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퍼머템프(Permatemp)'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 하고 있다.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사상 초유의 장기호황을 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어두운 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약직으로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 15개월 동안 웹사이트 편집 일을 했던 필립 게인스(Philip Gains)씨는 지난 7월1일 자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했다. "동일 직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15개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회사 규정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임금으로는 "세 가족의 의료보험료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직장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관계로 비싼 '개인의료보험'에 가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차별 역시 문제다. 노던 시애틀 컬리지에서 시간강사로 '미학 및 그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 미셸 켈리(Michelle Kelly)는 정규직에 비해 한 강좌 부족한 여덟 강좌를 맡고 있다. 그녀는 지난 해 전임 강사들에 비해 1만5천달러(한화 1천6백만원)나 적은 연봉에 만족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강사는 많으니 그만두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만두라"는 입장이었다.

'평등고용을 위한 전국동맹(NAFFE)'(www.fairjobs.org)은 바로 이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 미 19개 주 40여 인권·노동단체들이 구성한 연합단체. 회원으로는 전 미노동 총동맹(AFLCIO)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한 소송에서 승리한 워싱턴테크노조(Wash Tech), 한국인 이주노동자 지원모임 등이 있으며 각 단체별로 공익 소송을 벌이는 한편 집회, 시위 등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여론조사 기관인 '레이크 스넬 페리'가 미국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3명이 지난 10년 동안 아르바이트, 시간제 근무, 계약직 등 어떤 형태로든 "비정규 노동자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친한 사람이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체 정규직 일자리의 30%가 비정규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2/3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다음 총선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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