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건강연대
▲ 노동건강연대

“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없다”(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일터의 안전보건과 재해 예방의 책임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우리는 처벌보다 재발 방지대책에 대한 요구를 더 하게 된다.”(이병조 금속노조 현대위아 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장)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필요성’ 토론회에서 쏟아진 증언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가 법의 강제성이나 억제력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지켰다는 사례들을 쏟아내며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넓히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으로 원청사용자와 하청노동자 간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국회 생명안전포럼이 주최하고 김용균재단, 노동건강연대,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주관했다.

현장 노동자들, 원하청 대화할 때 비로소 현장 변화

이병조 현대위아 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교섭을 시작하면서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9년 시너로 부품을 닦아내던 노동자 손에서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져 피가 나는 일들이 많아지자, 하청노동자 12명이 대표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교섭 결과 피부질환 대책으로 니트릴장갑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보호장구에 대한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사내 3개 하청사들과 통합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이끌어냈다”며 “법의 강제성이나 억제력이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책부장은 코레일 안전근로협의회를 소개했다.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다. 코레일네트웍스에 자체적으로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지만, 2019년 9월 안전근로협의체가 가동되며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체 기구로는 ‘권한이 없다, 코레일에 요청해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지만, 코레일 사측과 노측 지역본부 산업안전보건위원, 코레일네트웍스 사측 업무담당자와 노동자대표가 참석함으로써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숙직실 내에 방음벽과 차단벽 설치, 차들의 유턴이 잦아 사고위험이 있는 역사 앞 보행도로에 차단벽 설치, 여자화장실 내 방음벽 설치 등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대화 기구들이 가진 한계로 인해 모든 건강권을 보호할 수 없어, 원·하청간 직접 교섭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재유 정책부장은 “안전근로협의회는 주로 구조물과 시설물 결함이나 휴게시설 설치 밖에 없고, 2018년 코레일과 철도노조 간 연 1회 원·하청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구속력이 없어 협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결국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이런 한계 속에서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동자 건강권 확보,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책과도 일치

전문가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사가 건강권에 관련한 사항을 합의하는 것은 정부의 기조와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로드맵의 핵심 기제로 기업 규제와 처벌보다 노사 참여를 통한 자율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박다혜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단체교섭이나 노조 활동을 통한 집단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채 노동자 개인이 혼자 위험을 파악하고 회사에 요구하고 작업을 중지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정규 노동자가 나 홀로 원청에 위험을 보고하고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실로 상상하기 어렵다”며 “단결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이라는 최우선되는 근로조건을 위해, 그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일할 환경을 위한 권리와 노동3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의 조화로운 행사로서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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