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거세지는비난여론을 의식, 추가출자에 일부 동의하는 듯한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23일자 '장하성 교수 비판' 기고에 이어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이 LG그룹 대주주의 출연을 주장하는 글을 다시 기고해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LG그룹이 장하성 교수 등 사회 일각의 비호에 힘입어 채권단의 '7,700억원 출자전환' 요구를 거부하다가 여론의 칼끝이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주주로 겨눠지자 또 다른 요구를 하며 국민경제를 담보로 ‘배째라’식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즉 LG그룹쪽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출자 기준부터 마련하자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면서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한 대주주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난해 11월 LG카드 사태가 발발하기 전, 구자홍 LG전선 회장 등 LG전선 대주주들뿐 아니라, LG그룹의 핵심 전문경영인들도 LG카드 주식을 모두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이기주의를 보였던 것이다.

또한 서경석 GS홀딩스 사장은 지난해 7월24~28일간에 세 차례에 걸쳐 LG카드 1만3,653주를 1주당 2만~2만1,000원대에 팔아 최소 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그밖에 조명재 LG생활건강 고문(당시 LG경영개발원 사장), 정병철 LG시엔에스(CNS) 사장, 이헌출 전 LG카드 사장 등도 침몰하는 LG카드를 외면한 채, 시세차익 챙기기에 급급했다.

이렇듯 LG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LG카드 주식 매각으로 막대한 이득을 본 반면, LG카드 종업원과 고객, 국민들은 LG카드의 부실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LG와 정부가 합창하는 '금융시장붕괴론'에 국민들은 또 다른 위기가 오지 않나 걱정하며 이 희대의 합작극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재 LG그룹이 말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출자기준 마련의 실체는 희대의 합작극을 통해 책임을 최저로 낮춘 다음, 그마저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대주주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LG카드를 정상화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전제 조건은 정부의 카드부양책과 LG카드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다.

현재의 LG카드 사태는 지난 4월3일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이 사실상 부실대책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임을 증명한다. 당시 정부는 카드사의 일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신사가 보유한 카드채권 중 만기가 돌아오는 5조원을 은행·보험·증권사가 공동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카드사는 이런 정부정책을 등에 업고 각종 수수료율 인상을 통해 부실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다. 금감위에서는 시중 은행장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담당 국장이 은행별로 부담할 카드채 매입 할당금액을 적은 노란 봉투를 돌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처럼 졸속땜질 대책과 사실상의 관치금융을 반복한 정부의 무책임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 현재의 LG카드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국민의 생활고를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이번 LG카드 사태는 근본적인 책임추궁이 이뤄져야 한다. LG그룹 대주주의 부실경영과 부당거래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와 더불어 계열사 출자가 아니라 대주주 일가의 출연으로 LG카드를 정상화하는 것이 해답이다.

LG카드 사태의 재발은 소비자 금융산업에서 일어난 미증유의 신용대란의 원인이 아직 엄존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신용대란은 고금리를 활개 치도록 만들고 있는 부실 대부업법과 정부의 비호를 업고 약탈적 과다대출을 일삼은 금융기관들 때문에 일어났다.
 
우리 사회가 이런 대홍역을 치르고 있음에도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금융기관과 대주주들의 이기주의를 척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는 서민 금융생활을 보호해 줄 고금리제한법 제정, 공정채권추심법을 도입하고 약탈적 과다대출의 피해자인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는 데 필수적인 개인회생, 파산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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