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한국제강 대표 A씨 1년 징역, 법정 구속. 하청업체 사장 B씨 집행유예, 한국제강 벌금 1억원”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 한국제강 사내 도급업체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무게 1천220킬로그램에 달하는 방열판 인양 작업도중, 방열판을 인양하기 위해 고정해둔 슬링벨트가 끊어져 발생했다. 당시 작업공간 하부에 있던 피해자는 이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열판에 한쪽 다리가 협착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

이번 판결의 사고 장소, 한국제강의 함안공장은 원청만 340여명의 직원을 고용한 사업체다. 연 매출도 8천300억원이 넘는다.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다. 이 정도 수준이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안전보건관리 규칙 준수 여력이 충분한 회사다. 하지만 2011년과 2020년 그리고 2021년에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심지어 2021년에는 작업 도중 발생한 사고로 한 명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한국제강 대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대재해가 한 번 더 발생한다면 바로 징역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 하청업체에서 또 다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제강처럼 큰 사업장에다, 수차례 벌금과 법적 처벌을 받은 업체가 산업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다. 하다못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면, 조금이라도 안전관리에 신경 써야 했다. 특히 2021년에 발생한 중대재해로 대표자가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안전보건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사측은 재판에서 안전보건체계 수립을 할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고 진술했다. 비겁한 진술이다. 하다못해 해당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만 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수억, 수천만원이 필요한 조치도 아니었다. 단돈 5만원, 작업자 하루 일당도 안되는 돈만 썼더라도 막을 수 있는 재해였다.

사고 당시로 돌아가 보자. 방열판을 인양하기 위해 양옆 상단부에 설치된 러그가 있다. 러그홀에는 섀클(Shackle·자재를 안전하게 인양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속제 고리로 인양물 무게에 따라 다양한 크기가 있다)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단순하게 슬링벨트(Sling Belt·중량물을 인양할 때 사용하는 절편 모양의 섬유 로프)만 러그홀에 걸쳐진 상태다. 방열판의 무게를 슬링벨트가 온전히 다 받을 수밖에 없다. 인양 작업 중 슬링벨트가 찢어질 수 있기에 위험한 체결 방식이다.

당시 사용된 슬링벨트도 오래돼 체결 고리가 경화된 상태였다. 심지어 불티로 인해 여기저기 긁혀 실밥이 끊어져 있기도 했다. 슬링벨트 제한 무게가 표시된 태그도 색이 바래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그리고 중량물 인양 작업 시 안전거리 내에서 중심을 잡아 줄 인양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10밀리미터 이상 폴리프로필렌(PP) 로프만 있으면 되는데도 말이다.

이 작업에는 섀클이 필요하다. 러그홀에 꽂아 방열판을 지탱할 4분의 3 규격의 섀클 두 개만 있으면 된다. 가격은 개당 1만원 내외다. 800킬로그램 이상 인양할 수 있는 슬링벨트 두 개 역시 개당 1만원대다. 또한 인양줄로 사용할 두께 10밀리미터 이상 PP로프 10미터는 6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정말 5만원만 썼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관리자들이 작업 전 슬링벨트 상태, 섀클 설치 유무, 인양줄 설치 여부만 확인했더라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까지 접근하지 않더라도, 당장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다. 5만원짜리 조치만 했어도 작업자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다. 대표자가 징역형을 받을 일도, 하청업체 사장이 폐업을 선택할 일도(해당 인명사고 이후 하청업체 사장 B씨는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다), 한국제강이 벌금 1억원을 물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석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면 더 좋다. 여력이 안되면 최소한의 물품 관리만 해도 사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사소한 영역부터 신경 쓰는 하청업체 관리자, 각 공정과 작업마다 핵심 안전장비를 지급해 주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원청사 직원.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규칙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읽고 실천하는 사업주만 있어도 중대재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많은 사업장들이 평소에 사소한 안전보건 관리부터 제대로 했으면 한다. 5만원 아끼려다 사람이 죽고 수억원에 이르는 산재 피해보상과 1억원의 벌금을 물고 대표자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탐대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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