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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삼성 노무관리자의 참회기록삼성 무노조경영에 대한 두권의 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고려대 명예철학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반대한 학생들은 ‘노조탄압 박사학위’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삼성그룹 출신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렇게 하면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진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대학생들로부터 혼쭐이 나기도 했다. “노조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삼성편을 들었다”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은 삼성의 ‘무노조경영’이다. 특히 노조 설립에 관여했던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이 ‘핸드폰 위치추적’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지며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에 불거진 핸드폰 위치추적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변호인측이 항소심 재판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인 <어느 삼성 노사관리자의 참회>(도서출판 반도기획, 1997), <노조없는 기업경영>(신어림, 2000)이 그것이다.

<참회>는 이미 절판된 책으로 시중에선 구할 수가 없어 제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인 김형극씨는 책 서두에서 “삼성에 비난의 화살을 쏘는 책이라면 대중들이 사 볼 뿐만 아니라 삼성에서 전량 사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에서 유령노조 위원장을 자신도 모르게 맡았던 일과 관련해 회사를 떠난 최석철씨가 썼다는 <나는 삼성왕국 무노조 경영철학의 희생자였다>(도서출판 반도기획, 1997)는 끝내 구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전화연락이 된 최씨는 “당시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귀찮게 하지 말라”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며 다 잊고 싶을 뿐이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삼성 퇴사 뒤 삼성이 감시와 견제를 견딜 수 없다며 93~96년까지 4년 동안 매년 한번씩 삼성본관 정문에서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니 잊고 싶은 ‘삼성’일 만했다.

밤낮 없는 노동자 감시

<참회>의 저자인 김형극씨는 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삼성코닝 구미공장 인사과, 삼성카드 총무과장, 포항지점장 등을 거쳤으나, 95년 간부사원 중 최초로 징계해고된 인물이다.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는 85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에 입사해 인사부에서 근무한 뒤 89년부터 3년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에서 삼성의 노사관계 이론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이들은 실무적인 면과 이론적인 면에서 삼성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김씨는 이 책을 통해 제목대로 ‘참회’를 하고자 했다. 김씨는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감시, 잠복, 도청, 필적감정을 했던 일들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89년 회사 화장실에서 발견된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한 낙서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화장실에서 잠복근무를 한 것은 물론 노조설립신고서 제출에 대비하기 위해 시청 잠복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은 전 사원 필적조회를 통해 결국 화장실 낙서의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88년에 삼성중공업에서 노조설립을 주도하던 노동자들이 중앙일보 노조사무실로 들어가자 밤낮 없이 노조사무실을 도청하기도 했다.

김형극씨는 삼성이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이 시도될 때 사무직 직원 전원을 동원했던 일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무직 전 직원들을 동원함으로써 너희들은 이미 반노조운동에 일한 몸이니 회사의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만일 너희들이 노조설립이라는 행동을 하게 되면 저들과 같은 감시와 핍박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회사가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손자병법의 ‘반간계’(적의 스파이를 역으로 이용하라)도 동원된다. 바로 노조설립 추진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몰아붙이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노동계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형국이니 삼성에서 따로 이 계책을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김형극씨의 책을 보면 최석철씨와 만났던 사연도 공개된다. 최씨는 지난 88년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유령노조의 위원장이 되자마자 회사 관계자들에 의해 경기도 용인 회사연수원에 반연금 상태로 갇힌다. 당시 김형극씨는 삼성중공업 대리 신분으로 반연금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안내원’ 역할을 했다는 것.

‘노조없는 기업경영’의 핵심은 정보

김형극씨의 ‘고백’은 당시 삼성에서 노무관리를 담당했던 사람이 직접 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현재는 감시와 협박을 당했던 삼성노동자들이 사회에 다 고발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리 놀랍진 않다. 다만 잠복과 도청을 21세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핸드폰 위치추적’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것 뿐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형극이 쓴 노사지침이나 활동들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모두 보도됐기 때문에, 이후 그런 노사지침은 만들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가 쓴 글들은 실무가 아닌 이론이라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할 듯하다.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는 삼성의 비노조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8가지가 실천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에 대한 그룹의 철학과 이념을 절대적 가치관으로 심화 △엄격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 깨끗한 인사제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효율적인 교육체계 △사내외 각종 주요정보 신속 정확히 수집 분석, 보고 후 대처 △현장 관리자 능력 향상, 위상 강화 △복리후생 제도의 형평성과 비교 우위 △노사협의회의 생산적 협력기능 강화 △근무분위기나 기업문화 등 소프트한 요소 개선이 바로 그것.

<기업경영>을 요약하면 ‘노동자 의식’을 거세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도록 느끼게 하는 교육’과 최고대우가 필요하며 무노조 경영철학이 몸에 밴 ‘삼성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눈에 띄는 점은 김선동씨가 정보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한 부분이다. 김선동씨는 “모든 관리의 시작은 정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노조없는 경영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 바로 정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며, 우수한 인적 자원과 훌륭한 정보수집 시스템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노사문제를 사전에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무노조 신화'는 현재진행형

김선동씨는 삼성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수집된 정보는 매일매일 취합되고 보고서로 작성돼 위로 보고가 될 뿐만 아니라 비서실로도 보내진다. 비서실에서는 전국 각 사업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종합해서 그날 그날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노사분규에 대한 정보를 당국에서 삼성에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에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철저한 개별 관리를 통해서 노조가 있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선제적으로 회사가 해결해나가고 있다. 회사가 종업원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미리미리 대처해 나간다면 위태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최근 지적하는 일련의 사건들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93년까지만 해도 지인관리시스템을 작동해 정보를 취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우회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정보를 모을 뿐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현재 구속수감중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정보력’을 익히 인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모친상을 당해 일시석방됐을 때 “삼성은 내가 현장노동자를 만나려고 하면 이미 상대를 파악해 다른 곳으로 빼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 입장에선 오래 전에 해고된 김성환 위원장이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삼성의 경영철학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구치소에서 ‘고대 학위사건’을 접하고 학생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울분을 토로했다.

“(삼성은) 작업현장에서는 장시간노동,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 양산, 일방적 구조조정 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유린하고 있습니다. 봉건적인 족벌세습경영을 위해 주가를 조작하고 세금을 포탈하고 전근대적 무노조 노동탄압의 불법행위가 은폐, 말소되는 공식을 아십니까? 적어도 6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2005년 참여정부 노무현정권 하에서도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천민자본 물신의 힘, 돈고물 말입니다.”
그러나 삼성이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최석철씨와 한 전화인터뷰가 착오가 있어 바로잡습니다. 최석철씨는 기자가 통화한 핸드폰 번호에 대해 자신의 가족이 갖고 있는 핸드폰 번호라며 본인은 인터뷰를 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최씨는 “평생 삼성과 싸움을 계속 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내 이름으로 나간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전화 인터뷰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송은정 기자  ssong@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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