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과 차별해소를 외치는 적지 않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들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9월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오롯이 안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대지각변동을 구체화한 시점이다.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전 하청업체 불법파견이라는 서곡이 시작된 즈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비정규법안은 2월 임시국회 처리도 유보된 채 또 오는 4월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투쟁은 쉼없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노동계는 물론 학계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비정규법안이 정말 '비정규 보호법'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를 기대하기보다 1만여개 직무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 이후 사내하청이라는 간접고용 형태를 어떻게 바로잡아나갈지가 더 현실적인 과제일지 모른다. <매일노동뉴스>가 울산 현대자동차를 찾았다. 이틀에 걸쳐 '불법파견 판정 이후' 모색가능한 해법들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자동차를 타거나 하다못해 오토바이라도 타지 않으면 이동하기가 끔찍하리만큼 힘들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너무 넓다. 공장부지가 150만평이라고 하니, 거의 여의도의 1.5배다. 공장이 넓은 만큼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고 또 그만큼 생각들도 다양할 것이다.

노조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타고 3~4분가량 가야 도착할 수 있는 5공장의 풍경은 단적으로 그랬다. 지난 9일 오후 8시, 저녁식사를 마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농성장인 5공장 탈의실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밝게 불을 켠 공장 안에선 정규직들이 부지런히 손발을 놀리고 있다.

농성자들은 20대, 30대 초반의 비정규직인데다 70여명 전원 해고자이고, 이제는 현대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공장 출입마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 1월18일부터 시작한 농성이 두 달 가까이 관리자들과 처절히 싸운 것 외에 회사로부터 뾰족한 답을 얻지도 못했지만 매일매일 집회와 농성 등에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내온 연대와 지지에 힘을 얻고 조직화와 투쟁을 통해 ‘완전 정규직화’를 관철시켜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농성장 너머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30대 또는 40대의 정규직인데다 국내 최대의 기업별노조 조합원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 싸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불법이니까 정규직화는 해야 하지만 내 밥줄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꼬리를 내리는 사람도, ‘남’의 일이라는 생각에 ‘끼어들기’ 싫어 그저 관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농성장은 각 조별 토론과 다음날 일정 준비로 열기가 뜨겁고, 그렇게 농성장 너머는 ‘생산’의 소리가 드높다.

비정규직노조 “완전 정규직화 말고 대안 없다”

“5공장 싸움은 현대차 전 공장 싸움의 대리전이다. 여기서 승리를 거머쥐겠다. 이미 투쟁의 사회적 명분은 확보했다. 이제 노조탄압 분쇄, 전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정규직노조와의 공동투쟁을 통해 자본을 압박하는 것이 절실하다.” 농성장에서 만난 비정규직노조 조가영 위원장 직무대행 말이다. 조 위원장 직대는 이번 투쟁의 목표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공정과 사람 모두 직영 정규직화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근속 2년 이상자부터 우선 전환하거나 직접고용 계약직으로의 고용형태 변경 등에 대해서는 “2년 이상자 문제는 ‘파견’노동자에게나 적용될 사안이고, 우리는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이미 정규직”이라며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해도 계약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해고하고 또다시 하도급 등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는 방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완전 정규직화’ 요구는 운동의 상식이자 원칙”이라고 강조한 비정규직노조 오민규 교육선전위원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현대차에 왜곡된 형태의 비정규직을 없애는 투쟁을 원·하청 공동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며 “투쟁을 제대로 시작도 못해본 상황에서 이것 이외 다른 대안을 얘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 위원은 해외공장 확장을 통한 국내 공장 위축 등 산업차원의 변화에 대해서는 “총고용은 무조건 정규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모듈 외주화 등을 막아내면서 (그래도 생산량과 인원 간 괴리가 있다면) UPH(시간당 생산량)를 낮추거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안정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비정규직들과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윤성근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관념에 빠진 운동을 하다가 여기(농성장) 오니까 ‘학교’에 온 것 같다”며 비정규직 투쟁에서 ‘운동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법을 시정하는 방법은 정규직화뿐이며, 요구안은 교섭과정에서 조율가능하지만 계약직 등으로의 채용은 처우개선일 뿐 차별철폐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규직노조 “정규직화, 차별철폐, 조직화”

‘불법파견’ 투쟁을 둘러싸고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는 함께 원하청 연대회의를 꾸려 ‘공동결정, 공동집행, 공동책임’을 원칙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투쟁의 상이나 목표, 구체적인 전술의 차이들은 연대회의 차원에서 토론, 결정된다. 하지만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이는 적지 않아 보인다.

정규직노조는 ‘정규직화, 차별철폐, 조직화’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하나의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원칙’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정규직노조는 ‘정규직화’라고 할 뿐 ‘완전 정규직화’를 말하지 않는다.

정규직노조 김태곤 수석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2년 임기로 노조 상근을 할 동안 내가 하던 일은 현재 사내하청이 하고 있다. 또 근골격계 휴가자가 많을 때는 1,500명이나 되는데 그런 일자리도 사내하청이 대신 하고 있다. 어차피 나나, 근골격계 휴가자나 다시 현장에 복귀해야 하는데, 그 일자리까지 정규직으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긴 어렵지 않느냐.”


서동식 조직강화팀장은 “완전 정규직화라는 원칙은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막혔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생각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완전 정규직화’라 하더라도 근골격계 휴가자 등으로 인한 빈자리는 물론 고령자나 군 입대를 앞둔 사람 등까지도 전원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해야 하는가 라는 점에서도 딜레마는 있다.

‘정규직 조합원 이반현상’도 고민이다. 김태곤 수석은 “정규직들의 고용불안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어떤 사업부에서는 하청 전환배치 또는 해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자기 식구도 못 챙기면서 무슨 비정규직이냐’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조합원들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와 관련, 이상욱 위원장은 “내수시장 위축과 산업공동화 등과 맞물려 각 사업부별 물량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올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임금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 쟁취 투쟁을 핵심 과제로 풀어가겠다”고 강조한다. 즉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이 느낄 수 있는 고용불안 등의 문제를 야간(심야)노동을 근절하면서도 실질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만든 38페이지짜리 ‘불법파견 문답집’에서는 “불법파견 판정받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정규직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해외공장 추진과 외주화, 모듈화 등에 의한 물량감소에 따라 고용불안이 증대되고 있다”며 해외공장 총량규제정책 개발과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입실론 엔진 역수입 문제 등에서 보듯 정규직노조는 당장의 고용문제와 단체협약 준수 문제에서부터 갈등하고 있다. <본지 3월14일자 참조> 당장 4공장 주간조들이 9일부터 이달 말까지 휴가에 들어갔지만 1공장은 여전히 잔업, 특근을 계속할 만큼 사업부별 물량 편차가 극심함에도 사업부별 물량이전, 전환배치 등의 문제에 어떻게 실천할 계획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정규직노조 한 간부는 “사업부별 물량 문제는 집행부의 의지문제다. 자본의 노동유연성을 노조가 주장하는 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몰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물량 나누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직 집행부 공식 입장으로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다.

문제는 조직력과 원하청 공동대응

또한 조직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울산공장에서 불법파견으로 판정받은 공정이 1만개에 가깝지만 아직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10%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노조 오민규 위원은 “지난해 9월 울산공장 12개 업체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조직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고 올 1월18일 잔업을 거부한 인원이 1천명에 달한다”며 “원·하청이 공동으로 조직화에 나서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하청 연대회의에서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정규직노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원·하청노조 간 긴밀한 협의는 필수적일텐데,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일례로 비정규직노조에서는 “우리가 조직을 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롭게 현장출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서조차 정규직노조와 긴밀히 협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노조에서는 “지원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노조의 자주성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현대차가 생산차질 등을 이유로 5공장 농성자들이 속한 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업체는 농성자들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이때 우리는 현대차에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할텐데… 중간착취를 용인하라는 것 아니냐”라며 '주관적 판단에 의한 선도투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손발을 어떻게 맞춰나갈 지도 심각히 고민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노무관리 전략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 10대(이헌구), 11대(이상욱) 집행부 3년 동안 노무관리를 총괄하는 지원본부장이 다섯 명이나 교체됐다. 실제 회사쪽 노무관리자들도 ‘업무 보고하다가 시간 다 보낸다. 현장에 쪽팔려 할 말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몽구식 스타일 밑에서는 언제 교체될지 모르니 괜한 문제로 질책 받지 않도록 서둘러 봉합하면서 충성경쟁에만 몰입할 뿐이다. 장기적인 노사관계 정책이 수립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정규직 활동가의 말이다.

총괄 담당자의 잦은 교체 뿐 아니라 노무관리시스템의 변화도 지적된다. 당초 울산공장 노무관리시스템은 공장장 밑에 지원사업부장 - 인사실장 - 노사협력팀 으로 이어지는 체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무생산총괄 사장 - 노무관리지원담당 부사장 - 지원사업부장( - 노사협력팀), 정책개발실장( - 정책개발1팀, 정책개발2팀)으로 분화됐다. 그런데다 지난 8일자로 1~5공장 모두에 이사대우급 지원담당 직이 신설됐다. 각 공장장 - 지원담당 - 지원팀 체계가 된 것이다. 회사는 노사협력팀은 현안 중심 대응, 정책개발팀은 중장기 정책과제 중심 대응을 하고, 울산공장 내 12, 13개에 달하는 현장조직과 관련 단체들을 대응하기 위해 인력보강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나치게 분화된 조직체계여서 분명한 책임성이나 추진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영남노동운동연구소가 주최한 신념좌담회에서 임영일 경남대 교수는 "현재 정규직노조운동 진영이 비정규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에 내심은 어떻든지간에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천명하지 않을 수 없고, 형식적으로라도 사업배치를 안 할 수 없다. 그거 안 하면 욕먹게 되고. 이건 비정규직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밀려버린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과 본질을 '정규직 양보론'으로 돌리지 않도록 여론화하고 대중들이 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둘러싼 본질 역시 임 교수의 지적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화 투쟁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조직화와 집중적인 투쟁을 배치하고, 정규직노조는 여전히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규직들을 상대로 '원하청 총고용보장'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이대로 가다간 고용은 물론 노동운동 자체의 미래도 어둡다는 것을 설득해 내야 할 때가 아닐까? 회사 역시 실현가능성 없는 '공정 완전도급 전환'만 되뇌일 것이 아니라 노동력 투입이 없다면 '죽어있을 공장'을 이윤창출로 끌어내는 노동자들의 핵심 불안요인인 고용보장에 대한 답을 던져야 할 것이다.

“총고용보장 전제, 내부 유연성 필요”
운동론적 ‘원칙’ 견지 ‘현실’적 대안 낼 때
노동부의 전 사내하청업체 불법파견 판정으로 더욱 촉발된 현대자동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은 비단 ‘불법파견 판정자 전원 정규직화’ 요구로만 제한되지 않으며, 또 제한돼서도 곤란하다. 이미 사업부별 물량감소, 해외공장 생산량 증대 등으로 정규직들의 고용불안도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아직 불법파견 진정조차 제기하지 못한 2, 3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물론 간접 지원부서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형태가 다르고, 그에 따라 임금 근로조건 고용안정성 등에서 차이도 크지만 이들 모두가 현대자동차를 만들고 키워온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쟁은 정규직을 포함한 현대자동차 관련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고려해 볼 만한 해법은, 우선 '전원 정규직화'다. 이는 비정규직노조의 핵심 요구인데, 비록 ‘직접고용’ 하라는 노동부 시정명령이 나오진 않았지만 ‘불법파견’으로 판정난 것은 그동안 정규직을 대체해서 무분별하게 사내하청을 사용해 왔다는 점은 행정부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정 완전도급 전환’이다. 여전히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쪽은 점차적인 외주화, 해외공장 현지화 등의 전략 속에 이 주장을 펴고 있다.


노사가 이처럼 양극단의 요구와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유연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제3의 대안도 검토되고 있어 실현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우선은, 현재 현대차에 근무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망라한 모든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교대제 변경, 직무급이 가미된 임금체계 개편, 직무흐름도 재편, 배치전환 등 내부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올 임단협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액을 동일하게 해 직접임금의 격차를 좁히고, 단체협약은 모든 하청노동자들에까지 적용하면서 간접임금에서 차등을 없애나가자는 것이다. 자연 이런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구별이 의미 없어져 현대차에게도 간접고용의 유인책을 줄일 것이고 내부 노동시장에서 유연성을 확보해 생산량 변동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불어 성과급의 일부를 적립, 고용안정기금을 만들어 노사 공동의 직업훈련센터 설립 등을 통한 직무개발, 휴직자 처우개선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에 적을 두고 있는 정규직만도 4만8천명에 이르니 성과급 300% 중 100%(약 150만원)을 노사가 공히 출연하면 1년에 1,500억원은 걷힌다는 계산이다. 적어도 6~7년이면 적립금이 1조원에 달할 것이고, 이 금액은 1인당 1억원씩 지급해도 1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규모다.


이 주장의 관건이자 전제는, 현대차의 ‘총량 고용보장’ 약속이다. 지금처럼 노사합의사항인 사내하청투입비율 ‘16.9% 이내’조차 급격히 무너지면서 무분별하게, 무절제하게 싼 맛에 사내하청을 들였다 뺐다 하는 상황에서 이 전제 없이 노조가 내부 유연성 확보를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또 하나의 주장은 한마디로 ‘전원 정규직화’ 요구가 회사의 반대는 물론 슬림화, 외주화 라는 자본주의 거대 흐름을 감안할 때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중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만여명의 사내하청을 전원 직접 고용하되, 임금체계를 연공급이 아닌 100% 직무급으로 하고 고용조정의 필요가 있는 경우 고용안전판(buffer)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비정규직 규모가 30% 가량인데 이들은 모두 직접고용 계약직이다. 그런데 직접임금은 정규직보다 높고, 심지어 정규직은 본인부담인 기숙사비도 회사에서 지원받는다. 바로 고용조정시 우선 조정대상인 ‘계약직’이란 점에서 일정한 우대(개런티)인 셈이다. 이런 도요타 방식을 현대차에서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이와 함께 직업훈련 등을 통한 다기능화를 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으로 받쳐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수용가능한 비정규직의 비율이 ‘사회통념’으로 가늠되는 우리와 달리 도요타는 회사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비율이 30% 정도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정규직들의 숙련도. 신차종이 개발될 때나 수출지역에 따라 다른,  다양한 옵션기능을 바로 소화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시스템 속에서 정규직들을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장기근속자의 숙련도는 높은 편이지만, 시스템에 따른 체계적인 학습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어깨너머로’ 배운 숙달 정도가 뛰어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이중노동시장 수용’이란 점에서, 또한 ‘전원 직접고용’이란 점에서 노사 모두로부터 환영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한 숙련을 키우면서 정규직을 계속 고용하는 한편 당장의 물량 수요에 따른 계약직 채용을 관행화하자는 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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