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양대노총의 오는 21일 노동위원회 탈퇴 선언. 정부와 노동계의 싸움이 날이 갈수록 해결의 방향을 열기보다는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계가 국면전환용 정치싸움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노동계는 노동부 장관 및 청와대 노동라인 개편을 요구하며 정부의 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과연 어떻기에 노동계는 이같은 요구를 하며 전면전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지난 15일에는 이에 대한 학술,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심포지엄<사진>이 열렸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의 결론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즉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었다. 심포지엄에는 10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방방곡곡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호가

‘노무현 정권의 사회정책과 비정규직’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에서는 과거나 현재나 사회정책의 이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국가적 부의 극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분배가 가능하다는 개발독재의 논리와 개인의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자유주의, 시장은 불균등과 불평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가 결합돼 있는 사회”라며 “오직 경제회복 혹은 시장경제 활성화라는 막연하고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도 모르는 대안으로 약자와 빈곤층을 설득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경제적 실리가 압도할 수밖에 없게 돼 있고 실제로 노동, 복지, 교육 정책의 모든 가치와 이상은 경제적 가치에 종속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빈곤층”이라고 지적했다. “사상최대의 빈부격차, ‘광기’에 가까운 집값상승과 무주택 서민과 중간층의 좌절감,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신음하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민주화라는 것이 어떻게 환멸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 정부는 너무 잘 보여주고 있으며, 문민정부 참여정부라는 것이 약자, 빈곤층, 노동자에게는 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 지금처럼 실감이 나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그는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비정규직의 양상, 즉 사용자로 하여금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환경 중의 하나로 기존의 경쟁력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바로 현 정부 들어서 대통령, 노동부장관 등이 구사한 강성노조, 대기업 노조 책임 담론을 꼽았다.

희망 상실한 인구가 절반, 경쟁력은 없다.

그는 “오늘의 노동시장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를 주로 지목하고 있는 이러한 담론은 부분적으로는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담론은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의 선택은 하나의 독립변수이기 이전에 그 자체가 종속변수라는 점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과 같이 사회임금이 거의 없고, 기업이 주는 임금이 오로지 생계를 지탱시켜 주는 현실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선택은 오히려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 그는 “이들이 도덕군자가 아닌 한, 이들의 행동은 한국의 낮은 사회적 안전망 수준과 복지수준이 낳은 종속변수이지 그 자체가 사용자의 행동과 같은 반열에서 평가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라며 “방방곡곡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구호가 넘치고, 온 도시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구호가 넘치는데, ‘기업하기에 불편한’ 정규직 고용 보장의 논리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같은 일들에 대한 책임은 신자유주의 신화를 자신의 실제 처지 이상으로 과장하고 퍼뜨리고 있는 대기업의 경제·사회적 장악력 때문이며 이를 견제하며 지속가능한 국가와 사회의 비전을 준비하고 있지 못한 참여정부의 준비부족과 안일함에 있다”며 “특히 참여정부는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인사 몇몇을 정부 내에 포진시킨 것을 두고 참여정부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이나 경제학자, 언론사 데스크 등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비정규직의 일터에 가서 이들과 대화를 해 본다면 문제의 본질과 처방에 대한 기본 방향을 숙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상실한 사람이 노동인구의 반을 넘어서는 나라에서 무슨 경쟁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반문으로 말을 맺었다.


신자유주의에서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는 불가능

이어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발제에 나선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도 “노무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를 동시에 추진해 왔지만 결국 이룬 것은 전자뿐”이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권의 임기 절반을 채우고 있는 지금,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뤄졌으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실패했다”며 “결국 ‘자본가만 잘사는’, ‘자본가만 따뜻한’ 나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못사는’, ‘추운’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배타적 자본의 국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교수는 “이 두 가지 개념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이 김대중 정권에 이어 추진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모델, 즉 주주자본주의 모델 하에서는 불가능한 조합”이라며 “경제위기는 극복됐으나 불평등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면서 시민들의 기대감은 커졌으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에서도 나타나듯이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독일, 스웨덴 등 ‘조정시장경제’가 아닌 미국, 영국 등 ‘자유시장경제’”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대처식’의 탄압을 노동계에 가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키도 했다.

그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 추진에 따라 앞으로 노정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노동계와 진보진영이 조직적, 이데올로기적 싸움에 대비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노동장관보다는 전 법무장관이 낫다” 쓴 소리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사진>이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현 국정원장)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을 거론하며 “요즘 장관들을 보면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거만함이 묻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쓴 소리를 내뱉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다가 주최 쪽의 요청으로 인사말에 나선 임 의원은 이전 국회에서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경찰수사권 독립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김 전 장관이 “국민이나 국회는 나서지 말라. 검찰과 국민이 알아서 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는 예를 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임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 법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을 때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무식하면 용감하다. 단세포적 기준이다. 국가인권위 의견은 선진 사회로 가는 데 마지막 돌부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그래도 법무부 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했을 때 그런 말들은 안했다”며 “그래도 전 법무부 장관이 노동부 장관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에 31명의 국회의원 명의로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곧바로 오는 길”이라고 말을 시작한 임 의원은 “보통 토론회를 하면 보좌관한테 자료집을 가져다 줄 것을 요청하곤 했는데 자료집을 가져와도 잘 안보고 해서 직접 참석했다”며 “특히 이번 토론회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정부에 대한 중요한 문제제기라서 개인적으로 공부하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비준 등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적인 의원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면 신경 쓰고 있지만 경제정책적인 것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중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내 개혁적인 의원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해서 이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정책도 내놓을 것”이라며 “개혁적인 의원들과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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