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가 제대로 출근도 하지 않고 노조전임업무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조가 징계하거나 탄핵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노조전임자를 징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성실근무여부까지 감독하고 규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조전임자를 인정한 취지를 몰각할 우려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노조전임자 출퇴근 강제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


변호사 김선수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3207 판결은 노조전임자의 출·퇴근의무에 관한 쟁점에 대하여 그 동안의 대법원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라 약칭함) 제24조 제1항은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노조전임자를 인정하고 있다. 노조법의 위 규정이 없었던 때에도 사용자의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한 채 노조업무에 전임하는 재적전임자는 인정되었다. 재적전임의 인정근거에 대하여 단결권설과 협약설의 대립이 있으나, 어찌되었던 노조전임자는 직원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노무제공의무는 완전히 면제되고 노조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인정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휴직자에 준하는 지위로 보고 있으나(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54556 판결),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고 노조업무에 전임하는 독특한 지위로 보면 되고 굳이 휴직자의 지위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노조전임자에 대하여 사규에 의한 출·퇴근의무를 인정하는 대법원판례의 입장은 노조전임자를 인정한 기본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노조전임자는 사용자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고 있는바, 출·퇴근의무는 근로제공의무에 부수하는 것으로서 기본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고 있으므로 그에 부수한 출·퇴근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논리상 당연한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판례는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기본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출·퇴근에 대한 사규가 적용된다고 하나, 기본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반드시 출·퇴근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요양 중인 자, 정당한 사유로 휴직 중인 자 등은 기본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의무가 면제되고 있다. 한편, 대법원판례와 같이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를 휴직자에 준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휴직자는 출·퇴근의무가 없으므로 노조전임자의 경우에도 출·퇴근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판례는 노조전임자의 출근은 통상적인 조합업무가 수행되는 노조사무실에서 조합업무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임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노조업무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으로서 부당하다. 노조업무 중에는 노조사무실에서 수행되지 않고 사업장 밖에서 수행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 대하여 노조사무실에의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대법원판례는 노조전임자가 결근을 할 경우에는 사규 등에 정해진 바에 따라 사용자에 대하여 소정의 절차를 취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는 것이나, 이 역시 노조전임자를 인정한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노조전임자는 근로제공의무로부터 면제되고 노조업무에 전임하는 것이므로 노조전임자의 성실근무여부 등에 대한 감독권은 노조에 있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전임자가 제대로 출근도 하지 않고 노조전임업무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조가 징계하거나 탄핵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노조전임자를 징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성실근무여부까지 감독하고 규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조전임자를 인정한 취지를 몰각할 우려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위와 같은 이유로 노조전임자의 출·퇴근의무에 대한 대법원판례의 입장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현실적으로 지극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조속히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자가 전임자 임금 지급하는 현실감안해야"

대법원 판례 요지 및 경총 입장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기본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출·퇴근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김선수변호사의 판례 비판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상근자 인정여부 특히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타당성여부까지 포함되는 문제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근로관계는 유지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조합원 전임자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관행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출·퇴근에 대한 사규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근로관계는 유지되는 것으로서 취업규노동조합의 업무가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고 안정된 노사관계의 형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는 오히려 (노무관리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근로계약 소정의 본래 업무를 면하고 있는 노조 전임자의 경우에 있어서 출근은 통상적인 조합업무를 수행하는 노조사무실에서 조합업무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노조 전임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취업규칙 등 소정의 절차를 취하지 않고 회사에 나오지 않을 경우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3207 판결 중 노조전임자의 근태관련 내용 요지)

경총은 기본적으로 위 대법원 판례에 동의하고 있다. 경총 이승길법제팀장은 전임자의 출퇴근 문제를 기본적으로 (노동계와) 대립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업장이 전임자 출퇴근을 알아서 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법원이 이같이 판결한 것은 구체적인 회사의 현황과 종업원규모 등을 함께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대법원은 판결에서 제일택시의 경우 해고된 노조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징계해고처분을 받았다가 "앞으로 상습적인 무단 결근을 하게 되면 엄중한 징계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고 징계해고 처분을 철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조퇴 및 근무 중 외출시의 절차를 규정한 회사 취업규칙……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간부로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하여 각종 행사에 참가하여야 하고 또 이로 인한 기준 승무일수 3일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임금에서 기준 수입금을 공제하기로 하였다 하여도" 결근일 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총은 이 논쟁은 근본적으로 파고들어가면 '전임자 임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즉, 경총 이승길 법제팀장은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기본적인 근로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출·퇴근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김선수변호사의 판례 비판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상근자 인정여부 특히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타당성여부까지 포함되는 문제"라고 전제한다.

또 '노조전임자가 노조사무실에의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지불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조상황을 감안할 때 '노조전임자의 출퇴근도 사규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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