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침묵하지 않겠다.”

노동자·서민·농민의 삶 자체를 위협하며 각 분야에서 광범위하고 빠르게 밀어닥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반세계화 공동투쟁 기획단(기획단). 지난 상반기 반WEF(세계경제포럼) 투쟁의 성과를 이어 하반기 △WTO 쌀개방·서비스 시장 반대 △한일FTA(자유무역협정)·한미BIT(투자협정)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기치로 반세계화 투쟁을 위한 조직이다. 노동, 농민, 의료, 교육 등 각 분야의 14개 노동·사회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기획단은 28일 오전 ‘반세계화 공동투쟁 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반세계화 공동투쟁의 신호탄을 올렸다. 조준호 반세계화 공동행동 기획단 운영위원장을 만났다.<사진>
 

 


각개전투 아닌 연대투쟁으로 세계화 막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가 아주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오고 있다. 이는 이전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나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을 전면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정부가 일본을 비롯해 각 나라와 FTA를 전격적이면서 단기간에 추진하고 있다. 공동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 운영위원장은 민중진영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민중진영의 ‘각개전투’식의 반세계화 투쟁을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전환시켜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운영위원장은 특히 이번 반세계화 공동투쟁에서 한일FTA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한일FTA를 체결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조 운영위원장은 “다 죽고 난 뒤에 무슨 소용이냐”라고 일축했다.

“한일FTA는 한국과 일본의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보호 장벽과 노동자의 피땀으로 겨우 일궈낸 경제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과의 무한경쟁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몇 개의 초국적 재벌을 제외하고는 다수 중소기업이 붕괴될 것이다.”

“한일FTA 폐해 심각…산업붕괴, 비정규직·실업자 양산”

이는 곧바로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산업이 붕괴되면 실업문제와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양산될 것이 뻔하다. 기업도 노동조건이나 기업환경이 맞지 않을 경우 더 빠르게 해외로 빠져나갈 테고. 산업공동화 현상의 가속화가 우려된다.”

실제 조 운영위원장은 미국과 멕시코의 나프타(NAFTA)가 양국의 노동자의 삶의 질을 모두 떨어뜨려 놓았다는 점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번 협상이 6차임에도 그동안 전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조 운영위원장은 분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FTA 중 경제규모가 크고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가장 우려스럽다. 그런데 정부는 그에 대한 대비나 분석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칠레FTA에서 보듯이 벼랑 끝에 몰린 농민에 대한 대책을 아직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침묵하지 않겠다고 한다. 만약 민중진영이 한일FTA에 대해서 침묵했다면 벌써 체결됐을 수 있다며, 정부는 ‘밀실협상’을 통해 이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제는 전면적으로 달라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한-싱FTA, 한-아세안FTA 등 줄줄이 이어질 FTA, BIT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번에 한일FTA반대 일본 원정투쟁을 간다. FTA와 관련한 해외투쟁은 처음이다. 정부는 밀실협상을 중단하고 협상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반세계화 투쟁 본격화”

“이번 반세계화 공동투쟁의 의미는 크다. 그동안 민중진영에서는 세계화의 위협이 아래로 자각되고 스며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안별로 자기 문제로만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노동계도 아주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아셈반대 투쟁 이후 올 상반기 반WEF 투쟁에서 다시 본격적인 반세계화 투쟁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반세계화 공동투쟁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세계화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대중에게까지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조 운영위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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