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백병원노조 전임 집행부가 98년 이후 모두 6억원 가량의 조합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현 부산 백병원지부 김연곤 지부장은 "지난 93년부터 2004년 12월31일까지 무려 11년9개월간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조아무개씨 등 전임 집행부가 노조 특별기금 등 약 5억천여만원을 횡령했다"며 관련 증빙자료 등을 부산지방검찰청에 제출하고 조 아무개씨를 고소했다.

백병원지부는 “집행부 인수인계 과정에서 회계자료 및 조합통장이 제대로 인수되지 않고, 인수된 자료에서도 회계내역이 맞지 않아 자체 조사를 한 결과 9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억원대의 횡령사실이 드러났고, 병원쪽과 함께 각종 이권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부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임 집행부는 1998년부터 2004년 동안 병원에서 지원하는 동아리지원비·노조행사비·출장비 등을 조합비로 입금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 모두 1억4,344만2,669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투쟁기금 등을 명목으로 조합원들로부터 공제한 금액과 자판기운영 수익금, 조합비에서 전환된 금액 등으로 조성된 ‘특별기금’에서도 4억3,408만6,461원의 사용내역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조합행사 선물 지급 시 실제금액과 다르게 부풀려 청구하거나, 선물을 지급한 것처럼 영수증을 위조해 횡령한 금액도 1,992만원이나 달했다.

지부는 “지금까지 드러난 5억천여만원 외에도 횡령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아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무개씨는 재임기간 동안 2차례 시의원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어 지부는 횡령금액의 상당부분이 조씨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이미 조씨는 시의원 출마공탁금 2천만원(1천만원씩 2차례)을 조합비로 불법 지출한 사례가 있다.

아울러 지부는 “조합비 횡령 외에도 조씨가 병원 협력업체들로부터 상당 부분의 돈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한 내용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전 위원장은 98년 백병원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된 이후 산별노조 의무금을 장기간 미납해 2001년 9월 보건의료노조로부터 1년6개월간 조합원으로서의 활동과 권리를 박탈당하는 ‘정권’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백병원 경영진, 비리두둔 말고 산별노조 인정하라"
민주노총 부산본부 "과거 담합적 기업별 노사관계 향수 버려야"
백병원지부는 “이번 비리사건은 단순히 전 노조 집행부만 개입된 것이 아니라 병원쪽과 상당부분 결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쪽이 전임 집행부들의 비리를 두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병원쪽에 전임 집행부의 비리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병원쪽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최근 개원 26주년 행사에서 병원 이사장이 ‘전 집행부의 비리 문제는 현 집행부가 모함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비리를 두둔하고 적극적으로 변호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16일 논평을 통해 “이러한 병원쪽의 태도는 과거의 담합적인 기업별 노사관계 틀에 대한 향수와 미련 때문”이라며 “병원쪽이 현재 진행 중인 노사 산별교섭에 참가하지 않고, 지부교섭도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가 교섭위원으로 참석하면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이제 백병원 경영진은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일부 집행부에게 특혜를 주면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낡은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경영진은 전임 집행부의 비리를 두둔하지 말고 산별노조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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