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안에는 아직 차가운 겨울바람이 분다. 연거푸 내린 보슬비의 재촉 때문인지 봄은 벌써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건만 지난 18일에 찾아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스산하기만 하다.

“어디 광주공장뿐이겠습니까? 전 공장 노조 조합원들이 모두 ‘바짝 엎드려’ 있습니다. 정규직들도 연월차 신청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불이익을 당했다고 해도 지금 같은 때는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어요. 평범한 조합원들이야 억울하지만 지금은 노조 아니라 노조 할아버지도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없으니까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 거죠.”

점심시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정문 앞 면회실에 앉아 있던 기아차노조 한 조합원(1공장 근무)은 공장 안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이미 이렇게 귀띔한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공장 안은 생각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아차노조 채용비리’ 사건으로 집행부가 몽땅 사퇴하면서 치르게 된 달갑지 않은 노조 위원장 선거지만, 선거운동 막바지에도 좀처럼 대공장 선거 특유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회복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노조의 상처에도 6개 팀이나 출마했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말이다.

조립 2공장 근처 기아차노조 사무실 앞. 여기서는 ‘숨죽이고 있는’ 기아차 공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 펼쳐진다. 평균 60세가 넘는다는 고령의 하청노동자 20여명이 고요하기만 한 공장에서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제발 소모품 좀 제때 지급해 달라”, “연월차 좀 쓰고 싶을 때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 달라.” 벌써 76일째. 정규직도 ‘없어서 못하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한 채 말이다.

이들은 주물공정의 협력업체인 보성 소속 하청노동자들인데, 선전전을 시작한 지 2주일만에 설치한 천막농성도 벌써 63일째를 맞았다. 18일 오후 3시. 천막 안에서는 꼬박 야간작업을 마친 뒤 점심시간 선전전까지 하고 농성장에 돌아온 주름이 깊은 늙은 하청노동자들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냉기를 견디며 잠을 청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자둬야 3~4시간 뒤에 라인에 올라 다시 야간작업을 할 수 있다.

“정규직이 버린 장갑 주워다 쓰는 것도 지겹다”

지난해 7월 ‘보성’에 일종의 근로자협의회인 보성노동자회가 설립된 뒤 노동자들은 회사에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 준수 등 아주 기본적인 요구들을 하기 시작했다. 2차례 교섭을 통해 회사는 이를 수락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갑자기 회사는 “60세가 정년이다. 올해로 60세를 넘긴 사람들은 모두 계약해지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노동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얼마 전까지 회사는 60세가 넘은 사람들을 신규채용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정년이 취업규칙에 ‘60세’로 명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보성 소속 노동자 98명 중 이미 60세를 넘긴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나 됐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3~6개월 단기 촉탁직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은 회사가 갑자기 정년을 이유로 계약해지 방침을 밝히자 이에 반발하며 지난 1월6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사는 여기에 가담한 노동자 40여명을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가 하면 지난 2월1일부터 대체인력을 투입, 이를 막으려는 원·하청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체인력 중 1명이 유리창을 깨서 자해를 하는 등 그야말로 공포 직전의 분위기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데도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접지 않는 이유는 “10여년 동안 쌓인 분노를 이제야 겨우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성 소속 하청노동자 심성원씨는 말한다.

“보성에서는 작업장갑 한 켤레를 탈 때도 사무실에 올라가서 싸인을 하고 ‘아껴쓰쇼’라는 야단을 맞고 나서야 타올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얻어 쓰고, 매번 얻어 쓰기 미안해서 쓰레기통에서 정규직들이 쓰다 버린 것 중 쓸 만한 장갑을 주워쓰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보성 노동자들이 보성노동자회를 만들고 제일 먼저 회사에 요구한 것도 “장갑 지급 받을 때 눈치 보지 않게 좀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작업 장갑에도 이처럼 인색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산업안전이라고 제대로 지켜질리 없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보성이 13년 동안 도급을 맡아오면서 단 한 번의 산업재해도 없었던 것은 애당초 산재보상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작업 중에 갑자기 눈에 뭔가가 들어가서 눈도 못 뜰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그것도 조퇴처리 하더라. 산재보상은커녕 치료 받으려고 나가는 것도 조퇴 처리를 하는 곳이 여기다. 보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자리는 무거운 주물을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손이 조립품에 끼거나 하는 중대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때마다 모두 다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했다.” 보성 노동자들 중에는 젊은 축에 속하는 나상현(33)씨의 말이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지 농성장 밖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하청노동자 추교태(62)씨는 연로한 몸을 이끌고 농성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나이 먹었다는 걸 누가 모르나? 그런데 회사도 다 알고 뽑았다는 말이지. 내가 여기 들어온 때가 벌써 60살이었는데 알면서 왜 뽑았냐 이거다. 나이 먹었다고 그동안 사람 취급 못 받았어도 참고 살았다. 급여를 올려달란 것도 아니고 눈치 보지 않고 작업장갑 받고 연월차 좀 쓰게 해 달라는 건데,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이제는 억울해서 못 나간다.”

추씨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접받고 일 할 사람도 없다”며 억울해 했다. 그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서 오후 7시에 퇴근하며 하루에 꼬박 10시간 이상을 일했지만 고작 월 74만원을 받았다. 그것도 최근에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면서 20여만원이 더 줄었다.

기아차동차 비정규직 현장투쟁단(기아현투단) 김수억 조직국장은 “처음부터 잔업거부를 했던 것이 아니고 교섭을 통해 잘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정년을 핑계로 대량해고 방침을 밝히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며 “사실상 보성 노동자들이 근로자협의회를 만들고 집단적인 요구를 표출하자 정리해고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는 보성뿐 아니라 24개 업체 사내하청노동자들 2,500여명이 일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점 고령화돼 가는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30대 젊은 연령대가 대부분인데,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보성뿐 아니라 대체로 평균 연령이 40~50대이다.

김수억 국장은 이 같은 현상은 협력업체들이 지역에서 알음알음으로 고령층을 싼 임금에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에 비해서는 근무조건이나 임금이 턱없이 낮다. 그래서 나이 들고 갈 곳 없는 분들이나 그 조건에서 버틸 수 있는 거다. 대부분 자식들이 부양을 할 형편이 못 되거나 해서 돈을 벌어야 할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는 누구보다 절실한 분들이다.”

지난해부터 보성을 비롯한 신우, 성신, 세화 등에 소속된 기아차 하청노동자들은 기아현투단을 만들고 업체별로 근로자협의회를 조직, 수차례 기아차 원청 관리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교섭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연월차 수당 지급을 약속받는 등 실제로 근로조건이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뭔가 사정이 달라졌다. 보성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현투단에 대한 태도가 완강해졌고, 기아차 원청도 무언가 단단히 긴장한 분위기였다. 바로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몽땅 하청에서 결정하죠?” 노동부 편파 조사 도마

지난해 노동부가 현대차에서 근무하는 1만명 규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데 이어, 지난 1월26일 기아차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이 노동부에 기아차 화성공장 24개 업체를 불법파견으로 진정하면서 이 곳에서도 불법파견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기차아 현투단은 “직접 라인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작업 공정 자체가 라인과 독립적이지 않다”며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섞여 일하는 혼성공정이며, 임금이나 채용 과정을 원청인 기아차에서 담당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자파견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현투단의 ‘불법파견’ 진정에 대해 2차 진정인 진술조사를 마쳤고, 지난 2월에는 PDI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스테크, 성원실업, 인풍 소속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1차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 9~10일에 보성, 신광, 우성, 기화, 이레, 신성, IP, 대보팍스, 기홍 소속의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차 현장 조사를 했다.

그런데 이 현장 조사 과정에서 노동부가 이미 ‘합법도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편파조사를 하고 있다는 하청노동자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노동부 담당 근로감독관이 설문지를 대리 작성했다는 것. 당시 조사를 하던 근로감독이 ‘임금과 채용을 어디서 결정하는가?’라는 설문항목을 묻자 현장 노동자가 분명하게 “원청인 기아에서 결정한다”고 답했음에도 근로감독관이 “우성(답변자가 소속 된 업체)에서 일하면서 왜 기아차에서 임금을 준다고 하느냐”며 답변을 ‘하청업체’로 표기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이 이 문항에 대한 답변을 ‘하청업체’로 대리 작성하자, 해당 하청노동자가 두 차례나 항의했지만 근로감독관이 결국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진정인인 현투단은 또 “현장조사를 나왔으면 진정인의 진술이나 문제제기를 충분히 숙지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조사를 나온 근로감독관은 기안용지 하나 없이 가져온 봉투 뒷면에나 아무렇게나 끄적거렸다. 더구나 수차례 중요한 사항들을 강조하고 기록할 것을 요구해도 무시하기 일쑤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지방노동사무소 담당 조사관도 이러한 현투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 했다.

“당시 설문지를 대리 작성했다는 지적을 노동부가 수용해 문제가 됐던 현장에 대해서는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유도심문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문항에 대한 정확한 뜻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응답자가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즉,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응답자가 유도 심문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 같은 현투단의 항의를 받아들여 22일부터 현장 조사를 다시 한 뒤 4월 초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4월 나온 불법파견 조사관련 노동부 지침에는 설문조사를 할 때 하청노동자가 직접 설문지에 답안을 작성토록 하고 있다.

채용비리 공황 틈 탄 ‘노동자 길들이기’

불법파견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르자 기아 원·하청 회사쪽의 대응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보성은 3월에만 2차례 인사위원회를 열어 농성자 중 8명의 해고를 통보했고 2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미 지난 2월부터는 보성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했는데 이를 막으려는 원·하청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채용비리로 노조 집행부가 모두 사퇴한 기아차 공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바람막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장 조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지하고 나섰고, 선거에 출마한 6개 선거운동본부들원하청이 ‘불법파견 투쟁위원회’를 조직했지만 노조 집행부가 사퇴한 투쟁위원회는 집행능력조차 없었다. 이미 정규직들도 안전사고처리 규정마련, 공장별 인원 합의 등의 과정에서 회사와 마찰을 겪으면서 21명이나 업무방해 등으로 기아차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조립2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이상욱씨는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기아차는 마치 ‘호기’라도 만난 것처럼 원·하청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심하게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정규직 조합원이 연월차를 회사 동의 없이 썼다고 고소고발까지 당했다. 조금만 회사와 마찰이 있어도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예외 없이 형사고발로 간다. 노조가 몰리고 있는 지금 시기에 확실히 현장을 장악하려는 회사의 의도가 눈에 보인다. 아마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농성도 집행부 공백기를 틈타 선거전후에 확실히 정리하려고 들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에는 업무방해로 고소됐던 보성업체 노동자 3명이 출석요구를 받고 경찰서에 갔다가 긴급 체포됐다. 김수억 조직국장은 이 같은 일은 기아차의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보성 업체가 잔업거부 한 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한 자료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자료 분량도 200쪽이 넘는데다가 노동자회가 진행 한 간담회, 집회 일정과 발언 내용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누가 봐도 일개 하청 업체가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니다. 기아차 인력관리 부서에서 고발 자료를 다 만들어 준 것이다. 이번 체포건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경찰서에 제 발로 찾아간 사람을 구속 수사 할 만 한 중대한 사건이 아닌데도 긴급체포한 것은 석연치 않다. 기아차가 비정규직들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해 경찰에 압력을 넣은 것이 틀림없다”

기아차가 채용비리 후유증을 틈타 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이 기회에 철저하게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금호타이어를 시작으로 현대차에서도 비정규직노조가 조직되면서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던 것과 같은 과정을 지금 기아차 비정규직도 똑같이 밟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현대차를 시작으로 완성차 공장의 불법파견 문제는 정부가 파견 허용 업종을 전면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뜨거운 쟁점이 돼 있었다. 마치 파견법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우리사회 노-사간의 골 깊은 갈등이 현대차 노사를 통해 대표적으로 표출되는 것처럼 말이다.

‘쏘렌토’, ‘세라토’, ‘오피러스’, ‘리갈’, ‘카렌스’, ‘스펙트라’ 등 6개 차종과 11개의 엔진이 생산되는 기아차 화성공장은 연간 60만대를 생산한다. 15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에 이은 국내 2위 자동차 생산 공장이며 부지면적만도 100만평에 이른다.

현대차에 이어 이곳에서도 불법파견 사실이 입증 된다면 국내 자동차 공장 대부분이 사실상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도급을 위장해 불법으로 싼 임금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부려먹었다’는 것이 증명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에게 있어 현실과 법은 ‘괴리’ 그 자체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이미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이 나왔지만 불법파견이니 직접 고용하라며 3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있다. 게다가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80여명은 이미 모두 해고됐다.

정규직노조가 저지른 비리로 암흑이 된 기아차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늙은 하청노동자들이 비인격적인 대우에 항의하고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던 그 시점에, 이들은 정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우리 국민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라는 자동차산업. 그 화려한 수사 뒤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강요하다고 있다. 불법파견으로 그냥 살거나, 혹은 짤리거나.

기아차에서 작업배열표 직접 보내···현대차 전주공장과 유사

작업공정은 정규직의 부품 조립반과 동일하다. 차이점이라면 정규직 부품반은 모든 작업을 생산조립공장 하역장에서 하는 반면, 신성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생산조립공장과 물류센터 간 사내운송까지 담당한다는 것이다.


서열작업은 정규직 부품반과 동일하게 기아차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라 출력되는 전산용지에 따라 각각의 부품을 순서대로 서열하게 되는데 이것이 불법파견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서열작업은 전산용지<사진>에 적힌 내용대로 하며 그 전산용지는 기아차가 보낸다. 기아차 정규직 부품반도 이 전산용지에 따라 작업을 하는데 동일한 내용이 동일한 시간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즉, 기아차에서 보내는 동일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원·하청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신성물류로 들어오는 작업용지.

공급작업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은 각 부품을 정규직 조립작업자에게 공급하는 일을 하는데, 이 때 작업상태, 그 밖의 지시나 요구사항을 정규직 조 반장과 작업자로부터 직접 듣는다. 또한 이 하청노동자들 중 소수는 때때로 정규직 작업자를 대신해 조립작업을 하기도 한다.


화성공장의 이 같은 작업공정은 현대차 전주공장의 물류공정 작업과 매우 유사한데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12개 업체 모두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노동부는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현대차에서 작성·배포한 제품사양서와 조립작업지시표 등에 의해 작업을 하고 원․하청 노동자가 혼재돼 작업을 하며, 산재자 등 원청노동자 결원시 하청노동자가 대체작업을 수행하고 있어 사실상 근로자 파견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조사단계라서 현대차와 비교해서 어떻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늦어도 4월 초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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