 현대차 1차 협력업체 대덕사의 선례에서 보이듯, 현대차노조가 협력업체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다른 하나는 자사의 전직 노조위원장이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노조 현장조직들이 흔쾌하게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업체 노조의 정치사업이 더 잘 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건지가 궁금했다.

과연 노동자는 하나인가?

참으면 병 되는 법이라 캐물었다. 하지만 ‘대덕사’라는 단어에 이창명 지회장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런 이야기는 다 할 이야기는 아니고….” 말끝이 흐려졌다. 큰 선거 앞두고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가슴이 녹아 있는 우리 운동이 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라고 말할 따름이었다.

“일로 평가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아직 평가할 때가 아니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안타까운 일이 없지 않지만, 정갑득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후보이고, 노동자 후보입니다.”

이날은 대의원 투표 마지막날이었다. 지회 간부들이 개표 준비하는 모습<사진>을 구경갔다. 개표 때 쓸 현황판을 칠판에 그리면서 “줄이 똑바르지 않다”는 둥 “후보가 많아서 더 좁게 나눠야 한다”는 둥 한마디씩 농담을 한다. 한일이화지회에도 현장조직은 있다. 선거도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이기든 설득하면 할 일은 한다"고 말한다.

이홍재 수석부지회장에게 ‘지회가 현장을 잘 조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괜찮은데, 우리도 한 3년 지나면 물량 부족으로 구조조정 문제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도 힘을 길러야겠지만,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필요하죠.” ‘하지만 대덕사의 경우를 보면….’ 질문을 끝까지 못할 만큼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 진보정치 시작이다”

휴가를 내고 정갑득 선본에서 일한다는 권기보 조합원이 공장을 떠날 때 차를 태워 주었다. “제가 4·15 선거 때 정말 열심히 해서 조승수 의원 당선에 일조했거든요. 근데 억울하고, 열받잖아요. 휴가 내고 선거운동 하면 애도 크고 들어갈 돈 뻔한데 집에서 안 좋아하죠. 정갑득 후보를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10석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차라리 현대차노조보다 빠르고 강하게 선거사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하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감정이 좋지 않아요. 얄밉죠. 그래도 당선시켜야죠. 이제 진보정치 시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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