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위원장 김영길) 총파업 이틀째인 16일, 일부 언론들은 사실상 노조의 파업은 끝난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고, 정부는 기존 방침과 변함없이 파업 참가 공무원들을 중징계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에 참가한 한 조합원의 심정을 들어봤다.

공무원생활 14년차인 8급 이아무개씨(38세)는 ‘꿈같은 공무원’ 생활을 꿈꿨다. “91년도에 처음 공무원이 됐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있었어요. 비록 말단이긴 하지만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얻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죠. 열심히만 하면 고위직 공무원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 꿈은 단 1년 만에 깨지고 말았다.

“그건 정말 꿈이었죠. 저는 열심히 일만 하면 승진은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래 과장급에는 개인 비서가 없는데, 과장의 가방도 들어주고, 마치 개인 비서처럼 모든 일을 다해주는 사람들을 봤어요. 결국엔 그 사람들이 진급을 하더군요.” 그런 그에게 선배들은 ‘간, 쓸개를 다 버리라’고 충고(?)했다.

그때 그는 연금만 탈 수 있게 된다면 언제고, 일을 그만 두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다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건 공무원노조가 출범했고, 그는 마지막 희망을 거기에 걸었다. “기왕 공직사회에 실망해서 나갈거면 처음 꿈꿨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항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동료들도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죠.”
 

공무원 생활에 대한 꿈과 좌절

그렇게 가입한 공무원노조가 첫 총파업을 결행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와 여론의 질타는 유별났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배려를 하면서 노조를 바라볼 수도 있는데, 그 약간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정부가 노조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전교조가 반공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싸워왔는데, 당시에는 모두 그들을 비난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말하는 ‘참교육’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공무원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직사회 개혁은 절대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확신하고 있어요.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우리가 말한 것들을 이뤄내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왜 싸웠는지를 이해해 주겠죠”라고 말했다.

정부의 파업참가자 전원 연행 방침에 맞서, 공무원노조는 산개와 집결을 되풀이하는 게릴라 전술을 펴고 있다. 14일, 파업 전야 중 첫 산개했을 때는 많은 조합원들이 시내 중심가의 찜질방 등을 이용해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파업 첫째날인 15일 밤에는 찜질방 조차 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시내 중심가의 찜질방까지 수색한다는 소리에 서울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모인 동료들 보니 힘난다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오히려 동지애를 다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힘든 건 사실이에요. 흩어져 있을 때의 고립감이라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다른 동지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한데, 조합원들이 복귀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들려오면…. 하지만 다시 집결해 있는 동지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뭉클해요. 한번은 저도 집결지까지 제시간에 가지 못해 낙오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낙오된 걸 알면서도 그곳까지 달려오는 동지들을 봤어요. 그땐 정말 눈물까지 났는데, 그런 것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같습니다. 절대 우리의 힘을 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15일 공무원노조가 발표한 4만5천여명의 현장파업 대오와 3천여명의 상경투쟁조합원은 현재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김영길 위원장은 16일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집계되진 않았지만 일부 현장파업 대오가 복귀했으며, 상경대오는 1천명 가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정부의 탄압이 극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변 동지들이 얼어붙는 것은 당연한거죠.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들도 무조건 파면 아니면 해임을 시키겠다는 데야,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걸요. 저도 아들, 딸이 있는데 그분들(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을 탓할 수는 없잖아요. 직장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것은 정말 죽으라는 것밖에 안돼요.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군사정권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게 책임이 있는 거죠. 전교조가 그랬듯 공무원노조도 몇 백명, 몇 천명이 직장을 잃는다고 해도 우리는 노조 활동을 접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싸움은 끝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는 불씨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더 활활 피어오르게 하기 위해서 끝까지 국민들과 함께 싸울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파업에 참가하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안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는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미안해 하지 말고,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이 돌아오면 따뜻하게 손잡아주며 서로 위로해줍시다"라고.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지금은 우리를 욕하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때 박수를 쳐달라"고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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