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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노동의 가치를혼란한 정국, 그래도 아이들에겐 ‘희망과 꿈’ 담긴 좋은 책선물 어때요
“놀아줘, 놀아줘.”
“으으응~” “아빠, 주무시게 조용히 해.”
“아빠는 잠만보(포켓몬 중 잠만 자는 캐릭터).”

아이들을 이길 부모가 어디 있겠나. 부모들은 지친 몸을 추스려 큰 맘 먹고 집밖을 나서지만 막상 마땅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딜 갈까.

15일부터 시작한 ‘2004 파주 어린이 책 한마당’이 이번 주 24일(일)까지 계속된다. 김밥 사들고 돗자리 챙겨 가족끼리 가을소풍 삼아 나들이 하기에 딱이다.

2회째인 올해의 주제는 ‘파주출판도시에서 놀며 배워요’. 독서의 계절, 가을. 5,000여종의 어린이 책을 연령별ㆍ주제별로 모아 놓은 도서전시장에서 책을 읽어도 좋다. 책 만들기와 종이접기, 출판사와 인쇄소 견학, 어린이 건축학교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좋다. 각종 미술, 음악 공연과 영화축제, 별자리여행 등 다양한 볼거리도 눈길을 끈다. 거의 모든 행사가 무료이지만 유료행사는 미리 파악해 놓는 것이 좋겠다.

이마저도 피곤하다면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 된다. 맑은 공기, 반짝이는 햇살, 부드러운 바람에 탁 트인 너른 들판이 선사하는 가을 풍경. 파주출판도시는 그 자체가 놀이공원이다. 주변에 흘러가는 갈대 우거진 샛강을 따라 산책을 해도 좋다.

행사기간중 이 곳으로 가려면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지하철 합정역, 대화역, 경의선 금촌역에서 아침 9시 30분부터 매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문의ㆍ예매 (031)955-0050, www.pajucbf.org>

너무 늦게 알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가지 못한 분들은 아이들에게 책 한권 선물해주는 것도 좋으리라. 수많은 책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를지.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 주면 어떨까. 책을 읽은 아이들이 노동자의 아들, 딸임을 자랑스러워한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5월의 노래’(창작과비평), ‘난 두렵지 않아요’(중앙M&B)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읽기에 딱 맞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나도 아빠처럼 될래요’(보리출판사) ‘이런 공장은 싫어’(보리출판사) 등의 책들을 권해볼 만하다.

‘5월의 노래’는 어려운 살림 탓에 뒤늦게 학교에 들어간 노마가 소년회를 만나면서 식민지 모순과 설움을 깨닫게 되는 내용. 나아가 참다운 동무를 만나 진정한 우정과 용기를 배운다. 주인공 노마는 목수인 아버지가 일하는 집 주인 아들과 싸우다 부당하게 혼이 난다. 또 탄광차를 타고 놀다가 일본 순사에게 매 맞고 끌려가는 노동자를 보며, 울분과 의문을 느낀다.



‘난 두렵지 않아요’는 파키스탄의 소년 운동가 ‘이크발 마시흐’의 이야기다. 이크발이 아동노동 착취 실태를 고발하다 괴한의 총에 맞아 죽을 때까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처절하지만 아이들의 꿈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희망을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인종편견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얘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공장은 싫어’는 보리출판사의 ‘달팽이 과학동화’ 전 40권 시리즈 가운데 한 권.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분홍 복사꽃이 지천해 핀 동산에서 수확하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는 원숭이들. 그런데 이 마을에 갑자기 늑대가 나타나 복숭아 통조림 공장을 짓는다. 예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일을 하던 원숭이들은 점점 일을 재촉하고 야근까지 시키는 늑대 때문에 쉴 틈도 없이 식은땀을 흘린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작업 속도에 불만을 품은 늑대는 갖가지 기계들을 들여오고, 복숭아 껍질을 녹여버릴 화학약품까지 사용하게 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원숭이들이 늑대를 몰아내는 과정이 참 흥미롭다.

자, 이쯤 되면 어린이 책을 미처 보지 못했을 ‘공안문제연구소’가 발칵 뒤집힐 만하지 않을까.

‘나도 아빠처럼 될래요’는 보리출판사의 ‘개똥이 그림책’ 전 50권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공장이 많은 곳에 사는 아이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에 대해 소개한다. 공장에서는 신발, 옷, 사탕, 버스 등 많은 것이 생산된다. 공장 사람들은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한다. 모두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잔업, 철야에 지친 몸으로 잘 놀아주지 못하는 못난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딸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흐뭇하지 않을까.

1980년 설립 이래 어린이 교육문화 운동을 실천해오고 있는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레이버투데이’ 독자들을 위해 총 8권의 책을 추천했다. ‘문제아’(창작과비평), ‘일하는 아이들’(보리), ‘전태일’(사계절)과 같은 초등학교 고학년용. ‘고물장수 로께’(푸른나무), ‘행복한 청소부’(풀빛), ‘꼬마 곡예사’(분도), ‘달구지를 끌고’(비룡소), ‘바구니 달’(베틀북) 등의 저학년용 그림책 등이다.

연구회의 하지숙 사무국장은 “어린이책 속에서 딱히 ‘노동의 가치’만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책 속에는 노동의 참 기쁨이 무엇인지, 일하는 즐거움이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자 어린이 책 속으로 더 들어가 보자.




‘문제아’(박기범 글/박경진 그림/창작과비평사)란 책은 모두 10편의 단편이 실린 동화집. ‘소떼 방북’, ‘결손가정 문제’, ‘아빠의 손가락 무덤’, ‘정리해고’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같이 기성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다루기 꺼려하고 피해 갔던 주제들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정확하게 짚고 있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쓰고 있다.(초등 5학년/우리창작)

‘일하는 아이들’(이오덕 글/보리출판사)은 한국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농촌 어린이들의 시집. 우리말, 글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아동문학가 고 이오덕 선생이 지난 1978년 아이들이 쓴 동시를 모아 묶은 책의 고침판이다. 춥고 배고픈 시절, 꼬질꼬질한 때가 묻어있던 70년대. 그 때의 아이들이 가난에 억압받기보다 오히려 가난을 서정으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지금 40대 중년이 된 이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음에 소개할 ‘전태일’은 두말이 필요 없다.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전태일 평전’을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전태일’(위기철 글/안미영 그림/사계절)은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다간 청계천 피복 노동자 전태일의 삶을 쓴 글이다. 죽기 전까지 자신의 일생을 꼼꼼하게 글로 적어 놓은 것을 쉽게 정리했다. 13세의 어린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든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초등 6학년/역사·인물)

‘고물장수 로께’(호셉 발베르두 지음/김재남 옮김/현윤애 그림)는 마음에 의지를 심어 주는 스페인 동화이다. 12살 남자 어린이 로께는 혼자되신 어머니를 도우려고 학교도 못 다니고, 고물장수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 일하며 공부한다. 고물 속에서 헌 어린이 잡지를 골라 읽고, 자기 또래 여자 친구인 클라라 집에 작은 학교를 만들어 공부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어린이. 로께는 부조리한 세상을 어린이 눈으로 지켜보면서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슴 깊이 느끼며 생각이 여물어 간다.

가난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에 빠지는 어린이들. ‘빈곤의 대물림’ 속에 아이들이 자기중심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같이 봐도 좋겠다.

‘행복한 청소부’(모니카 페트 글/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풀빛)는 작가와 음악가를 기념하는 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열심히 닦고 청소하는 청소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작가나 음악가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음을 깨닫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래서 예술을 아는 행복한 청소부가 된다. 청소부의 행복한 표정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살아 있다.

‘꼬마 곡예사’(바바라 쿠니 글/이미림 역/분도/56쪽/4000원)는 프랑스 전설 노트르담의 곡예사 이야기를 다시 쓰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수도원에서 성모님과 예수님을 위해 아무 할 일이 없어 절망에 빠진 곡예사는 자신이 할 줄 아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음을 깨닫고 열심히 곡예를 펼친다. 성탄절 밤 너무나 지친 곡예사를 성모님께서 보살펴주시는 것을 본 수사님들은 곡예사에게 마음 놓고 곡예로 예배를 드리도록 해준다.

‘달구지를 끌고’(도날드 홀 글/주영아 역/비룡소)는 19세기 미국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자연의 흐름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었던 인간 삶의 한 때를 재현하고 있다. 10월이 되면 농부는 한 해 동안 거두어들인 것들을 달구지에 가득 싣는다. 농부가 깎은 양털과 아내가 짠 숄, 온 가족이 만든 양초와 농작물들을 시장에 가서 팔고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온다. 그리고 다시 한 해가 시작된다.

‘바구니 달’(메리 린 레이 글/바바라 쿠니 그림/베틀북)은 바구니를 짜서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바구니 만드는 일을 부끄러워하는 소년이 여러 계기를 통해 자기가 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이야기. 평면적이고 차가운 색조의 잔잔한 그림이 시적인 글과 조화를 이룬다.

독서의 계절, 가을.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아니 같이 읽자. “황금이 궤짝에 가득 차 있다 해도 자식에게 경서(經書) 한 권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준다 해도 한 가지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 명심보감의 구절은 물려줄 재산이 별로 없는 노동자들이 오직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지식의 나이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수현 기자  shl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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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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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밤 2004-10-24

    밤에 읽어 그런지 더 맘에 와 닿는 기사네요. 어린이 책 속에 이렇게 노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몰랐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의 참 기쁨, 참 가치를 심어주는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물론 그런 기사도 많아져야 겠지요.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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