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주인 없는 회사여서 망했다거나 강성노조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데 기아차 부도에는 삼성이 깊숙이 개입했다.” IMF 환란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지난 97년 11월 기아자동차 부도사태에 삼성이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준호 기아차노조 상임지도위원은 18일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삼성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 위원은 “삼성그룹은 95년 무리한 삼성자동차 진출 이후 독자회생이 불가능해 보이고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다가오자 97년 기아차 인수분위기와 여론 조성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공고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당시 삼성그룹 기획홍보팀이 작성했다는 ‘신수종 사업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서’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또 삼성그룹 비서실이 작성했다는 97년 4월 작성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개편의 필요성과 정부의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도 기아차 인수 계획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생명과 종금사 등을 통해 일시에 5천억원 이상의 자금회수(결제어음)를 시작했고, 93년에 삼성차 부산유치 위원장을 지낸 강경식씨가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기아차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해 법정관리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아차가 최종 부도나면서 우리사주 소멸은 물론 1만7천여 협력업체가 연쇄부도를 맞았고 130만명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쫒겨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X파일로 드러난 삼성의 기아차 인수를 위한 전방위적 금품살포는 국가경제는 외면하고 사리사욕에 어두운 정부와 삼성의 추악한 치부”라며 “무노조와 탈세, 세습, 매수와 횡령 등 온갖 추악한 범죄의 온상지인 삼성일가의 봉건왕국을 개혁하지 못하면 나라의 건강한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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