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제전문가들은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전격 포기한 이후 제너럴 모터스(GM)-피아트 컨소시엄이 새로운 인수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대우차 인수는 GM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지난 97년 절정에 달했던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 열풍이 식고 있으며 대우차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월가의 투자자들은 GM의 대우차 인수 시도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보도 내용 요약.

◇ 포드 자동차 경영진들은 2개월 이상의 실사와 대우구조조정협의회와의 협의끝에 대우자동차는 `원하던 사업 기회가 아니었다'면서 최종 인수제안서 제출을 포기했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지난 6월 입찰에서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와 GM-피아트 컨소시엄을 제치고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으로 선택했던 대우차 채권단과 구조조정협의회에 엄청난 타격을 안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우차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15일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채권단과 구조조정협의회는 GM-피아트 컨소시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GM-피아트 컨소시엄은 여전히 대우차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당국자들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대우차의 가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추후 협상에서 인수 가격을 인하를 요구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결정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다.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위기 장기화로 폭락했던 포드의 주가는 15일 장중에 2.2%까지 반등하는 등 강세를 보이다 전날 종가와 같은 수준인 25.875달러에 마감했다.

메릴 린치 증권의 투자 분석가 리치 에델먼은 "파산한 대우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포드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부담이 사라진데 대해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차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GM 경영진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GM의 주가는 4.1%, 3달러 하락한 7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GM이 포드가 포기한 대우차 입찰에 다시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면서 "투자자들은 대우차 인수전에 승리한 회사가 최종적으로는 패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UBS 워버그 증권의 투자분석가 사울 루빈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의 대형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우차 인수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포드가 대우차 인수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은 지난 97년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합의로 절정에 달했던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인수. 합병 열기가 급속히 식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수개월 전만해도 대우차는 동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현대적 소형차 생산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해 줄 것으로 기대돼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우호적 평가는 엄청난 부채와 불투명한 회계장부, 과잉 생산설비 등 부정적 요인들에 의해 상쇄되고 있으며 대우차 인수의 매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포드의 한 내부 관계자는 웨인 부커 부회장이 69억달러에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당초 기대했던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에 따른 포드측의 자금 부담이나 대우차의 막대한 부채가 문제됐다기 보다는 포드측이 대우차의 전략적, 자산적 가치가 입찰가액인 69억달러에는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 인수 포기의 결정적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GM은 적정한 가격만 제시된다면 대우차를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루돌프 슐레이스 GM 부사장은 "대우차가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시간을 상실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파트너인 피아트와 의견을 교환한 뒤 한국의 책임있는 당사자들과 대우차 인수 문제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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