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의 노동에 시달렸던 어린 여공들. 곳곳에 탄원해 보았지만 변변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던 평화시장 재단사 청년 전태일은 온몸을 불사르는 방법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는 메시지를 전했다.

꼭 30년전, 1970년 11월13일의 일이다.

다음달 3일 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1시 50분)는 특집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전태일과 그 후' (연출 홍상운)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죽음으로써 호소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방송한다.

전태일의 죽음은 당시까지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던 학생운동권을 비롯, 지식인과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 법대생이던 장기표 현 민국당 최고의원이나 이를 계기로 산업 선교를 시작한 김동완 현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 등은 물론이고, 박정희 정권의 경제각료였던 김용환 현 의원 역시 제작진의 인터뷰에서 전태일을'순교자' 로 표현하며 당시의 충격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노동자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79년 신민당사 농성 중 숨진 YH무역 노동자 김경숙씨를 시작으로 84년부당해고에 맞서다가 분신한 택시기사 박종만씨, 89년 공권력. 구사대 등과 극한 대결을 벌이다 네 명이 집단분신한 경동산업 노동자들 등 죽음을 불사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80년대에 한결 처절하게 벌어졌다.

연출자 홍상운PD는 "노동자들은 60, 70년대 허리띠를 졸라매 이뤄낸 경제성장의 몫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신들에게도 분배되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면서 "점차 중산층으로 편입하는 대기업 노동자들과 달리영세기업 노동자들의 노조결성은 거의 죽음과 맞바꾸다시피 이뤄진 것" 이라고 80년대 상황을 분석한다.

홍PD는 90년대에도 노동자들의 분신이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분신밖에 택할 수 없었던 이들은 노동자 중에서도 소외된 노동자" 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역설적으로 택한 죽음은 가족과 동료의삶에도 엄청난 상처와 변화를 가져왔다.

전태일의 죽음 직후 관계자들로부터 사건무마를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제의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아들의 유언을 지키려한 어머니 이소선씨, 동료 박종만씨의 분신 후 충격으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이태길씨,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철호씨 등 제작진은 숨진 노동자들이남긴 숙제를 여전히 부여잡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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