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조직하는 사회."

아나키즘의 현대적 조명과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의 아나키스트 콜린 워드(80)는 아나키스트 조직을 이같이 정의한다.

그는 1924년 영국 에섹스에서 태어나 1960년대에 대표적 자유주의 저널 '아나키'를 창간, 편집자 겸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영국 정치 주간지 `뉴스테이츠맨 앤 소사이어티'의 고정 칼럼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가 1973년 내놓은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김정아 옮김·돌베개 펴냄)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초판이 나온 이래 아나키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현재의 아나키즘을 다룬 그의 대표적 저작.

원제 'Anarchy in Action', 즉 행동하는 아나키(아나키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아나키즘 이론보다는 아나키적 행동과 실천,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국내 소개된 다른 아나키즘 관련서와 구별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아나키즘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론에 치중한,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공허할 수 있는 책들과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그는 기성 질서에 대한 반감을 전파하는 반체제론자로 아니고, 국가 전복을 꾀하는 혁명가도 아니다. 교과서를 쓰기도 하고 교육행정에도 관여한 이력이 보여주듯, 그는 이 책에서 현실에 뿌리박은 아나키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1936년 스페인혁명, 68혁명 등 일련의 민중혁명의 역사적 경험 속에 흐르고 있는 아나키즘의 흐름을 읽어내면서 탈학교 운동, 주택점거 운동, 성해방 운동, 노동자 경영권 요구, 공동육아와 공동가사 운동 등 1960년대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자치적 실천운동들과 아나키즘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아나키즘의 핵심을 집권화가 아닌 분권화에서 찾는다.

모든 사회운동의 핵심을 분권적 의사결정에서 찾은 미국의 진보적 사학자·노동법학자·노동변호사인 스토턴 린드를 비롯해 마르틴 부버, 시몬느 베이유, 노엄 촘스키 등 현대 아나키스트들의 이론을 인용하면서 분권화된 소규모 사회에서 일어나는 구성원 간의 자발적 질서와 자발적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260쪽·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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