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6부제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 6월10일부터 광주시청 앞에서 80일이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택시연맹 광주지역본부를 찾았다.

8부제는 7일간 일하고, 하루를 쉬는 운행시스템을 말한다. 과거 차량 10부제 운행처럼 차량 번호판 끝자리가 1인 사람이 1일 쉬게 되듯이, 각 택시마다 1부터 8까지 번호를 정해 해당되는 날 쉬게 되는 것. 광주본부는 현재 8부제로 운행되고 있는 광주시 법인택시 부제를 6부제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8부제로 운행할 경우, 실질적으로 택시노동자가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 택시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12시간씩 맞교대. A라는 노동자와 B라는 노동자가 한조가 돼 C라는 차량을 운행할 경우, A 노동자의 이번주 운행 시간은 오후2시부터 새벽2시까지라고 예를 들어보자. 1일 오후 2시부터 7일간 일을 할 경우, 8일 새벽2시에 일이 끝나게 된다. 일을 마치면 차량 정비 등을 마치고 B라는 노동자와 교대를 하게 되는데, 이때 A노동자는 교대시간이 바뀌어 8일 오후2시 다시 근무에 들어가게 된다. 실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도 보장되지 않는 셈.


이렇다보니 과다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부족으로 택시운전자들의 과로는 물론 스트레스가 증가해 안전사고의 위험은 물론 택시노동자들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와 민택 광주전남지역본부, 조선대학교 이철갑 교수가 택시노동자의 건상실태를 조사한 결과, 장시간노동과 각종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뇌경색,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각종 근골격계 질환, 전립선염, 시력감퇴, 디스크 치질 등 80% 이상의 택시노동자가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439명 가운데 29%인 127명이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하는 점 때문에 소변 등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는 등 만성전립선염 증상을 호소했다. 또 응답자의 72.3%가 손목과 팔목, 어깨 등에 통증을 느끼는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년간 11명의 산재 환자가 발생, 6명이 산재요양 승인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8부제를 6부제로 변경해 휴식시간을 확보할 경우, 택시노동자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택시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또 법인택시의 사고율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국택시공제조합 통계<표1 참조>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택시 교통사고율은 40.9%로 2003년 36.3%에 비해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광주시 법인택시의 교통사고 건수는 2003년 1,224건에서 1,413건으로 15.4% 증가, 전국평균 교통사고 증감율 13%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통사고율도 2003년 34.8%에서 40.2%로 5.4%나 증가해 7대 도시 중 서울시 다음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한 피해인원도 2003년 1,873명에서 2004년 2,230명으로 19%나 급증해 전국평균 13.9%보다 무려 5.1%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법인택시 교통사고 증가 현황
구분공제조합교통사고건수교통사고율 (%)피해인원 (사망+부상)
 가입대수2003년2004년증감2003년2004년증감2003년2004년증감
광주3,513 1,2241,41315.4%34.840.25.4%1,8732,23019%
전국90,442 32,73637,00013.0%36.340.94.6%50,67557,72313.9%

민택 광주지역본부는 “광주시 법인택시 5대 중 2대 이상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하루에 광주시민 6명 이상이 법인택시의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광주시 법인택시의 문제가 광주시민의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전락되고 말았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년 승객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법인택시는 오히려 늘어 매일 사납금 7만5,000원을 채우기 위해 과속운전, 신호 무시 등 무리한 운행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지난 95년부터 8년간 택시승객 감소율이 전국평균(연평균 0.98%)의 9배가 넘는 9.18%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4월 광주시 택시요금이 19% 인상된 뒤에는 이용 승객이 급속도로 줄어 2001년 1억9,500만명에서 2002년 1억2,340만명, 2003년 6,030만명으로 2001년에 비해 1/3 정도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택시 증가율은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높아 최근 8년동안 전국평균(연평균 1.73%)보다 2배나 높은 2.51%를 기록했다. 승객은 감소하는데, 오히려 택시는 증가해 택시노동자들은 더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된 것.


민택 광주지역본부는 “택시요금 인상에 따라 타 운송수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데다 자가용이 급증해 결과적으로 승객을 감소시킨 요인이 됐다”며 “택시 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의 인상으로 서비스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8부제를 6부제로 변경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승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택시증가율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감차 효과까지 발생한다는 게 광주지역본부의 주장이다.

또 계속되는 법인택시의 증가는 택시업체의 불법 행위를 낳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의 법인택시 차량 대수는 지난달 1일 기준, 총 3,511대. 이에 비해 택시노동자들의 수는 3,700여명, 미발령자 700여명을 합치면 4,400여명에 그친다. 택시 1대당 2인이 교대로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7,000명의 택시노동자가 확보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 따라서 1인1차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1인1차제는 위법이며, 1인1차 운영 운전자는 하루 15~17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1일당 8만원~8만7천원의 사납금을 납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시 사고 비용 처리 역시 모두 운전자에게 부담된다. 그러나 광주지역본부는 6부제를 운영하게 되면, 1일 146대의 감차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1인1차제의 폐해도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효과가 있음에도 부제 변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광주시는 노사협의를 통해 6부제에 합의하지 않으면 부제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청 대중교통과 한 관계자는 “사실 시에는 부제 변경 권한이 없다”며 “노사합의로 하지 않으면 시에서 일방적으로 부제 변경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 훈령 제371호 제9조 택시제도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에 따르면 “관할관청은 차량정비 및 운전자의 과로방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택시의 부제를 두어 정기적으로 운휴토록 할 수 있다. 다만, 일시적인 교통수요의 증가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노조의 부제조정에 관한 질의에 대해 지난 7월13일 건교부도 시장권한이라고 회신했다.


광주지역본부는 특히 “광주시내버스가 파업을 할 경우, 시에서 노사합의 없이 법인 및 개인택시의 부제를 해제한 바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에서 부제 변경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택시노동자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광주시에서 6부제 변경을 할 경우, 택시업체들의 심한 반발을 살 것이 두려워 부제 변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택시업체들로서는 1인1차제 등으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8부제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

8부제의 경우, 택시노동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73.7시간, 연간 휴일은 45.5일뿐이지만 6부제로 변경할 경우 주당 근로시간은 70시간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연간 휴일이 60.8일로 확연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택시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무리한 노동, 택시업체의 수익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부제 변경, 어느 곳에 더 무게 중심을 둬야할지 시의 합리적인 결단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7대 도시 법인택시 부제 운영 현황
광주 유일하게 8부제 … 대부분 6부제 운영하거나 추진 중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7대 도시 중 8부제를 운행하고 있는 곳은 광주시가 유일하다. <표 참조>


‘7대 도시 법인택시 부제 운영 현황’
           구분
부제현황만근일수비 고
    도시
서울부제없음30일/25일, 31일/26일6부제 신설 추진 중
부산10부제30일/25일, 31일/26일10월 6부제 변경 예정
인천12부제30일/25일, 31일/26일6부제 추진 중
대구6부제30일/25일, 31일/26일 
광주8부제26일6부제 요구 중
대전6부제30일/25일, 31일/26일 
울산6부제25일 

서울은 부제가 없으며, 부산시는 현재 10부제로 운행되고 있으나 다음달 1일부터 6부제로 조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12부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6부제 변경을 추진 중이며, 울산시와 대전시, 대구시 등은 모두 6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법인택시의 부제를 현행 10부제에서 6부제로 조정키로 했는데, 부산시가 6부제로 부제를 변경한 데에는 택시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컸다. 부산지역 단위택시노동조합협의회 등은 지난 8월부터 법인택시의 6부제 시행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청앞 집회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6부제 전환을 요구해 왔다.


또 대구시와 포항시 등은 지난해 시장 직권으로 택시부제를 8부제에서 6부제로 변경한 바 있다.


또 만근 기준일도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은 30일까지 있는 달과 31일까지 있는 달에 차이를 둬 전자엔 25일, 후자에는 26일을 적용하고 있으나 광주시는 이와 상관없이 26일 만근을 채우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말한다
“부에(화)가 난당께”

“이제는 택시에 타기만 해도 부에(화)가 나브러. 부에가 난당께. 돈(사납금) 채울라믄 지금도 일해야 되는디 운전대만 잡았다하믄 머리가 어질어질허고, 오늘은 비올라고 헝께 팔 다리가 다 쑤셔서 일을 못하겄어.”


30년 가량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한치술(가명) 조합원이 농성장을 찾아 꺼낸 말이다. 8부제 하에서는 1주일마다 일해야 하는 시간대가 바뀌기 때문에 거기에 적응할 만한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고, 그래서 건강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는 것.


택시노동자들은 잠재적으로 근골격계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여러 택시노동자들로부터 나온 말이다.


“교대근무다 본께 밤낮이 바뀌는 게 제일 힘들지라. 보소. 사나흘 정도 지나고 나믄 닷새쯤 되는 날에는 목이랑 어깨죽지가 아주 안 저린데가 없소.”


택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김재환(가명) 조합원이지만 그 역시도 몸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차에서 일단 내려오믄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머리가 핑 돌아. 하루 내내 12시간 동안 앉아 있어봐. 거의 철인이라고 해도 안 아플 수가 없당께. 전에 한 운전기사는 나이도 서른여섯밖에 안 묵었는디 신호대기 상태에서 그대로 죽어부렀어. 글고 정신이 몽롱해븐께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댑따 박아서 사고 나는 것도 수두룩하당께.” 한 조합원의 말이다.


8부제를 운행함으로써 겪게 되는 일들을 듣고 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때로는 한탄조를 때로는 분노조를 여기 저기서 이야기를 터뜨렸다.


“나는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보요. 일은 택시 운전기사가 다 허는디, 그 돈을 회사가 다 쳐묵어 버리는 데가 어디 있소. 완전 첨부터 착취구조요. 나는 조금 극단적인지는 몰라도 모든 택시는 다 개인택시화 해야 된다고 생각허요. 그래야 아무 문제도 안 발생허요. 자기 택신디 죽을만큼 일을 하겠소. 허구헌날 사납급 채울 걱정을 허겄소. 택시회사는 첨부터 운전기사들 노동 착취할라고 만들어진 것밖에 안돼요.” 비교적 젊은 조합원이었는데 열을 내면서 얘기하고 금방 자리를 떠났다.


법인택시의 개인택시화, 어이없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비현실적인 얘기도 아닌 것 같다. 전액관리제 위반(사납금제), 도급제 등이 온갖 택시업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


“우리는 12시간 허지만 1인1차 허는 사람은 16, 17시간을 일해.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17시간을 꼬박 일하는겨. 그러니께 일하다 졸아서 사고가 많이 나제. 그래놓고 그 사람들은 사고비도 회사에서 안줘. 다 지들이 내야 되는겨. 근데도 돈이 없응께 딴데서 할 일이 없응께 그냥 일하는겨.” 10년 넘게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박일원(가명) 조합원의 얘기였다.


“운전하다보면 진짜 욕이 절로 나오요. 맴(맘)이 편해야 쓰는데 그게 안되니께. 오래된 차는 LPG 가스 냄새도 많이 나고, 다른 차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때문에 편할 날이 없구만이라. 야간에 운전할 때는 라이트 때문에 시력이 다 떨어져부요. 나가 첨에 일 시작할 때는 눈이 2.0이었는디 얼마전에 재보니까 0.8까지 떨어졌드만.” 한 조합원의 얘기였다.


“뭐. 이런 것도 애환인지는 모르겄소만 12시간씩 일하다봉께, 친구들도 못만내고, 가족들하고 있는 중요한 자리에도 맨날 빠지게 되고 헝께 아조 외돌톨이가 되부요. 근다고 친구들 만내고, 가족들 모임에도 참석할랑께 잠을 못자니께 운전을 할 수가 있어야제라. 그래서 이 모임, 저모임 다 빠지고 그러고 사요. 그래도 정 빠지면 안되는 가족 행사에는 내돈으로 사납금 맨들어서 내고 쉬어야 허요.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소?” 박 조합원의 넋두리다.


12시간 교대근무, 얼핏 다음 일에 들어가기까지는 12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돼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거의 전액관리제가 유명무실화된 택시현장에서 사납금을 맞추려다보면 12시간을 훨씬 넘겨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고 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을만한 주휴일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택시노동자들은 건강의 위협에 시달리며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래도 일하러 나가봐야제. 수고들 허씨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합원들이 하나, 둘 농성장을 떠났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승객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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