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을 사랑하며, 따라서 그것을 지킬 것이다… 만일 우리에 대해 우리가 거의 낭만주의자라고,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이상주의자라고,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다, 우리는 “그렇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 3장 정치가, 외교가, 아빠 중에서


변화된, 새로운, 더 나은 현실을 꿈꾸었던 이상주의자. 그래서 현실의 질서에 도전한 반란자. 50여년 전, 한 청년이 품었던 불가능한 꿈은 시간을 가로지르고 전 세계를 휘돌아, 단절과 연속을 반복하며 오늘 우리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바의 젊은 지식인들이 함께 만든 이 책 「체 게바라」는 체에 대한 가장 최신의 기록으로, 가장 쉽고 정확하게 체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는 간결한 에세이와, 그의 인생 매 시기마다를 포착한 진귀한 화보 250컷을 보기 좋게 편집했다. 시간순으로 배열된 사진 옆에는 체의 내면과 생각을 보여주는 그의 육성과 기록이 인용되어 있다. 무엇보다 저자들이 찾아 나선 생전의 친구와 동지들의 2003년 인터뷰는 그에 대한 오랜 사랑과 헌신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서른아홉 체의 삶을 주요 시기별로 나누어 구성하고, 그의 유해가 볼리비아에서 쿠바로 돌아오기까지 30년 후의 그날을 담은 이 책은, 우리가 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는 세 가지 의문들. 첫째, 그는 왜 청년의사로서 누리게 될 기득권을 버리고 게릴라의 삶을 택했는가? 둘째, 아르헨티나인인 그가 앞장서서 쿠바에서 한 일은 무엇이며, 또 혁명 후 쿠바에서는 어떤 위치였는가? 셋째, 체는 왜 국제적인 명성을 버리고 또다시 게릴라식의 삶을 선택했는가에 대해 답을 제공한다.

이 책을 위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나의 친구 나의 동지’라며 기억했던 체는 전설 속의 혁명가가 아니다. 삶에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 줄 알았고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만을 좇지 않고 그것을 지키는 일을 자신의 명예와 동일시했던 말과 행동이 일치한 인간 체게바라였다. 이 책은 한 개인으로서 체가 포기한 것과 선택한 것, 또 인간으로서 그가 꿈꾸고 실천했던 삶에 대한 우리 모두의 선망과 존중을 담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주장하기에 현실은 늘 우리를 앞서고, 때문에 그의 죽음은 아직도 우리를 부끄럽고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또 그것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숨은 인간의 존엄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리라 믿는다. 이 책 「체 게바라」는 이미 체의 열렬한 지지자이더라도, 아니면 단지 그의 이름 ‘체’만을 들어보았을 뿐이라 해도 충분히 우리를 자극하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일다 바리오?개리스 젠킨스 지음/ 윤길순 옮김/ 해냄 펴냄/ 465쪽/1만5,000원)

마영선 기자(leftsun@labornews.co.kr)

[새책] 제국의 선택
지배인가 리더십인가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던 정치학자 브레진스키의 책으로 오늘날 미국이 처한 딜레마, 즉 동맹국들의 불만, 지구적 무질서, 미국을 겨냥한 테러위협 등을 분석하고 각각의 쟁점에 대한 전략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황금가지 펴냄/ 336쪽/ 1만5,000원)
[새책] '악의 축'과의 대화
미국 대북정책의 ‘숨은 얼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실무그룹회의 등 국제사회의 노력이 가속되는 가운데 북미 간의 핵ㆍ미사일 협상을 소재로 한 본격 연구서.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취재해온 임을출 한겨레21 기자가 박사학위논문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연구'를 보강해 발간했다. 한울 펴냄/ 440쪽/ 2만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