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2시. 민주노동당은 용산구민회관에서 새해 들어 첫 중앙위원회 회의<사진>를 열었다. 앞서 당은 이번 회의를 공개로 진행한다고 각 언론사에 알렸다.

제5차 중앙위는 쟁점사안들이 즐비했다. 지난해 사업평가에서부터 올해 사업계획 초안까지 다룬다. 비록 안건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내홍을 겪었던 기관지 편집장 교체문제도 잠복해 있고, 최근에는 여성당직자 폭행사건과 관련된 중앙당기위 결정에 대한 당내 논란도 있다. 비정규직운동본부 설치를 요구하는 안건제안과 토론도 예상됐다. 굵직굵직한 사안들이었고, 그만큼 언론들과 당 안팎의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당은 회의 직전 ‘비공개’를 결정하고, 이 사실을 회의장에 앉아있던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민감한 사안들이 많아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공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규엽 홍보담당 최고위원을 찾았더니, 그는 ‘비공개’ 결정을 알지 못한 채 “그럴 리 없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곧 회의는 열렸고, 사회자는 기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일부 기자들은 당직자들에게 항의했다.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당원 신분’을 밝히며 참관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특정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당원의 권리까지 박탈당했다. 회의는 이처럼 ‘은밀하게’ 열렸다.

물론 정당은 내부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이 낱낱이 밝혀지면 뜻하지 않게 당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도 각종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의 회의공개 여부는 온전히 당의 몫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의 정치적 대표체를 자임하는 ‘진보정당’이다. 보수정당과 질적으로 다른 정당이라고 자부한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을 가르는 주요 잣대 가운데 하나이다. 민주노동당은 다른 정당들끼리 비공개 회의를 할 때 ‘밀실야합’이라고 규탄했고, 13일 국방부의 군사기밀 국회제출 거부지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보수정당들은 비공개 회의를 할 때는 회의 직후에 발언자와 발언내용까지 소상히 공개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회의 결과만 덜렁 밝히기 일쑤였다. 공개 시점도 늘 늦었다.

원외정당 시절에는 언론들의 관심이 적어 고심했는데, 이제는 ‘지나친 관심’이 거북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지하에서 운동하던 과거의 행동양식을 여전히 유지하고픈 ‘관성’ 탓일까. 민주노동당을 국민대중들에게 꽁꽁 감춰야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기자는 아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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