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려 온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동자가 산재 치료 과정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공장 제품과 제품 입고원으로 18년 동안 근무했던 이흥수씨는 지난달 15일 광주 모 병원에서 산재 요양 중 병원 인근에 산책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으며 같은달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화섬연맹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조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지난 2004년 3월부터 제4, 5번 요추 수핵탈출증으로 1년이 넘도록 산재요양 치료를 받은 뒤 지난 4월 공장에 복귀했으나 현장 복귀 이틀만에 통증이 재발해 병원에서 산재 요양을 받았다.

이씨는 실종되기 전 ‘치료 뒤 회사 복귀에 대한 부담감’을 기록한 유서를 가족들에게 남겼다. 이씨는 유서에서 “통증이 없어 복귀하여 일을 시작했으나 재발병했고 그로 인한 재요양 때문에 마음의 병까지 얻어 우울증, 무력감, 삶의 의욕마저 상실했다”고 밝히고, “회사는 다녀야 하는데 남자가 병이 나서 돈을 못 버니 가족을 이끌어 갈수 없어…이만, 이 못난 아버지를 용서해라”는 내용을 가족에게 남겼다.

올해 들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근골격계 요양 치료를 받았던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는 지난 1월23일 표재옥씨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노조는 “산재 치료 과정에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정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회사에 산재 발생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및 산재 치료자에 대한 재활치료(심리치료 포함)에 대한 근본적인 관리와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도 강제 치료 종결 중단 및 재활치료, 선승인 후 평가제도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며 “회사에 대해서도 산재환자 관리의 문제, 구조적인 문제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확인과 점검이 있어야 하며, 책임이 있다면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섬연맹 관계자는 “산재치료과정에서 심리적 재활치료정책이 전무한 가운데 우리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현 정부의 안전보건정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04년도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자는 6,691명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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