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2008년 입시안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참교육을 희망하는 전교조 및 학부모단체는 물론, 정부여당까지 나서 서울대의 이번 입시 개정안을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서울대 입시안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짚어져야 할 정책적 난맥상은 어떤 것인가.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이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교육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이 형성되고 계승되어가는 지금, 우리 모두는 교육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년, 가르칠 기회를 수능 방송이나 입시산업체에 빼앗겨 버린 교사들,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숨을 내쉬는 학부모, 수능 시험만 치르고 나면 도무지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지식들, 끝도 없는 서열경쟁에서 스스로에 대한 절망을 견디지 못해 떨어져 내리는 꽃잎들. 이 모두는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소위 명문대학과 인기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살인적인 입시경쟁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 ‘신 고교등급제’ 등장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이미 수십차례 대입제도를 바꿔 왔으나,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교육부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 경감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2008년 이후 적용될 대입제도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사와 교육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교육 문제의 근원이자 대학입시 경쟁의 본질인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대책이 없기에 실패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그 내용에서도 내신과 수능, 대학별 전형의 ‘3중고’가 여전한 상태에서 대학별 전형만 확대하였기에 오히려 입시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 경고하고, 입시안을 서둘러 확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물론 초·중학교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교육 수요는 늘어가고 있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를 거치면서 견뎌내기 힘든 중압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스스로 촛불을 켜들고 ‘입시교육의 노예’이길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국립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들은 내신의 실질 반영비중은 5%에 불과하며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대학별 전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3불’(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은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바로 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입시안은 정부 묵인 하에 만들어진 ‘범법안’”

특히 국립 서울대의 입학전형 내용은 특별한 학생을 독점하기 위한 방안이며 초·중등교육의 황폐화 방안이기에 이를 새로운 ‘고교등급제’라 규정한다. 또한, 논술고사의 형태가 통합교과 형태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학교교육에서 준비할 수 없는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이는 고등교육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일 뿐이다.

서울대의 전형안을 보면, 정시모집과 특기자 전형, 지역균형선발을 각각 1/3씩 함으로써 언뜻 보면 교육기회의 다양성을 보장한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정시모집은 학교교육에서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 경쟁력을 갖춘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본고사 부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기자 전형 또한 예체능의 특기자나 특정 분야의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서울대 특기자 전형 결과를 보면 일반고 50%, 특목고 35%, 예체능 15% 정도의 비율로 합격하고 있다. 전체 고등학생의 3%도 되지 않는 특목고 학생들이 10배 이상 합격하고 있다.

지역균형 선발 또한 지방의 학생들이 아니라 강남과 특목고를 포함한 모든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을 받는 제도로 지역균형선발 결과는 서울대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서울대의 입시안은 학교교육을 부정하고 강남과 특목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기득권층을 위한 입시제도이다. 또한 본고사는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범법행위라 규정한다.

이러한 범법행위의 배후에 교육부의 동조나 묵인이 있음에 틀림없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공공기관인 국립대학이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전형계획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립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각 대학들이 노골적으로 본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하고 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육부의 태도를 설명할 길이 없다.

현 상황을 초래한 근원은 내신, 수능, 대학별 전형의 '3중고'를 그대로 둔 채, '3불'을 법제화하지 않고, 대학별 자율전형을 확대한 2008년 입시안 자체에 있다. 사실, 교육부의 2008 입시안은 현행 입시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입시제도는 2005년 수능의 대규모 부정, 내신의 신뢰도 문제, 수시에서의 고교등급제 적용과 구술면접을 빙자한 변형된 본고사 실시, 정시 대학별 전형과정에서의 부정 등으로 이미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한 상태이다.

하기에 몇달 남지 않은 올해 수능, 지금 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1차 수시 등 당장 올해 입시에 관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 토대위에 2~3년 후의 대책까지 마련하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이자 혼란의 주범인 교육부가 범국민적인 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교육혼란 '주범'인 교육부가 직접 나설 때

지난 6일, 정부와 여당은 서울대의 2008년 입학계획에 관한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당의 일부 의원은 국립 서울대와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으며, 서울대에 대한 예산과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위험 수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발표의 주요한 내용은 서울대는 2008학년도 입시 기본안을 철회할 것이며, 만약 시정을 거부하면 행·재정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같은날 오후에 교육인적자원부의 서남수 차관보는 “교육의 중심을 학교 안으로 하기 위해서 내신 위주의 전형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 서울대가 실시하려 하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인지 여부는 나중에 실제 문제를 보고 판단할 것이며, 3불 원칙의 법제화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처한 뒤 도저히 각 대학들의 입학전형 계획이 새 대입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 차원에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교육부 말 바꾸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당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는가 하면, 지난 5월 학생들의 촛불시위가 일자 “내신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3불 법제화에 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으며, 논술과 본고사의 구분에 관해서도 이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학 서열 타파’ 통한 교육 치료 절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단순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 이상의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더하여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우수학생의 선발과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사회 공동체의 실현이라는 중요한 교육적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있다. 하기에 입시제도의 변경은 오락실의 두더지 잡기와 같다. 이미 우리 역사가 보여 주듯이 어떤 방법을 만들더라도 공교육의 왜곡을 가져오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우리 교육에는 진통제와 같은 처방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치료는 대학서열체제에 관한 진단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육은 다음 세상을 향한 준비이다. 현재의 삶이 차별적이거나 불평등하다면 사회는 모두에게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해 다음 세대의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며, 그 출발은 대학서열체제의 타파운동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