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날이 밝았습니다. 전원 대기하여 주십시오. 총파업 투쟁 승리하자(중앙상황실) 08:08"

총파업 투쟁을 알리는 공무원노조의 첫 번째 지침이 떨어졌다. 전날 각 지역본부별로 산개해 눈을 붙였던 조합원들은 다음 지침을 기다리며, 이미 집결 준비 중에 있었다.

"[긴급]09:00까지 한양대 집결(중앙상황실) 08:21" 지침이 떨어지자마자 7명의 조합원은 한양대로 향했다. 한양대 정문, 경찰병력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학교 정문 등 곳곳에 '학교의 허락 없이는 집회 및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공문이 나붙어 있을 뿐이었다.

"한양대 학생회관 앞으로 집결 바람(중앙상황실) 09:12" 조합원들은 일단 안심을 하며, 한양대 학생회관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280여명의 조합원들이 먼저 도착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대오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고, 파업 출정식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학교쪽 관계자가 노조 관계자들에게 퇴거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고, 중앙상황실에서는 "[긴급]지하철역에서 나가지 않은 동지는 지하철역에서 대기(중앙상황실) 09:37"라는 지침을 보냈다. 지하철역이 봉쇄당한 것이다.

 
봉쇄된 지하철역, 대학의 퇴거요청

노조는 긴급회의를 통해 산개 지침을 내렸고, 조합원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파업을 시작한 공무원노조에 격려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긴급]전체 대오는 산개하고, 지하철역은 이용하지 말 것. 검거에 유의할 것(중앙상황실) 09:55" 차를 타고 나가려던 조합원들은 정문을 통제한 경찰병력을 볼 수 있었다. 경찰은 차 안까지 일일이 수색하고 있었다. 다시 차를 돌려 후문, 병원쪽 출구 등을 돌았으나 출구는 모두 막혀 있었다.

"안되겠다. 본조에 연락해서 지금 여기 저기 경찰들이 검문하고 있으니까 나가지 말라고 지침 내리라고 해야겠다"던 조합원이 중앙상황실에 연락을 취했고, 이어 다음 투쟁지침이 내려졌다. "[긴급]골목마다 병력배치, 무조건 연행 중, 신속하게 산개할 것(중앙상황실) 10:16"

"지침이 왔다. 그런데 신속하게 산개하라, 이러면 지금 다 빨리 나가라는 말 같잖아. 밖에 나가지 말고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야지. 다시 전화해." 한 조합원이 중앙상황실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고, 다시 지침이 내려졌다.

"[긴급]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고 다음 지침까지 대기하고 있을 것(중앙상황실) 10:25" 조합원들은 한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다른 지역 조합원들의 소식을 공유하느라 바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다른 연행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차안에서 이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데, 또 다시 지침이 떨어졌다. "[주의]한양대학교 수위들이 경찰에게 숨은 장소를 알려주고 있음. 수위를 조심할 것. 10:41" 주차장도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상황 판단. 그때 다른 지역 조합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지는 보건의료노조 한양대의료원지부에 몇 명의 조합원이 집결해 있다는 것.

대학병원 조합원들 따뜻하게 맞아

"역시 노조가 도와주는구나"라며 감격의 목소리가 차안에 울려 퍼졌다. 조합원들은 다시 차를 돌려 한양대의료원지부 사무실로 향했다. 한양대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 했다.
 
잠시 지친 몸을 쉬며, 다음 계획을 논의했지만 현장을 살피고 온 조합원들의 말에 의하면 만만찮은 상황이었다. 경찰의 검문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 학교를 나가는 차량을 모두 다 수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트렁크까지 살펴본다는 것이다. 그때 또다시 문자가 들어왔다. "승리하는 투쟁을 위하여 위원장의 '복귀명령'이 있을 때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합시다(중앙상황실) 11:26"

조합원들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무사히 한양대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오후 1시40분경, 점심 식기를 되찾아가려는 한 식당의 배달원이 찾아왔다. 한 조합원은 그 배달원과 상의해, 배달원으로 위장하고 한양대를 빠져나갔다.

조합원들은 그렇게 무사히 한양대를 빠져나가 다음 투쟁 집결지까지 함께 하기를 바라며, 산개할 곳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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