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진씨가 14일 오후 성동구민 종합체육센터에서 열린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에서 1등을 확인하고 난 뒤 웃음을 짓고 있다. <임세웅 기자>

서울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일요일인 14일 오후, 시민들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21도의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숲역 앞 성동구민 종합체육센터는 달랐다. 50명의 사람들이 스티로폼 패드가 깔린 체육센터 땅바닥에 거리를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옆의 방청석에 앉아 있는 80여명의 사람들도 덩달아 말소리를 줄였다. 실내온도는 26도에 달했다. <퀴즈쇼-노란봉투를 열어라> 시작 직전의 모습이다.

노동 3권 보장하는 ‘헌법’

‘부당해고 구제신청’ 문제서 탈락자 속출

1번 문제 ‘노란봉투 캠페인’을 시작으로 산업재해, 야간노동 등에 대한 문제를 풀어 가던 참가자들은 노동 3권을 보장한 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에서 대거 탈락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조항이 적힌 법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에서 ‘노동법’ ‘노동 3권’ ‘근로자법’ 등의 오답이 속출했다. 방청석에서 가벼운 탄식이 쏟아졌다.

남은 사람이 10여명 안팎이 되자 패자부활전에 들어갔다. 탈락자들이 박래군 손잡고 대표와 이양구 퀴즈쇼 총괄연출 팀으로 나뉘었다. 제기차기를 많이 한 팀이 부활하기로 했다. 박래군 대표 팀이 승리했다. “박래군! 박래군!” 부활한 참가자들이 웃으며 박래군 대표의 이름을 외쳤다.

순조롭게 풀어 가던 참가자들은 31번과 32번 문제에서 또 다시 대거 탈락했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가 구제를 받기 위해 행정기관에 하는 구제절차를 묻는 31번 문제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의 오답이 쏟아졌다. 정경희 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이 2시간30분 동안 전을 부치느라 배에 화상 흉터가 생긴 것을 뒤늦게 알고, 이를 무엇이라 부르는지를 묻는 객관식 문제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왔다. ‘열심히 일한 훈장’이 정답이지만 ‘영광의 상처’ ‘제2의 배꼽’ ‘김치전의 선물’ 등을 선택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방청석에서 아쉬움의 한숨이 나왔다.

이 문제 이후 최후의 3인이 남았다. 성신여대 학생 김은정(26)씨와 대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하는 홍주연(25)씨, 서울을 거주지로 하고 있다고만 밝힌 박윤진(28)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다섯 문제를 풀고 배점에 따라 1·2·3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보건기구(ILO)가 정한 장시간 노동 기준(55시간), 지난해 대법원이 쌍용차 손해배상을 판결하며 과도한 공권력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뭐라고 판결했는지(정당방위)를 묻는 문제를 맞췄다. 다만 미국의 포크 가수이자 노동가수인 ‘우디 거스리’를 묻는 문제,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지만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알렉상드르 줄리앙의 저서 <약자의 찬가>에서 쓴 표현을 묻는 문제에서 순위가 갈렸다.

“일상, 생활, 직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 되길”

박윤진씨가 1등으로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홍주연씨가 2위로 300만원, 김은정씨가 20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일찍 떨어져서 마음을 비웠는데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왔고, 아는 것들만 나왔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실 한 일주일 정도 좀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홍주연씨는 “유학생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문제가 안 나와서 아쉽다”며 웃었다. 김은정씨는 시상식이 끝나고 함께 출연한 대학 친구들과 함께 방청석에서 환호하며 사진을 찍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시작할 때까지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있더라. 수능시험장에 온 것 같았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모두가 이번 기회에 노동 문제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며 “일상에서, 생활에서, 직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퀴즈쇼에는 시민들의 개인 후원 541건, 단체후원 76건 총 617건의 후원이 모였다. 1억원을 목표로 했던 기금은 9천500여만원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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