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공대산별과 운수산별을 주장하는 주체가 누구입니까? 보건의료노조의 지배연합과 서울대병원지부, 그리고 서울대병원지부의 입장을 지지했던 주체는 과연 누구입니까?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연맹의 선거연합 의미는 도대체 뭐죠?”

19일 ‘한국 산별노조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노동사회연구소의 40차 포럼<사진> 자리에서 초점은 조직구획이나 교섭구조가 아닌 ‘정파’에 맞춰졌다. '업종이냐 지역이냐'의 문제, 공공대산별과 운수산별의 논쟁, 금속연맹의 완성차 단일노조 건설 논쟁, 보건의료노조의 10장2조 논쟁 등 최근들어 쏟아지는 산별운동과 관련된 '뜨거운 감자'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으나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것은 '조직 내 정치과정'이라고 일축했다.


김승호 “종파의 해체와 새로운 정파연합 필요”

‘한국 산별노조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를 맡은 김승호 연구위원은 “조직(노동조합)을 정치과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만 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노조운동은 정치과정에 의해 거의 대부분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처음부터 못 박았다.

“소위 노조운동 내의 정파가 의미하는 것은 심하게 표현해서 ‘인적 네트워크로 형성된 집단’에 불과하다”고 한 김 연구위원은 “현장 내에서의 권력쟁취를 위한 담합구조는 대중추수주의, 실리적 전투성, 등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으며, 상층에서의 선거연합은 권력분점에만 그치고 있고, 더욱 심각하게는 소위 이념적 지향에 따라 탈대중조직의 기치를 내건 전국적 현장조직 또한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정파간 갈등을 노동조합의 제도적 틀내에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산별노조 건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이념적, 실천적, 그리고 각종 방침에서 좌우 양극단을 제외한 정파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현재 선거연합으로 나타나는 권력담합’이 아닌 ‘사안별 정파적 연합’을 활성화시켜 나가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출범 당시 산파 역할을 했던 김 연구위원이 ‘산별노조의 쟁점과 과제’를 이야기하면서 ‘정파’를 중심에 놓고 풀어가는 배경에는 현재의 지지부진한 산별전환 논의와 일맥상통한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운동 내의 각 주장은 다분히 이념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방을 ‘규정’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돌보게 한다”며 “현재 산별전환 논의를 두고 형성되고 있는 쟁점 대부분은 사실상 정파적 견해에 의해 좌우되거나, 그러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현재 이러한 현상의 부정성이 긍정성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호 “산별노조에서 무엇보다 ‘합의’가 중요”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실장은 “산별노조의 쟁점과 과제를 지적하기 앞서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아야 하는 것은 산별건설이 지체되고 있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산별건설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민주노총의 조합원 대부분이 노동시장 속에서 상대적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먹고 살만한 노동자’로, 이들의 정서와 산별이념이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합원의 실리주의와 함께 노조운동 내의 정파구조 역시 산별건설에 힘이 실리지 않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8년 전 보건의료산별 건설 당시에는 ‘간부들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었지만, 이제는 ‘간부들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바꿨다”며 “연맹조직 내에서는 집행부가 51 대 49로 구성되어도 사업이 가능하지만 산별노조 내에서는 99 대 1이 돼도 조직이 멈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정일부 “정파보다는 대의체계 부실이 더 큰 원인”

반면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현재 정파의 부정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김승호 연구위원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실한 ‘대의체제’에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현장에서는 사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냐의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7박8일동안 대의원대회를 진행하는 외국 산별노조의 사례에서처럼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2007년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외부적으로는 협약의 효력 확장 투쟁에 무게를 싣는 한편으로 내부적으로 는 비정규직 중심의 새로운 노동운동 질서재편이 전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별노조 조직 역시 비정규 중심으로 전면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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