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밤 전국을 강타한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은 전국 곳곳에서 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천막농성 중인 사업장 노동자들도 할퀴고 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이랜드노조. 신촌본사에 설치해놓은 농성 천막이 강풍에 못이겨 '폭삭' 주저앉아버린 것. 교섭이 결렬된 데 이어 조합원 56명이 무더기로 연행되는 등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광주지역금속노조 동명분회의 '원청업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광주역에서 천막 농성 중인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 간부들은 이틀 전부터 닥친 태풍에 천막이 날아가는 것을 막으려고 부목을 설치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고 한다.

뜬 눈으로 밤을 세운 곳은 강원지역전기원연합 노조와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조도 마찬가지. 대상식품 노조위원장은 "날이 밝을 때까지 붙들고 있느라 손이 저려올 정도였다"며 "투쟁보다 더 어렵다"고 전했다. 민주노총과 사회보험노조가 함께하고 있는 서울역 광장 천막 농성장엔 민주노총에서 봉고차까지 긴급 출동해 천막 보호작업을 펼쳤다고 한다.

구미공장 앞에서 농성중인 새한노조와 호텔롯데 노조 수배자 등이 있는 명동성당 천막은 미리 철수하거나 사전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태풍 '프라피룬'이 투쟁의 근거지를 뒤흔들고 지나갔지만 오늘도 여전히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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