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 재보선 시계는 오리무중. 당초 조승수 전 의원에 대한 의원직 박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 및 동정 심리와 여기에 유권자의 1/10에 달하는 현대차 조합원을 등에 업은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지만,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레이버투데이)>가 다섯차례에 걸쳐 울산 북구 민심 르뽀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근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실 바로 앞에는 13명의 비정규직 해고자가 함께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있다. 올해초 현대차 5공장 비정규직들이 벌인 238일간의 투쟁 이후 해고된 78명 중 ‘생계투쟁’을 하지 않는 13명의 해고 조합원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돈’을 벌고, 현장활동가들과 지속적으로 만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개업한 포장마차다.


13명이 하루 10만원 벌어

17일 저녁 7시20분, 기자가 취재할 겸 소주 한잔 할 겸 찾은 포장마차에는 조합원 4명이 장사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선우 조합원(전 비정규직노조 5공장 대표)과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잔에 술을 채우고,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첫 질문은 ‘벌이가 괜찮냐’는 것으로 시작했다. “많이 벌 때는 하루 매출이 50만원도 나오는데 안 되면 20만원 벌이할 때도 있어요. 이제 열흘 됐으니까 아직 평균매출은 안 나올 때죠.” 재료비로 매출의 절반을 빼면 장사가 안 되는 날은 10만원 벌이 하는 셈.

“현장활동가들이 주로 와요. 현장투나 민노회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개인적으로 오는 활동가들이 많아요.” 임 조합원의 말이 이어진다. “현장조직 의장단이 한번 왔었어요. 정규직노조 임원들도 술은 마실 텐데, 포장마차는 격이 떨어져서 안 오는 겁니까? 다음 위원장 선거에 지장이 있어서 안 오는 겁니까? 비정규직도 투표권이 있으면 이러진 않을 겁니다.”

“표만 달라면 뭐가 다릅니까?”

“같은값이면 노동자 후보에게 찍겠죠. 그런데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선거에 초칠라 말을 아끼는 분위기, 조금 더 캐묻자 ‘억하심정’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비정규직 대책을 산별 건설이라고 말하데요. 맞는 말이죠. 근데 비정규직에게 표 받으려면 ‘불법파견 문제 해결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말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연대는 말이 아닙니다. 노동자를 위해 싸워야 노동자 후보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임 조합원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기자는 묵묵히 술잔을 비울 수밖에 없었다.

저녁 9시를 넘기면서 동네주민 몇몇이 자리를 채웠지만, 활동가들은 한 명도 오질 않았다. 9시반쯤 되면서, ‘생계투쟁’을 하던 조합원이 왔다. 약간 미안한 얼굴로 찾은 조합원을 포장마차 식구들은 반갑게 맞았다. 썰렁했던 분위기가 조합원 한 명이 오니 왁자지껄 변한다.

최고의 단골손님이라는 한 현장활동가가 바로 앞 비정규직 조합 사무실에서 ‘배달서비스’를 신청했다. 투덜투덜 웃으며, 안주꺼리와 술을 나른다. ‘신자유주의 광풍에 맞서겠다’는 목청 높은 구호보다 술 한잔 팔아주고, 현장 소식 전해주는 게 이들에겐 가장 큰 연대다.

활동가들은 선거운동 갔나…

밤이 깊어지자 포장마차의 취기가 완연해진다. 5시간째다. 그러나 정규직 활동가는 단 한 명이 들렀을 뿐이다. 다들 선거운동 나갔나…. “우리 현장으로 몬간다. 노력해서 그기 될일이가. 정몽구(현대차 회장)가 병신이가.” 술이 오른 조합원이 푸념했다. “노력해야지. 들어가야 한다!” 말리는 조합원도 있었지만 표정이 밝지 않다.

부디 포장마차로 큰 돈벌기보다, 현장으로 빨리 돌아가길 바랄 따름이다. 더불어 매일 안주감이 떨어져 장사를 접어야 하길, 현장 활동가와 지역 진보정치인들의 얼굴이 포장마차에서 자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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