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깍듯이 말하면 답이 나올 줄 알았다. 정갑득 민주노동당 후보, 윤두환 한나라당 후보, 박재택 열린우리당 후보 등 10·26 재보선 울산북구 재선거 후보들의 선거사무실이 몰려 있는 북구 호계동. 그 동네 담배가게를 돌며 선거 민심을 파악하려던 기자의 생각이 '생뚱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거를 하는 거 같던데…”

좋은 분위기에서 말을 나누다가도 ‘선거’ 이야기만 꺼내면, 어색한 듯 웃거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잘 모릅니다”라고 약속이나 한 듯 답이 나왔다.

송창식의 노래처럼 예쁜 담배가게 아가씨라도 있으면 온 동네 총각들이 너도나도 기웃한다는 그곳, 매일 얼굴 보는 손님이 있지만 10년 동안 같은 말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그곳, 가끔은 동네 주민들의 마실 역할을 하는 그 담배가게에는 ‘선거’가 없었다.

“선거 운동원 오는 게 귀찮죠. 그냥 ‘찍을께요’ 한마디 하면서, 그냥 그냥 웃으면서 빨리 보내려고 해요.” 선거 관련 질문을 하는 기자도 ‘그냥 웃으면서 빨리 보내려는’ 눈치가 역력했다.

“민노당에 그 수염난 의원이 왔더라고요. 한나라당에서도 운동원들도 찾아오고. '또 선거하네' 하는 거죠. 매일 하는 선거도 아닌데 때 되면 투표하러 가야죠.” 정갑득 선본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담배가게 주인이 한 말이다.

하지만 ‘후보가 누군지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3명의 후보 사무실이 몰려 있는 호계동 뒷길이면 이런저런 말을 들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접었다.


“아마 정갑득씨가 될 겁니다”

이번엔 공장 담벼락 근처로 갔다. 북구의 동쪽 끝, 효문동, 양정동, 염포동에 쭉 이어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도로변 담배가게들. 이번 선거쟁점 중 하나가 ‘현대차노조의 조직표와 반발표의 대결’이다.

“아마 정갑득이 될 겁니다.” “아마 현대차노조가 미는 사람이 될 겁니다.” “아마 현대차가 될 겁니다.”

4공장문 앞에서 5공장문 앞까지 있는 담배가게 몇곳에서 나온 말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 현대차 조합원이다 보니 체감하는 것이 달랐다.

“며칠 전에 보니까 정갑득씨하고, 권영길하고 민노당 의원들 많이 왔더라고요. 민노당에서도 민다고 했으니, 박빙이라고 뉴스에는 나온다고 해도 정갑득씨가 안 되겠습니까?” 4공장문 앞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담배가게 주인이 한 말이다.

“‘정치’는 담을 넘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다.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웃기만 했다. ‘정갑득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선 답이 없었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 어떠냐’고 물어도 답이 없다. “북구에 현대차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아마 정갑득씨가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될 뿐이었다.

담벼락을 하나 넘어 일터를 가진 사람들은 담 넘어 공장 안 사람들의 문제와 자기 문제를 하나의 정치적 이슈로 묶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택시, 미장원, 세탁소, 담배가게 등은 보수정당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업종인 만큼 긍정적인 말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의 체감으로는 ‘저 사람들 뭐 하나 보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가까웠다. 기자는 16일, 담배만 10갑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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