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 재보선 시계는 오리무중. 당초 조승수 전 의원에 대한 의원직 박탈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 및 동정 심리와 여기에 유권자의 1/10에 달하는 현대차 조합원을 등에 업은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지만,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레이버투데이)>가 다섯차례에 걸쳐 울산 북구 민심 르뽀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울산북구의 재선거. 여론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기자는 ‘여론의 풍향계’ 택시기사들을 만났다.

14일 하루 동안 만난 택시기사는 총 8명. ‘누가 될 거 같냐’는 질문에 4명은 “모르겠다”고 답했고, 3명은 “민노당”이, 1명은 “윤두환이 된다”고 답했다. 8명 중 7명은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후보 이름을 인지하고 있었고, 북구에 산다는 3명 중, 한명만이 ‘투표하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에는 찍겠지만 다음에는…”

현대차에서 20년을 일하다가, 1998년 정리해고 때 “쫓겨나서” 택시를 시작했다는 한 기사. “이름은 쓰지 말라”며 편치 않은 표정을 한 말이 이거다.

“공장 나와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뭐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노조도 있고, 월급도 딱딱 나오는 곳에서 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모르죠, 한나라당 사람이 되면 아무래도 사측이 투자도 더 할 꺼니까 유리하겠고, 정갑득씨가 되면 노조가 힘을 받을 테니까 유리할 꺼고. 사실 누가 되던 큰 관심은 없습니다.”

북구 염포동에 산다는 택시기사가 서울에서 온 ‘기자’라고 하니까 질문부터 던졌다. “근데 현대차 노동자들이 정말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일노동뉴스>라고 써진 명함을 건네니까, “사정을 잘 알겠네”라면서 말을 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민노당이 될 겁니다. 현대차노조가 조합원들 조금만 움직이면 재보궐인데, 떨어질 리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되는데, 다음에는 모르죠. 민주노동당 뽑아서 눈에 보이게 좋아진 것도 없는데, 선거만 한번 더하는 셈 아닙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좀 법원이 너무했다는 여론이 있으니까 될 겁니다.”

“박빙이 될텐데, 노동계가 밀테니까 정갑득이 이길겁니다.”(이성열씨, 56세) “사실 선거고 뭐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래도 민노당이 유리할 겁니다.”(김이환씨, 48세)

답은 대략 이런 식이었다. 민주노동당이 되긴 하겠지만 흔쾌하진 않은….


"선거 이야기 하기 싫다"

개인택시 기사 김용한(45)씨. 울산에 산지는 20년이 넘었고, 택시기사 경력은 8년이라고 했다. 날씨 이야기, 도로 사정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다가 선거 이야기를 꺼내니, 진득한 표정으로 말을 아끼기 시작한다.

“윤두환이하고 정갑득이하고 팽팽하다 하대요. 뉴스에서 그렇다고 하는데, 선거는 까봐야 알죠.” ‘누굴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말 못하죠”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정갑득씨야 북구에 근로자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유리할꺼고, 윤두환씨는 전에 의원도 했으니 지역 사람들이 잘 알고, 박재택씨야 부시장도 했으니 지역 사정을 잘 아실꺼고.”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속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근로자도 자동차 사람이 다르고, 하청 사람이 다르고, 정규직하고 비정규직이 다른 건데, 어찌 될지 모르죠.”

이제 택시기사를 시작한지 한달도 안됐다는 김연희(35·여)씨는 “관심 없다”는 말부터 꺼냈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선거까지 신경쓰고 못 산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후보들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다는 모르겠고, 현대차노조 위원장이 민노당 후보로 나온 것은 알고 있다”며 ‘선거 이야기 그만하고 싶다’며 눈치를 줬다.

김이환씨는 “현대차 노조가 인심을 많이 잃었다”면서 “예전에야 서민을 대변했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렇냐”고 지적했다.

"조승수는 아깝지만…"

“조승수 깨끗한 사람인데 아깝지. 그 사람도 날리면, 국회의원 중 누가 남겠어요.”(이성열) “노동계가 나서서 빠진 한 석 채워주겠죠.”(김용한씨) 재선거의 원인이 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은 이 수준이었다. ‘진보정당에 대한 탄압’으로 인식되고 있진 않았지만, “좀 과했다” 수준의 반감은 여전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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