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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사회적 특혜가 되지 않도록
  • 박지영 민주노동당 의정정책국장
  • 승인 2005.09.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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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 안 하니? 올해는 꼭 가라”
추석 때 친척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나에게 한다.
결혼을 안 한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말이다.
결혼이 뭐길래 모든 사람들이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반대로 질문을 해 본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는데?”
‘아이는 있어야 한다’, ‘결혼을 해야 외롭지 않다’ 는 등 대답이 궁색하기만 하다.
더구나 이런 이유도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동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견고한 혈연·이성애중심의 가족

▲ 민주노동당 의정정책국장.
하지만 한국사회의 가족은 견고하기만 하다. ‘결혼’을 통해 가족을 구성해야만 비로소 한 사람의 ‘시민권’을 획득한다고 관념은 운동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흔히 ‘결혼을 안 하면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이 운동사회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조사를 하고, 문제아로 찍히면 가족 환경 조사서를 본다. 사회에 나와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서류를 준비할 때도 꼭 호적 등초본을 제출하라고 한다.

결혼을 안 하면 부모의 인적 사항이라도 제출해야 한다.

간신히 직장을 구해도 ‘가족수당’, ‘학자금 융자’ 등 ‘정상가족’에 대해서만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전세자금 융자를 받으려고 해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만 35세 이상만 가능)

이러니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실제 ‘사람’이 아니다.

지난 3월2일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실제 호주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혈연, 이성애중심의 가족’은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 속에, 대법원과 법무부가 제시하는 호적을 대신할 ‘국가신분등록제도’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러나 실제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은 50%에 불과하다. 한부모 가족, 재혼가족, 자녀를 두지 않는 가족, 별거 가족, 동거 가족, 동성애 가족, 독신가구 등 가족의 구성과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상가족’이라는 환상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찍기를 유발한다. 또한 ‘정상가족’에게만 과도하게 부여되는 특혜는 그 외 가족형태에 어떠한 사회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음으로서 빈곤을 심화시키고 빈곤탈출을 가로막는다.

다양한 가족형태 차별금지가 돼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9월21일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는 호주제 폐지에도 여전히 혈연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뒷받침하고 있는 호적제도에 대체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는 호주제 폐지의 결과가 실질적인 양성평등,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금지로 나타나기 위해서 국가신분등록제도를 ‘개인기준 목적별 편제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정상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신분등록제도 뿐 아니라 인식의 변화, 법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족 중심으로 되어 있는 상속법, 세법, 사회복지 지원제도 등도 바뀌어야 한다. 또한 배우자의 정의나 가족의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

‘호적등본’ 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 인해 더 이상 가슴에 피멍이 들거나 불이익,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결혼이 사회적 특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 되는 날이 올 것인가?

나는 “결혼 왜 안 해?”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박지영 민주노동당 의정정책국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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