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정국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아셈회의가 끝나면서 노동계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쟁점들을 제기할 태세로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쟁점들의 일차 기착지는 노사정위원회가 될 것 같다.

지난 주 노사정위원회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단체협약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사간에 일부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

노사정위에서는 단협위반시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책임만 지도록 하자는 경영계측 주장과 부당노동행위 처벌수준으로 형사책임을 대폭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다가 일단 처벌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하고, 처벌대상이 되는 단협 위반내용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아직 쟁점 합의까지는 넘어야할 난관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노사정위로서는 가뭄속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달동안 별반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그래도 노사정위에서 뭔가 의견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노사정위는 하반기 노동현안들에 대한 논의를 노사정위로 유치(?)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속에 한국노총의 하반기 일정도 약간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애초에 10월25일을 시한으로 이때까지 노사정위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노사정위 불참선언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노총 내에서는 11월까지 그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단 노사정위 협상으로 실리를 확보한 다음에 남은 쟁점들은 투쟁으로 압박해 나간다는 구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한국노총 내에서 노사정위 협상과 관련한 사항을 이남순 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이남순 위원장이 11월까지 노사정위에서 정치력을 발휘를 통해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이남순 집행부는 정부, 정치권과의 협상을 통해 정치력을 시험받는 계기이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최대한 실리를 확보하는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국노총이 10월 말까지는 노사정위 협상테이블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양대노총의 연대투쟁은 11월부터 본격가동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11월 노동자대회를 양대노총 공동으로 개최할 것을 촉구해왔고, 이에 대해 양대노총 모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직 공동집회 시기를 놓고 최종 결말이 나진 않았지만 11월 중순 경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에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정갑득 현대자동차 노조 위원장이 조직 내부문제로 사퇴하면서 그 파장이 상당히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조합원 3만명이 넘는 금속산업연맹 최대조직인데다 정갑득 위원장이 민주노총 내부 역학관계에서 가지고 있던 비중이 컸던 만큼 그의 위원장 사퇴는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노조의 차기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내년 2월 금속산별노조로의 전환과 그 직후에 치르게될 금속산별노조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내년 초 이전에 치러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노조가 보궐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선거 전까지는 조직력을 100% 발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하반기 투쟁계획도 부분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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