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말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임금노동자의 52.5%에 이르러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7년 12월 임금노동자의 47.7%였던 것보다 5%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이다.

민주노총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99년 신규 취업자의 92%가 임시직이었으며, 상용직은 지난해에 비해 1.6%가 늘었으나, 임시직은 12.6∼22.7%가 늘어났다.

이는 최근 경제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고용의 상당 부분이 비정규직이며, 이런추세로 가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역전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런 비정규직의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취업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율로 보면 한국은 룩셈부르크의 12배, 벨기에의 6배, 영국의 5배, 이탈리아의 4배, 프랑스·독일·네덜란드의 3배 가량이며, 전체 유럽연합(EU) 국가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서유럽에서는 스페인 정도만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림1)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사실상 낮은 임금과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 정규직 일을 대신하는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시적 결원이나 업무가 생긴 때만 기한있는 근로계약을 맺도록 한선진국의 경우와 반대되는 것이다.

먼저 파견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계약 만료 뒤 취업이 `사정에따라' 달라지거나 퇴직하는 경우가 잦아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물론전체의 57.0%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자동연장돼 일시적 업무가 아닌정규직 업무를 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파견노동자와직영비정규직 노동자의 60.2%가 정규직원 업무와 같거나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있으며, 정규직과 비교하면 파견직은 77.8%, 직영비정규직은 82.4%가 정규직과같거나 정규직을 보조하는 일이어서 사실상 80% 가량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3) 비정규직은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강요당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취업을 원한 경우는 17.4%에 불과했으며, 82.6%는 비정규직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취업의 기회도 `있었다'(48.9%)는 사람보다 `없었다'(51.1%)는 사람들이더 많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총임금은 83만∼87만원으로 140만원 가량인 임금노동자 평균의 60%에 불과하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93만원에도 못 미쳐 비정규직의 증가가 노동자 빈곤의 이유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5∼48시간, 주당 평균 초과노동시간은12∼13시간으로 정규직과 별 차이가 없었다.

7월1일로 시행 2년을 맞은 파견근로 사업장에서 정규직 고용을 피하기 위해최근 해고와 전환배치 등이 잇따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파견노동자들은 위장 도급이나 사내 하청 등 불법 파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과 파견이 실제 현장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울산지역의 21개 주요 사업장의 사내 하청인원은 조합원 5만720명의 20%를 넘는 1만34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의 주진우 정책2국장은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를 통해 이뤄진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노동자들을 가난과 무권리, 반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고 파견근로제를 폐지함으로써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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