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여성의 권리 : 글로벌 남녀 불평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평등 지수는 세계 58개국 중 54위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의 정치, 경제활동 수준으로 평가하는 유엔의 여성 권한척도 또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 인구 1,000만명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의 비중은 커졌다. 지난해 8월 현재 여성노동자의 69.2%가 비정규직이며, 모든 연령층과 전 산업에 걸쳐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기혼여성의 경우는 80%가 비정규직이다.

또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21.0%이고, 남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7.0%로 여성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생활보호 및 국민기초보장 가구원수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1년 53.4%에서 2002년 58.1%로 늘었다.

게다가 여성 폭력 사건은 여전하며 출산과 육아문제 등은 법적, 제도적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의 현주소

16대 국회까지만 해도 5%대에 머물러있던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이 17대 국회에 와서 13%를 넘어서면서 이러한 여성들의 기본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생활정치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여성 참여는 1995년과 1998년에는 2.2%에 머물렀고 2002년에도 3.4%에 그치는 등 여전히 극소수이며 증가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

물론 17대 국회에서의 모습은 양적인 증가로 인해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슈가 주어지면 항상 협력을 해오는 것은 아니지만 소극적 협조까지라도 취한다. 호주제 폐지가 그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개원한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성노동권 확보 문제, 여성빈곤 문제 등 여전히 여성들의 삶은 변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여성 정치인의 양적인 증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증이 된 셈이다.

여성가족부의 출범의 한계는

1998년 2월 대통령 소속 하에 여성특별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2001년 여성부 신설을 하였으며 지난 6월 말에는 여성가족부가 출범되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는 많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의 문제를 비롯하여 빈곤층 여성,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비혼 여성 등 소외계층 여성들의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

좀 더 진일보한 여성정책의 집행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처음 여성부가 신설되었을 때의 기본 취지에도 나와 있듯이 정부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여성업무를 일괄해서 관리·집행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활성화 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확고히 할 때, 성불평등 문제를 여성들만의 고유한 문제로 간주하고 여성에 대한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차별을 제거하고자 하는 소극적 ‘여성정책’, 법·제도·기구의 재편에 초점을 맞추는 외형상의 성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여성문제 해결은 여성만이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노동시장과 가족구조의 변화는 고용불안정과 고실업을 낳고 있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의 증가는 남성은 부양자로서, 여성은 양육자로서의 위치를 고정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만연해 있는 여성문제는 비단 여성들만의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가족유지의 신념, 인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한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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