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휴일 증가를 이유로 공휴일을 현행보다 줄이기로 하고, 식목일(4월5일)과 제헌절(7월17일)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아직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만 늘일 뿐이라는 비난이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상태다.

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는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까지 실시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들의 85%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분포돼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서둘러’ 휴일만 축소해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작은 인쇄 사업장에서 일하는 김 아무개씨는 “어차피 쉬지도 못하는 휴일들이었다”며 냉소를 보였다.
 
“우리 같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야 주5일 근무는커녕, 설, 추석 등 큰 명절이나 돼야 겨우 쉴 수 있었다. 그래도 공휴일에는 사업주 재량에 따라 가끔 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쉰다는 말을 해도도 부담이 덜 된 게 사실이다. 주5일제는 구경도 못해 봤는데, 어차피 제대로 쉬지도 못할 휴일마저 없어진다니 기분이 씁쓸하다.”

대공장에서 사내하청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업체가 주5일 근무를 실시하면서 일종의 ‘어부지리’로 ‘주5일 해택’을 받기는 했지만,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민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교육선전위원은, 공휴일 축소로 안 그래도 열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마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절을 제외한 국가 기념일은 대공장의 경우 대부분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서 휴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조도 거의 없고 노조가 있다 해도 우리 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휴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대공장 노동자들은 주7일을 꼬박 근무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기는 하지만 그나마라도 받아왔던 휴일근로수당이 그만큼 감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규모 빌딩에서 청소나 시설관리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법정 공휴일을 꼬박꼬박 챙겨 쉬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원청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즐길 수 있었던 ‘소박한 한가로움’이 덜어지게 됐단다.

대형빌딩 시설관리 노동자인 이종호씨는 휴일이 지나치게 많다는 정부의 주장이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다.
 
“12시간 혹은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주말도, 휴일도 없다. 그래도 원청이 출근 안하는 공휴일에는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약했는데, 이젠 12시간이나 24시간 정도 꼬박 일해야 하는 시간이 더 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주5일 근무 때문에 휴일이 많아졌다는 것은 무슨 말이고, 그 때문에 왜 애꿎은 공휴일을 없애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우리들이야 원래 쉬지도 않았던 날이니까 그렇다 치고, 토요일에도 새벽부터 나와서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은 갑자기 식목일에도 일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겠나.”

법에 따르면, 주5일제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려면 앞으로 6년 뒤인 2011년이 돼야 한다. 주5일제를 구경도 못해 보고 휴일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85%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지금 그저 허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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