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별정우체국 집배원의 과로사에 대해 정부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다시 나왔다.

14일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3-1민사부(재판장 석준협 판사)는 지난 12일 별정우체국 집배원 고 곽아무개씨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산)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2월에 내린 1심 판결에 이어 이번에도 정부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2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한 1심에 비해 2심의 손해배상액은 1억9천여만원으로 낮아졌다.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개인이 투자해 만든 우체국이다. 별정 집배원은 우체국장과 근로계약을 맺는 비공무원이다. 1996년부터 별정 집배원으로 일한 고인은 2017년 4월 급성 심혈관질환으로 숨졌다. 사망 전 주 평균 63시간여를 일한 것으로 밝혀져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유족은 고인이 별정 집배원으로 일했지만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게 업무지시를 받고 월급·성과급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1심 판결과 같이 이번 2심 판결에서도 별정우체국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에 따르면 지방우정청장은 별정 집배원의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또 별정우체국은 총괄우체국과 지방우정청장의 관리를 받는다. 비록 정부가 별정우체국장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인사규칙 등을 고려할 때 고인은 대한민국만을 위해 일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했다. 대한민국과 고인 사이의 직접적 근로관계가 없더라도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 의무와 안전배려의무에 관한 법리가 고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열악한 환경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고인이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보호의무 위반으로 고인과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유족을 대리한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보호 의무 혹은 안전배려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는 근로관계를 전제한 개념보다 넓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다만 망인의 책임을 원심에 비해 높게 본 점은 유감이며 부대상고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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