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는 누가 될까?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거의 반환점에 다다르고 있다지만, 북핵문제부터 비정규직 관련 법안 국회처리 등을 놓고 일대 격돌을 앞둔 상황에서 ‘차기’는 하루하루가 고역인 노동자 서민들에겐 관심 밖의 문제다. 하지만 모든 일을 대권과 연관지어 사고하는 정치인 당사자들이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 입장에서 권력의 향배는 언제나 뜨거운 관심사인 게 분명하다.
  
이에 진성호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장도 ‘차기’를 점치고 나섰다. 진 부장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사진>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 후계자는 바로 이 사람?’이란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이해찬 국무총리를 지목했다.
 

진 부장은 “현재 언론에는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이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의 대표인 양 부각되고 있”으나 “그들은 혹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며 두 사람을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배제했다. 진 부장은 이해찬 총리를 거론하며 “먼저 자리부터 다르다. 그들은 장관이지만, 이해찬씨는 국무총리, 영의정”란 ‘위트 섞인’ 분석으로 후계자감인 까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동영, 김근태 장관이 노 대통령의 후계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부연하며, 진 부장은 두 사람의 최근 행보를 지적했다. 진 부장은 “정동영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 기대는 ‘친노 행보’라면, 김근태 장관은 독자적 노선을 걷는 ‘나대로 행보’”라고 설명하고, “최근 북핵 문제에서 보여준 정 장관의 스타일을 보면, 그에게 과연 기회가 주어질지 미지수인 것도 같고, 김 장관의 ‘계급장 떼고’ 식 스타일도 노 대통령에게 결코 환영받을 것 같진 않다”는 나름의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이해찬 총리를 후계자로 지목한 데 대해 진 부장은 세 가지 근거를 내 놨다.  
 
첫째, 노 대통령을 닮은 이 총리의 기질이다. 진 부장은 “그는 지난해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빼닮은 행동을 하나 둘씩 시작했다”며 “조선, 동아일보 보고 ‘까불지 말라’고 했던 독일 발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4대 입법안’ 후퇴 등 당시 정부여당 개혁의 지리멸렬에 애태우던 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그 냉랭해진 가슴을 다시금 달구는 충격요법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작년 10월 18일 “조선·동아 용서 못한다” 발언을 지목한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을 계기로 이 총리 진영에 대거 몸담게 됐다는 점이다.
 
기념사업을 “사당적 패거리 같은 비전문가가 좌지우지 한다”는 내부 고발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진 부장은 이 총리가 “거느린” 몇몇 “정치 패거리”들을 거론했다.  
 
진 부장은 대표적인 인물로 정윤재 민정2비서관을 거론하며, 그를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이자 노 대통령의 부산지역 386 핵심참모로 소개했다. “노무현 의원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열린우리당 부산 사상구 위원장으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권철현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으며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으로 있다 지난해 9월 총리실 1급 비서관으로 특채됐던 정권 실력자”라고 덧붙였다.
 
진 부장은 또한 “광복 60년 추진기획단 기획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머지 3명 중 2명이 이와 비슷한 정치인 출신”이라며 추가로 지목했다.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선대본부에 참여했던 B씨”와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에 참여했으며,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지낸 부산 출신 C씨”가 그들이다. 진 부장은 “정윤제 비서관을 포함해 이들 3명은 노무현 대통령과 동향인 이른바 ‘부산 마피아’”라고 표현했다.
 
이들 외에 진 부장이 기념사업회 참여 의미를 비중 있게 해석하는 사람은 송치복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현 S광고기획사 대표)이다. 진 부장은 “‘노무현의 눈물’ 광고 기획자인 송 대표는 결코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과 ‘기타 치는 대통령’이라는 정치광고는 수십만 표, 수백만 표를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송 대표의 ‘위력’을 설명했다.
 
진 부장이 평가하는 송 대표의 ‘위력’이란 그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이다. 진 부장은 “만약 그가 지원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로선 엄청난 미디어 참모를 만난 셈”이라며 “송 대표라면 대중적 인기 면에선 아직까지는 ‘그저 그런’ 이해찬 총리를 대권 후보감으로 ‘창조’해 낼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이런 까닭에 “이번 기념사업을 통한 ‘부산 마피아’와 송치복 대표의 이해찬 총리 주도 사업 참여는 그리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란 것”이다.
 
셋째,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 총리의 “후계자형 캐릭터” 때문이다. 이 총리가 노 대통령 눈에 나지 않는 ‘처세술’에 밝다는 것이다.
 
진 부장은 그 예로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이 총리의 태도 변화를 들었다. 진 부장은 “그는 지난해 7월 임시국회 답변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남북관계를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폐지가 아닌 개정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노 대통령이 MBC ‘시사매거진 2580’과 인터뷰에서 폐지 입장을 밝힌 직후 ‘국보법은 국민을 괴롭힌 악법’이라며 안면몰수 했다”며 “이건 후계자형 캐릭터, 그들이 흔히 취하는 태도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진 부장은 또한 “이 총리는 지난해 노 대통령이 비판적 언론의 경제위기 보도 비판과 맥을 같이 해 ‘일부 보도가 경제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데 언론이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하고, 경제위기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이 총리의 비판적 태도를 ‘노 대통령 추종적 태도’로 해석했다.  
 
이 총리가 취임 초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찾아가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박 전 대통령의 한쪽 측면만을 보고 맹렬히 비판했었다”고 말하면서, “지나고 보니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 없이는 이렇게 못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부분도 진 부장은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속에 감춰진 어떤 야심 같은 것도 엿보게 된다”는 진 부장은 “반대급부로 그에게 노 대통령의 지지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진 부장은 이러한 분석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고 “결정은 노 대통령이나, 그 쪽 진영 사람들이 할 일”이라면서도, “세월이 흘러, 이해찬 총리가 여당 대권 후보로 선출되면, 나의 이 블로그의 예언은 맞은 것이고, 아니라면 나의 통찰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 때 다시 블로그 쓰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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