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전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누구보다도 ‘잔인한 설 명절’을 맞게 됐다.

지난 1월18일부터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울산 5공장에서 파업, 잔업거부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 조합원 36명은 소속 협력업체로부터 지난 5일 무더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간부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 간부 13명에게는 지난 1월중에 차례차례 해고 통보가 떨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7일, 울산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제출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집회및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사와 비정규직노조에 통보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스스로 또는 소속 조합원 및 제3자를 통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경계 내(반경 5M이내)에서 일체의 집회 및 시위를 하거나 하게 하여서는 안된다”며 “이를 어길 경우 회사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한 소속 조합원 및 제3자를 울산공장 경계 밖으로 퇴거시키고 그날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이를 위반할 경우 비정규직노조는 위반행위가 있는 날을 1인당 1일 10만원의 비율로 계산, 현대자동측에 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9일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통해 현대차가 실질적인 사용주라는 것이 밝혀 진 뒤여서, 현대차의 이 같은 주장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 됐었다.

설 명절 휴가를 반납하고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 협력업체, 법원 등이 취하고 있는 이같은 조치들에 대해 “정부기관, 사법부, 현대차 원하청 업체가 모두 합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저항을 짓밟고 있다”며 반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달 21일 집회에서 경비대의 폭력으로 조합원들의 머리가 깨지고 손이 부러지자 이에 분을 참지 못한 최남선 조합원은 ‘우리도 떳떳하게 집회 한번 해보고 싶다’며 분신자살을 감행하기도 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너무나도 소박하고 절박한 소망을 법원이 오늘 처참하게 짓밟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회사측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짐으로써 비정규직노조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농성장소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떠한 집회나 시위도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

비정규직노조는 “수년간 불법파견으로 사용돼 왔던 것도 억울한데 이처럼 비정규직노조의 손발까지 묶는다면, 도대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어마어마한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문제를 제가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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