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가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입법 때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 적용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주5일 근무제와 관련된 국제기준이 과연 무엇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ㆍ일요일 휴무'라는 주5일근무제의 기본 취지 자체는 국제기준이라고 부를 만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와 연계돼 있는 각종 임금과 수당제도, 휴가제도는 나라마다 제각각이어서 국제기준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노사는 특히 휴가일수 산정 자체에 대해 시각이 엇갈리고 있어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조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얼마나 노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도대체 얼마나 놀아야 국제기준에 맞게 놀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우리나라의 휴가일수를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보다도 못 노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휴일(토ㆍ일요일)을 포함해 136~146일의 법정 휴일ㆍ휴가를 갖자고 내놓은 노사정위원회의 '주5일 근무제 조정안'은 국제기준에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 5단체는 '아니올시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부자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휴일이 평균 126.8일인데 1인당 국민소득 8900달러(2001년)인 우리가 '136~146일'을 놀자는 얘기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5단체의 주장은 실제 휴일ㆍ휴가일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법정 공휴일과 법정 휴가 일수를 근거로 나라별로 휴일 수를 단순 비교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있다. 김훈식 노사정위 전문위원은 "유럽에서는 종교적 관례에 따라 성탄절 전후로 10일씩 쉬지만 법정 휴일ㆍ휴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며 "나라별로 실제 휴일 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공휴일이 주휴일과 겹치면 그만큼 덜 쉬게 되지만 일부 선진국에서는 평일을 더 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등 제도가 제각각이라는 주장이다.

■ 월차ㆍ생리휴가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제도

노사는 월차휴가와 생리휴가, 연차휴가일수 등에 대한 국제기준을 놓고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선 지구상에서 월차휴가와 생리휴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국제기준에 어긋난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노측도 임금보전을 전제로 월차휴가 폐지에는 찬성하고 있다.

연차휴가 일수에 대해서는 노측은 15~25일을, 사측은 '15일 일률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18일이고 나라별로 워낙 차이가 많아 국제기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연장근로 때 지급하는 임금에 대해 사측은 ILO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의 125%(할증률 25%)가 국제기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측은 미국과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들어 통상임금의 150%(할증률 50%)를 받는 현행제도를 유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연장근로 상한선에 대해서도 사측은 주당 16시간을, 노측은 현행의 주당 12시간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 본질은 비용분담 문제

사실 노사간 쟁점사항의 본질은 국제기준에 부합되느냐 여부보다는 결국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르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업체마다 형편이 천태만상인데 노사정위에서 몇명의 노ㆍ사ㆍ정 대표가 머리를 맞댄다고 쉽게 비용분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에 맡기면 해결될 일을 괜히 정부가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더 잘 보장하는 근무시간제(주5일 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으로 인재들이 몰리게 될 것인 만큼 시장원리에 맡겨도 웬만한 기업은 주5일 근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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