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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대’ 파동, 민주노동당을 뒤흔들다
2004년 11월1일, 민주노동당 임시최고위원회에 회람된 두 장의 문서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 문건은 당 안팎에 실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당 최고위원회는 이 사건을 “폐기하고 유출하기 않기로 결정한 문서의 유출사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부적절한 표현이 들어 있던 문서가 아니었다. 당시 다수 지도부들의 정세 인식은 문건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11월5일 열린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비상결의대회.

“수구와 싸워야 한다”


11월 초 정치권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힘겨루기' 중이었다. 대정부 질의에 나온 이해찬 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발언을 한 뒤 국회는 공전 중이었다. 민주노동당은 10월20일 개혁공조 파기 이후에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11월1일 민주노동당 비상최고위원회는 당시 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치방침을 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이라는 문건이 회람됐다. 문건은 국가보안법 대치 국면에서 ‘진보개혁’의 대승적 협력을 제안했다. <상자기사1, 2 참조>

당시 최고위원회에서 제안된 이 문건은 당시 다수 최고위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래는 당시 1일 최고위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현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가. 국가보안법을 중심으로 수구세력과 전면적인 각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차별성을 통해서 지지율에 대한 고심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 이전에 당이 가져야 할 역사적 임무가 무엇인가를 새겨봐야 되지 않는가.”(김창현 사무총장)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국주도권을 한나라당이 가졌다. 이런 상황이 왜 벌어졌는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제대로 전선을 치면서 싸우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을 치는데 전선을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국가보안법이다.”(유선희 최고위원)

“당의 독자성만 지나치게 내세우려 들지 말고, 한나라당과 각을 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에 줄 선다는 것을 우려해서 양비론을 펼친다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을 두둔하게 된다. 최고위원회가 당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박인숙 최고위원)

당시 회의에서는 김종철 최고위원만이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는 포지션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 정국에서 한쪽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국가보안법은 여지가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는 덜렁 우리밖에 없다”면서 “선차적으로 국가보안법 먼저 하고, 비정규는 다음에 하는 게 안 되는 것이 우리 당의 현 주소”라고 말하며 전술적 고충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다수의 최고위원은 반한나라당 전선을 통한 국가보안법 투쟁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 10월말 경부터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가보안법 문제로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다.

필화 사건이 맞았나?


이 문건은 11월3일 <매일노동뉴스>의 보도를 시작으로 일파만파로 번져갔고, 이른바 ‘2중대 문건 파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상자기사3 참조>

그 정점은 5일 있었던 지구당위원장연석회의 자리였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연말에 예정돼 있던 ‘총진군대회’의 결의를 모으고, 연말 정국 당내 투쟁동력을 모으기 위해 지구당 위원장 결의대회와 연석회의를 잡았다. 하지만, ‘2중대 문건’으로 인해 이날 자리는 성토대회로 변했다. 그날 나온 발언들이다.

“국가보안법으로 열린우리당 밀어주기로 했나. '완전폐지' 당론을 철회한 것인가. 당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중앙위원회 결정에 반하는 것이다.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하반기 투쟁지침이 솔직한 지도부의 입장인가. 이 문건이 비밀스럽게 최고위원회에 제출된 이유는 무엇인가.”(문성진 인천 중·동·옹진지구당 위원장)

“당원들이 당혹해 한다. 총진군 출발 시점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열린우리당 2중대'로 가는 것이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을 어떻게 당원들에게 설명할 것인가.”(허경도 대구달성지구당위원장)

이에 대한 김혜경 대표와 김창현 사무총장의 답은 이랬다. “논의 중 참고자료로 회람한 것 이상이 아니다. 회람 후 폐기하자고 한 것이다.” <상자기사2 참조> 사건의 본질을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아닌 ‘필화(筆禍)사건’으로 돌린 것이다. 또한 “폐기하기로 한 문건의 유출사건”(김창현 사무총장)으로 전환됐다.

▲ 당시 정국은 국가보안법 이외에도 여러 현안들이 몰려 있었다. 사진은 공무원노조 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나도 문건의 피해자(?)다”


위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공계진 사무부총장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었다. 만일 이것이 '필화' 사건이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은 공 사무부총장에게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공 사무부총장은 당으로부터 주의 이상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는 곧 이 '파동'의 본질이 '필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당시 문건 파동은 나로써도 아쉽다. (당내 논쟁으로도) 한번 제대로 붙어볼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엉뚱하게 문제가 번지면서 제대로 된 토론을 하지 못했다.”(김창현 사무총장)

맞는 말이다. 정치적 책임의 문제는 멀어지고, 마치 2005년 여름에 벌어진 ‘X파일’ 정국에서 ‘불법도청 문제’만 시끄러워진 꼴과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 민중의 독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창당돼, 전세금 빼가며 지역조직을 만들어 온 민주노동당이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물으며, 민생에 가까운 정치를 내세우며 2002년 대선을 치렀던 민주노동당이다.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어렵게 유지하며, 탄핵정국의 위기를 넘어 원내진출을 성공한 민주노동당이다.

▲ 지난해 11월 초 국회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치정국 속에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첫 원내진출의 첫 정기국회에서 갑자기 ‘진보개혁’의 연대전선을 내세우며, 당의 독자노선을 잠시 접는 것을 “역사적 책무”라고 결정했다.

이것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 왜 정치적 패착인지는 2004년 연말에 극명히 드러나게 된다. 2005년 9월 현재 민주노동당의 상황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2중대’라는 말에 당은 '발끈' 했지만 '발끈' 한 쪽도 '발끈' 할 이유가 없다며 '문건유출' 사건으로 튼 쪽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자기사 ①> "최고위 회의록 조작 가능성 있다"
2004년 11월1일, 최고위에 회람된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 문건, 즉 ‘2중대 문건’으로 민주노동당은 내홍을 겪었다. 이후 김창현 사무총장은 11월5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유출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폐기하기로 한 문건이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김혜경 당대표도 “표현에 문제가 있어 폐기하고 유출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무총장은 “문서 유출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사과까지 했다.


과연 11월1일 민주노동당 비상최고위원회는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 문건을 폐기했나? 또한 유출하지 말 것을 결정했나? 그렇지 않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폐기와 유출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로 김창현 사무총장은 당기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이 건은 서울시당기위를 거쳐 현재 중앙당기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문건을 검토하였으나,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삭제와 폐기를 언급”(서울시 당기위원회 징계결정문 중 피제소인의 소명의 일부)했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이건 사실일까.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은 부분이 회의록을 정리하며 삽입됐으며, 이것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2중대', '유출'에 이어 세번째로 '회의록 조작사건' 파동까지 발생했다.


▲ 11월5일 열린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비상결의대회가 끝난 후 열린 연석회의에서 지구당 위원장들은 '2중대 문건'과 관련해 최고위원회를 집중 성토했다. 이때 김혜경 대표와 김창현 사무총장은 "폐기된 문건이 유출된 것"이라고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말했다. 과연 그것은 사실일까.

회의록 초안과 공개된 회의록은 다르다



11월1일, 비상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당시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서 일하던 기자는 회의록 초안을 파일채로 받아왔다. 기관지인 <진보정치>가 취재 편의를 위해 회의록을 먼저 받는 것은 일종의 ‘관례’였다.


그리고 5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장에서 있은 참가자들의 '성토'에 대해 당대표와 사무총장은 “폐기된 문건이라 유출하지 말기로 한 문건”이라고 답했다. 다음날인 6일에는 임시최고위의 회의록이 당 홈페이지를 통해서 인터넷에 공개됐다. 공개된 회의록에는 “국가보안법폐지와 더불어 형법보안 등을 존치시킨다는 표현, '열린우리당의 이중대라는 비난을 받아도'라는 표현은 삭제돼야 한다. 이 문건은 공식문건이 아니다. 따라서 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다.


8일, 몇몇 실장급 당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1일 최고위에서 ‘폐기’할 것과 ‘유출하지 말 것’에 대한 언급이 없지 않았냐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한 당직자가 <진보정치>가 회의록 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진보정치> 사무실로 뛰어 왔다. 비교 결과 <진보정치>가 입수한 회의녹취록 초안에는 "삭제돼야 한다", "공식문건이 아니다"와 "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부분이 없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회의록과 ‘윤문’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정리과정에서 삽입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2중대' 발언에 '발끈'한 사람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회의에 참석 또는 참관했던 복수의 인사가 “당시 회의에서 ‘유출하지 말자’, ‘삭제하자’, ‘공식문건이 아니다’ 등의 내용이 들어간 언급을 사무총장이 하지 않았다”고까지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당시 회의를 참관했던 한 당직자의 수첩에서도 “적절치 않은 표현이 있다”(회의록에는 “없어될 표현”이라고 적혀 있다)는 내용까지만 적혀 있었지, 추후 삽입된 부분은 메모돼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그 역시 “당시 총장의 발언에서 삽입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에 사무총장은 폐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회의록 초고
"발언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문건에 없어도 될 표현이 있다. 존치시킨다 하더라도 "2중대"라는 표현은 없어도 된다. 세게 표현해서 하자는 것 같다. 그것은 마음이 중요하다. 뭐가 차이가 있냐 생각드냐면 어렵다."(회의녹취록 초고)


"발언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도부와 의원단 모두 터놓고 이야기하자. 정치지도부가 민중과 역사 앞에, 당원 앞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문건에 없어도 될 잘못된 표현이 있다. 국가보안법폐지와 더불어 형법보완 등을 존치시킨다는 표현, 열린우리당의 이중대라는 비난을 받아도라는 표현은 삭제되어야 한다. 이 문건은 공식문건이 아니다. 따라서 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게 표현해서 하자는 것 같다. 그것은 마음이 중요하다. 뭐가 차이가 있냐 생각드냐면 어렵다."(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의록)

또한 당시에 회의 서기를 담당했던 당직자는 “모든 발언을 받아 적진 못하겠지만 결정사항이나 중요한 언급을 빼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초고에 없는 사무총장의 발언을 서기의 실수로 놓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부분은 언제 삽입된 것일까. 최고위 회의록은 일반적으로 사무부총장과 사무총장의 순으로 확인을 거쳐 공개된다(당규상으로는 사무총장과 최고위 의장이 최종서명하게 돼 있다). 1일 임시최고위 회의록도 이 절차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무부총장은 ‘삽입’된 과정에 대해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폐기를 결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5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결의했다고 믿고 있었다”면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결의하진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 현장에선 필히 유출자를 잡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삽입된 부분에 대해선 “(당직자들이 전문 속기사가 아닌 만큼) 회의록을 작성할 때 모든 말을 다 받아 치지는 못하니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내용이 늘어난다”면서 “당시에 (삽입된 부분을)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11월5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직전에 개제된 김창현 사무총장의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문건 내용과 관련해 “표현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은 있지만 내용을 삭제했다거나, 폐기했다거나, 유출하지 말 것을 결정했거나 지적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이는 <진보정치>가 입수한 회의록 초고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당시에 회의록 조작 의혹을 처음 인지했던 당직자는 “한창 싸움이 와중에 자칫 최고지도부의 사퇴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진보정치> 내에서도 ‘기사화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비슷한 이유로 기사화를 접었다.


옹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다시 상황을 정리해 보자. 1일 최고위는 문제의 문건 폐기를 결정하지 않았다. “폐기된 문건”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5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였다. 김 사무총장이 (폐기를 결정했다고) “착각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회의장에서 “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회의에서 지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회의록 정리 과정에서 삽입된 것이 확실하다. 또한 삽입된 부분은 “사무총장이 회의장에서 하지 않았던 말”이라는 것을 복수의 참석·참관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폐기됐다"는 김창현 사무총장의 발언은,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지구당위원장들이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서, 나왔던 것이다.

<상자기사 ②> ‘이중대 문건’이란?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 문건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차떼기’ 발언 이후 공전되던 국회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서였다. 작성은 공계진 사무부총장이 담당했고, 최고위 회람 이전에 김창현 사무총장에게 보고·검토된 문건이다.


이 문건은 국회공전 사태를 “현상적으론 정국주도권 확보을 위한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이전투구’”이지만 “본질은 개혁 추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수구보수세력의 ‘준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위 ‘개혁입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대승적 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열린우리당과 전술적 협력은 필수”라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양비론적 시각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집중 폭로해가야 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이 문건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경우 나타날 문제점들은 지난 탄핵반대 투쟁의 경험을 예로 들며 “대승적 행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탄핵 시 적극적인 탄핵반대투쟁으로 당이 손해 본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의 표를 당으로 견인하여 제3당으로서의 도약을 가져 왔다”면서 “당 대응의 기본 방향은 정략적이어선 안 되고 역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비록 형법으로 ‘상당부분’ 존치(열린우리당의 당시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당론-편집자 주)시킨다 하더라도 역사적인 사건, 발전”이며, “‘열린우리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발전의 견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대승적인 행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문건의 내용 가운데 "열린우리당 2중대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형법으로 상당부분 존치시킨다 하더라도" 등의 내용은 상당한 논란이 됐다.


또한 탄핵 국면 시 민주노동당의 기본 전술은 ‘보수정치 공동의 책임’을 통한 '진보 대 보수 구도 만들기'였다. 이미 지적했듯이(연재 6회, <매일노동뉴스> 8월23일자) 탄핵은 민주노동당에게 위기였지 기회가 아니었다. 당시에 중심을 잃었다면, 4·15 총선의 성과는 요원했을 것이라는 게 탄핵이 민주노동당에게 남긴 교훈이었다.

<상자기사 ③> '유출'은 어떻게 됐나?
11월1일, 최고위가 끝난 뒤 <최근 정국현안에 대한 대응>문건은 회수되거나 폐기되지 않았다. 그런 결정을 내린 바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당시 “폐기를 결정했다”고 주장되는 그 문건을 당일 ‘입수’했다. 사실 ‘입수’했다기보다 회의장에서 주웠다. 어렵게 훔친 게 아니다. 회의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던 시점 즈음에 테이블 위에서 문제의 문건 몇장이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최고위는 '유출한 자'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굳이 그 문건의 ‘확산 경로’를 따지자면 이렇다. 당시 원재철 정책기획국장은 최고위를 참관한 이후 이 문건을 의정지원단 이영태 원내기획국장에게 전달했다. 이영태 국장은 당일 오후에 있었던 의정대책회의(각 의원실의 수석보좌관들이 주1회 여는 회의)에서 이 문건을 복사해 참석자들에게 배포했다(이것으로 두 사람은 유출 당사자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10명의 정책수석이 각각 8명씩 근무하는 의원실로 이 문건을 들고 갔다는 것은 사실상 ‘세상에 뿌려진 것’과 다르지 않다.


이틀 뒤인 3일, 이 문건의 전문이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고, <매일노동뉴스>가 확인 절차를 거쳐 보도했다.


정책기획국장과 원내기획국장은 원외 지도부와 의원단의 회의자료와 각종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탓하는 것은 당의 시스템 상으로 맞지 않는다. 물론 이들은 (본인들도 인정하듯이) 이 문건의 파장력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정치적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 만큼 (이후에 벌어진 건설적이지 않은 분란까지를 고려한다면) 좀더 조심스럽게 정보를 유통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면책'이 되기는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당의 정체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문건이 부적절하게 회람되거나 유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파장을 염두하고 문서를 유통시켰다는 ‘의심’도 사고 있는데, 그것이 ‘분쟁도 정치’라는 측면에서 도덕적으로 바른지 아닌지는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당직자들의 책상 위에 당의 비밀들이 굴러다닌다는 사실이다. 대외비 문서에 대한 규정도, 문서의 보안등급도, 회의록의 공개 등급도 없이 마구 정보를 유통시키는 당의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보완 및 수정돼야 할 것이다.


당내 문제로 (당에 해가 될 수 있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회의록 조작 의혹을 받는 것, 폐기했는지 안 했는지도 부정확한 상태에서 사무총장이 지구당위원장들에게 단정해서 말한 것 등등은 민주노동당이 최소한의 안전판도 가지고 있지 않은 데서 온 문제일 수도 있다.

<인터뷰>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제실장
“개혁공조가 ‘2중대 파동’ 불렀다”
“의원단 신성불가침 아니다…독자노선은 존립근거”
김정진 민주노동당 법제실장은 ‘4대 개혁공조’가 ‘2중대 파동’을 불러들였다고 주장해왔다. 2중대 파문의 진원지는 원내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민주노동당의 독자노선 유지는 국민적 명령이며 당의 존립근거”라는 말은 여러 차례 강조했다.


- 개혁공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확언컨대, 4대개혁 관련한 민주노동당의 열린우리당과 공조는 당의 존립근거와 불일치하는 것이었다. 당의 지지기반을 축소시켰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었다. 말이 사안별 공조지 열린우리당 친화적 사안별 공조였다.”


- 하지만 한나라당과도 사안에 따라 공조를 해오지 않았나.
“한나라당과 공조는 한나라당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부분을 잡고 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공조는 그들의 사활적 이해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만큼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과 공조를 기억하지 못한다.”


- 개혁공조가 ‘2중대 파동’을 불러왔다는 근거는 뭔가.
“비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선거 시기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빈곤과 양극화를 해결하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사회경제적 권리를 해결하라는 명령이었다. 그건 하지 않고 거의 모든 역량을 개혁관련 사안에 쏟아 부은 것이 문제다.


원내의 거의 모든 역량이 개혁공조에 집중됐다. 기본 방향을 그렇게 잡았으니까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원외 지도부의 과도한 주장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2중대라는 표현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올인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개혁공조가 국가보안법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과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개혁 사안을 아예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 맛 들이면 그것만 하는 정당이 된다. 그럼 민주노동당에 무슨 존재 의의가 있겠는가. 독자정당으로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독자노선을 잡지 못하면 당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3당은 10년을 가지 못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변화하고 성장하며, 독자적인 활동영역을 잡지 못한다면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 정국의 흐름에 반응하는 것도 대중정당의 몫 아닌가. 독자 영역을 부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총선 이전의 당의 상황과 비교해 봐라. 2003년 통틀어서 9시 뉴스에 5번 나왔다는 말도 있다. 그것도 ‘한편 민주노동당은…’이런 식이었다. 상가주택 임대차 운동, 학교급식운동 등 지속적인 전국적 운동은 중요한 당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원내 진출 이후에는 그런 자세가 사업에 반영되지 않았다. 갑자기 총선에서 표를 얻고 유명해진 뒤에는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독자정당을 꾸려왔는지를 잊은 것 같다. 사회경제적 권리를 구체화 할 의무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 의원들에게 있었다. 그걸 지레 포기했다. 당에 대한 철학적 인식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 민주노동당의 정책준비 정도가 부족한 것도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지난해의 경우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30~40% 정도였다. 사립학교법, 과거사, 언론개혁에 대한 지지도 50~60%였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문제는 80~90%의 국민적 지지가 있었다. 국민적 갈망과 욕구가 지난해 (부족하나마) 종합부동산세를 만들게끔 했다. 민주노동당은 안만 발의했지 선전도 홍보도 안했다. 법안 발의로만 끝났다. 우리의 독자노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민주노동당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쉽지 않겠지만 아예 언론에 안나올 때도 우린 했다.


또 민주노동당의 의제들을 여당에서 많이 받았다. 종합부동산세의 실거래가 과세원칙과 참여예산제 등은 민주노동당이 주장해온 것이지만 여당쪽에서 가져갔다. 우리가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한 것인지,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부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것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난해 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한 발언을 보면 우리 독자적인 의제와 관련한 것이 거의 없다. 철학적 확신의 부족일 수 있다. 정치부 기자의 눈에 맞춰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국민의 눈을 의식한 정치를 해야 한다.”


- 의원단의 활동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당시 최고위의 ‘2중대 문건’은 표현의 과도함만 제외하면 의원단의 태도와 뭐가 달랐냐. 내용이 뭐냐가 중요하다. 원내의 개혁공조 테이블에 올라갔던 내용은 (최고위에서 거론되던 것과) 달랐나? 원내외가 같이 갔는데, 왜 최고위에만 비판이 집중됐나? 의원단에 대한 비판은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올해 들어선 그래도 당의 지도력이 안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정당은 조용하면 안 된다. 비정상적인 상태다. 의사소통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보수정당조차도 시끄럽다. 그게 활력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이 안정됐다는 의미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견상의 안정이 당의 노선과 진로를 찾아가는 걸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정용상 기자  ysjung@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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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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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지않은글 2005-09-21

    "정책기획국장과 원내기획국장은 원외 지도부와 의원단의 회의자료와 각종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사람들이다."이라고 하면서 왜 "당내 문제로 (당에 해가 될 수 있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문제 삼죠? 모순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언론플레이'라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 아닌가요? 당연히 공개해야죠. 당직자든 아니든... 매일노동뉴스 실망했습니다.   삭제

    • -_-;; 2005-09-21

      씨불넘덜/ 기사에는 천영세의원이 비정규직을 뒤로 미루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뒤로 미룰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지요.   삭제

      • 씨불넘덜 2005-09-21

        어째 하는 지꺼리들이 모두 동부스럽냐,
        내 그럴줄 알았다. 국보에 올인할때 부터, 청년 학생 동원령내려 단식하게 만들고
        천영세 씹세 하는소리봐라. 비정규직을 뒤로 미루자고?   삭제

        • 책임자처벌 2005-09-20

          김창현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 거짓말 한 것도, 국보에 올인한 것도.   삭제

          • 푸허허 2005-09-20

            이 사건 당시 어이없었던 에피소드 한가지.
            경기동부연합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민중의소리"는 이 문건의 내용에 대한 코멘트는 한마디도 없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왜 문건을 틀킨거냐"라는 말이었음 푸하하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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